(루까복음 10장 23…37절) AD 550년 시리아에서 어느 이름 모를 화가에 의해서 그려진「코덱스 로사넨시스」(CODEX ROSSANENSIS)의 소형성서로서 이 성화는 현재 (이태리?)「로싸노」에 보관되어 있으며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교적 회화 중의 하나이다.
사본은 진홍색의 양피지에 금빛과 은빛 글씨로 쓰여졌으며 이 그림은 천연색으로 그려졌다. 색채를 잠깐 소개하면 이 작은 그림의 전 배경은 약간의 회색이 섞인 자주빛이다. 예수의 겉옷과 천사가 들고 있는 그릇과 또 예수와 천사의 머리 위에 둘러져 있는 후광은 모두 같은 노랑색이며 예수가 입고 있는 옷의 주름선은 까맣게 그어져 있다. 예수의 속옷과 천사의 날개의 빛깔은 진한 남색인데 주름선과 천사의 날개 비늘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천사의 의복은 회색으로 선이 아주 선명하고 투명하여 마치 천사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그에 반해서 땅에 엎드리고 있는 인간의 형태는 보잘것 없을 뿐 아니라 그림의 전 배경과 거의 같은 색채로써 선명하지 않아 겨우 얼굴과 팔만을 알아볼 수 있고, 동그랗게 뜨고 있는 작은 눈만은 얼른 알아볼 수 있다. <역자 주>
이 그림을 대할 때 우리의 시선은 먼저 착한 사마리아인의 얼굴과 손에로 끌린다. 그분은 바로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는 엎드린 인간에게 아주 가까이 서 있고 천사는 거의 움직이는 양 약간 뒤쪽에 서 있다.
그림에서 나타난 모든 동작들은 눈에 뜨이게 쓰러져 있는 인간에게로 깊숙이 숙이고 있는 그리스도의 자세에 집중하고 있다.『그리스도는 그를 보고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그리스도의 눈은 동정에 가득 차서 놀란 듯 크게 떴으며 그의 손을 인간에게 벌리고 있다. 인간은 참으로 기진맥진하여 땅 위에 쓰러졌다.『강도들은 그 사랑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고 모질게 때려서 반쯤 죽여놓고 가 버렸다』이렇게 비참한 모습의 벌거숭이 인간은 거의 윤곽도 색채도 없으며 오직 그의 눈만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이 인간은 스스로는 다시 일어날 수 없음이 명백하다.『우리 영혼은 진토에 구부리고 우리 몸은 땅에 붙었나이다.』 (성영 43장 25절)
그분은 인간에게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인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이심을 알 수 있다. 주님이 여기서 무엇을 하시는지 똑똑히 알 수 있다. 즉 모든 것을 포용하며 모든 것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 사랑으로 채우시는 하느님의 자비─ 수난의 피를 통해서이다.
예수는 이 예화 (例話) 끝에 율법전문가에게『강도를 만난 사람의 참된 이웃은 이 세 사람 중에서 누구였다고 생각하는가?』하고 물으셨다 ─『그 사람에게 동정을 베푼 사람입니다』하고 그가 대답하자『당신도 가서 그렇게 하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 그림은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너와 나에게 이웃이 되었음을 말해 준다. 그분은 마음으로만 도운 것이 아니다. 나는 너를 위해서 내 자신을 남김없이 주었노라고 이 손은 말한다. 나는 너를 먼 곳에서 사랑하지 않았다. 천사는 마치 부제가 감추인 손으로 주님에게 잔을 드리듯 서 있으며 깊은 경외심 속에서 그러나 몸을 숙이고 있는 주님에게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 서서 응시하시고 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라』고 예수가 율법학자들게에 말씀하셨듯이 우리에게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천사가 있는 곳에 우리가 서야 할까? 아니면『가서 너도 그렇게 하라』하며 우리를 부르는 주님의 손 자체가 되어야 하겠는가?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전쟁이 끝난 후 기독교 신자들이 그들의 교회를 파헤치다가 커다란 십자가를 발견하고서 새로 고친 성당에 걸려고 했다. 그러나 예수의 팔이 하나 파손당했다. 팔을 하나 다시 만들려고 할 때 어떤 사람이 팔이 없는 불쌍한 사람 하나를 보내어 그림 밑에『나는 너희들의 손 외에는 다른 손이 없다』고 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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