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조국을 남북으로 분단한 정치적 과오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지 상관없이 이 분단으로 말미암아 정말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우리 민족 외에 아무도 없다.
6ㆍ25 체험 못한 젊은 세대
40대 이상의 사람들이 뼈저리게 당하고 느끼는 6ㆍ25의 참극이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인데 어언간 국민의 6할 이상은 그 참변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이다. 그들은 남북 통일을 염원하면서도 공산 침략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막연한 반공 선전만 듣고 있는 가운데 민족과 국토의 분열은 반영구화되어 가는 처지이다. 공산주의의 본질이 인간의 본성과 배치되는 한 공산주의의 결정적 승리는 있을 수 없을 것이요, 공산권 내부에서도 반체제적인 세력이 움트리고 있는 징조도 없지는 않지만 세계의 현실을 보면 전 인류의 3분의 1이 공산체제 하에 살고 있으면 그 세계의 대중들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도 실제로 공산적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북한의 젊은 세대에게는 공산주의는 한갖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그들의 유일한 생활 범주이자 생활양식이기 때문에 남북의 분단상태가 오래 갈수록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군사비의 압력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거나 전쟁 재발의 공포가 아니라 유사 이래 주위의 큰 민족들에게 시달려온 우리 소수민족이 그나마도 유지하지 못하고 더욱 작은 두 개의 이질적 집단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요청되는 승공교육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여 우리는 비록 국토의 절반밖에 안 되는 여기에라도 인간의 자유와 인격을 옹호하는 민주 역량을 배양하여 언젠가 한 번은 이룩해야 될 통일에 대비하고자 승공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국력의 신장을 도모해야 되는 처지이다.
그런데 공산주의는 주먹구구가 아니고 교묘하게 짜여진 철학과 선전술을 가지고 호소력이 강한 이미지를 보여 주는 사상이다. 공산주의의 매력은 부조리한 이 세상을 개조하려는 이상을 내걸고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이나 정직한 사람들에게 호소하며 약하고 억울한 사람의 원한을 부채질 하면서 그들의 구원과 향상을 약속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공산주의를 극복하고 공산체제에 승리하려면 그 이론의 허구성과 모순됨을 통찰하는 연구와 공산사회의 실태를 분석하여 정상적인 인간의 양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확인케 하는 승공교육이 필요하다.
정의 구현이 승공의 첩경
막연하게 공산주의와 공산 세계에 관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라 하든가 6ㆍ25의 참변이나 동남아나 동구라파의 현실을 보라는 식의 선전은 피부로써 공산 침략의 해독을 당해 보지 아니한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비밀리에 듣고 보는 데서 유해한 호기심만 자극하게 된다.
한국의 문교 정책은 이런 점에서 상당히 고식적이고 근시안적이라고 생각된다. 고래로 적을 아는 것이 적을 이기는 첫 길이라면 공산주의를 두려워 하지 말고 과감하게 연구 분석 비판하는 지적 노력을 경주해야 되겠다. 감언이설로 꾸며 놓은 공산이론을 학생들이나 지식인들이 분쇄할수 있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국민의 정신을 무장하는 승공교육과 아울러 사회 안에 정의를 세우는 것이 공산주의를 극복하고 통일의 날을 앞당기는 또 하나의 절대적인 전제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의 풍조가 유물적인 사고방식으로 가득 차 있고 자유 경쟁만을 신조로 하는 고전적 자본주의 횡포가 심한 곳에는 소수 유력자는 잘 살 수 있겠지만 대중의 인격이 몰각 당하고 서민의 생활 향상이 막히고 보면 고통 받는 서민과 정의파 청년들은 쉽게 공산주의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부정은 공산주의의 온상
대체로 인간이 찰나 세상을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여 한없는 물욕의 만족을 추구하고 내가 획득한 재물은 절대적으로 내 것이요 내 마음대로 사용할 무제한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에는 교환정의이든 배분정의이든 성립되지 못하는 법이다. 이렇게 사회 정의가 실천되지 아니하는 타락된 자본주의 사회는 바로 공산주의의 온상이 된다.
우리가 염원하는 통일의 기본 세력은 국민의 단력된 힘뿐이고 국민의 단결은 국민 사이에 균형 있는 질서가 서 있을 때에만 가능하고 국가의 질서는 사회 정의가 실천될 경우에만 유지되는 것이다.
오늘 한국의 긴급하고 근본적인 과제가 유물론적 자본주의의 극복과 유물론적 공산주의의 극복임을 지적하면서 이런 구체적인 상황 아래서 교회가 어떻게 사회 참여를 실천할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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