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옥중 결혼식을 끝내고 아직 7년을 더 살아야 할 벽돌담 안으로 되돌아가던 날 나는 남편의 빈 껍질인 그의 와이사쓰와 양복을 품에 안고 발길을 돌리면서도 울지 않았습니다.
그이는 저 15자 담 안을 오히려 자기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독백합니다』이 글은 63년 여름 범일동 백금당(주인 김달용) 강도사건의 주인공 김종수「베드로」씨가 쓴 참회의 수기「벽돌집」을 내면서 아내 추무순ㆍ(33) 여인이 책 표지에 부친 말이다.
15년 간의 장기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 64년 부활 때 반 구리엘모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은 후 새 사람이 되어 8년 동안 모범수로 매일 같이 아내에게 보낸 참회의 편지가 1천여 통. 이 편지를 모아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복역 중 수기「벽돌집」이 4ㆍ6 (3백20페이지)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전국에 회제가 되고 있다. 22일 하오 6시「청탑」에서 각계 인사들의 성원으로 마련된 출판 기념식에서『착실히 자라는 두 아들(중앙국교 6년과 4년)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뜻있는 생을 남겨야겠습니다. 입에 붙은 말보다는 뼈 속에 사무친 참회로 지난 10월 30일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의미한 신자생활보다는 현실에 보다 충실하여 자신의 올바른 인생을 찾고 체험을 통한 양심의 이 고발이 이 사회에 다소나마 보람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부인 최 여인과 같이 백금당 주인 김달용(49) 씨 부부에게 참회의 술잔을 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편 부인 최 여사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어린 자식을 거느리고 낮에는 앙말 행상 밤에는 술잔을 따라야 했다. 작가 김정한(부산대 교수) 씨가 추천사에『부인「순이」야말로 참된 의리와 사랑에 사는 한국 여성의 본보기라고 격찬했듯이 아내 순이가 없었던들 오늘의 승리가 없었을지 모른다. 이들이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모여고 재학 중인 18세 때였다. 당시 권투 선수로 운동에 열중하고 있던 남편 김베드로 씨를 알게 되면서 장래를 기약했다. 그러나 최 여사의 부모는 한사코 두 사람의 결합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완고하신 부친(3년 전 별세)은 그녀을 강화도로 귀양(?)까지 보냈다.
그리도 그들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초량에서 새 살림을 차렸다. 그러던 중 둘째 아들을 낳고 막 첫돌을 지낸 남편이 조흥은행 북지점 백금당, 국제시장 3인조 강도사건의 주범으로 검거된 것이다.
『내 남편이 비록 죄는 지었지만 악인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려 주고 싶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되던 날 나를 믿지 말고 개가하라고 권유했으나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남편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그 후 아내의 사랑에 감동을 받은 김 씨는 참회의 붓을 들었다. 그 내용은『열다섯 자 벽돌담 너머에 여명을 알리는 새벽 닭울음.
빛 바랜 푸른 수의를 단정히 손질해 입고 옷깃을 여밉니다. 무릎을 꿇고 아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로 시작되어 있다. 이토록 갸륵한 한 쌍의 사랑의 힘은 급기야 지난 70년 10월 시내「청탑」(본보 753호 4면 기사)에서 처음으로 옥중 결혼식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사랑의 힘이 이토록 크고 신앙의 위대함을 말해 주는 산 증거가 된 것이다.
1주일 간의 귀휴가 끝나면 그들 사이에 또 돌담이 가린다. 비록 7년 형고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변치 않는 한「벽돌담」은 오늘날의 부패된 인간 윤리와 신앙에 참된 빛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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