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는 어머니가 없는 집이 정말로 싫었다. 늘 어머니가 집에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경수는 국민학교에 입학해서부터 어머니가 직장에 아직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3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엄마!』
하고 소리치며 대문을 들어서면 『응, 공부 잘 했느냐』
어머니가 웃는 얼굴로 꼭 껴안아 주는 것이 좋았다.
어머니의 품에 안기면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로 불쾌했던 일이면 또 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어 마음이 좀 언짢았던 일 같은 것도 순간에 말끔히 사라지곤 했다.
어머니만 집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었다. 만약에 어머니가 옆집에라도 가서 잠깐만 없어도 공연히 불안해지고 또 심술이 났다.
그런데 경수의 어머니는 경수가 4학년에 진학하자 결혼 전에 다녔던 개인회사에 경리과원으로 다시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경수가 4학년이 되었으니 그전처럼 집에 꼭 있지 않아도 아이의 성장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경수 어머니의 이러한 생각은 그 당시에 갑작스럽게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이미 결혼할 때부터 아이가 어지간히 크면 다시 직장으로 나갈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경수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남에게 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경수의 아버지는 어느 회사의 총무과장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경수의 아버지의 수입으로서는 남보다 의젓하게 살 수 없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남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일은 가장 치욕적인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경수 어머니가 직장으로 다시 나가겠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집에 어머니가 늘 있어야 해요』
경수의 아버지는 처음에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기는 해도 경수는 이제 4학년이나 됐는데 다 큰 거나 다름없어요』
『아니 국민학교 4학년이 그래 다 큰 거요?』
경수의 아버지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가 하나여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점점 커가는데 지금 상태 같아서는 상급학교도 어디 안심하고 보낼 수 있겠어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저축이라도 해야 하잖아요』
경수의 아버지는 경수 어머니의 주장을 전적으로 허영이나 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실정으로는 이해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급학교는 그때의 형편에 따라서 될 건데 뭘 지금부터 서두를 건 없어요.
그보다는 어머니가 집에 있지 않아 감독을 제대로 못해 성적이라도 떨어지는 경우엔 어떻게 하겠소』
『그야 가정교사라도 두면 되지 않아요』
『그래 가정교사까지 두면서 어머니가 직장에 꼭 나가야겠소. 또 그뿐이오. 밥할 사람도 두어야 할 게 아니오. 그래 밥하는 사람이나 가정교사는 거저 둬요』
『돈이야 좀 더 들겠지만 그게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더 나아요』
『집에는 어머니가 있어야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되는 거요. 그 성팔 씨네 경우를 못 봐서 하는 소리요』
경수의 아버지는 성팔 씨의 경우를 예로 꺼냈다. 성팔 씨는 경수 아버지의 친구이다. 부부가 모두 국민학교의 교사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섯이나 됐다.
동네 사람들은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국민학교의 교사이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는 별 애로가 없을 것이라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큰 아이가 5학년 때부터 탈선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큰 아이가 남의 집 물건을 훔친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것은 거리의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야 부모들이 너무 아이들이 많아서 일일이 돌볼 사이가 없었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기들이 교사니까 아이들 교육은 잘 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부모가 함께 직장에 나가는 게 그 집뿐이예요?
그래도 다른 집 아이들은 그렇지 않더구만. 모두 아이들 나름이에요』
『그럼 우리는 별다른 뾰죽한 수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아주 방임한다는 거요? 가정교사를 두면 될 거 아니예요』
『어쨌든 나는 당신이 직장에 나간다는 건 찬성할 수는 없으니까 알아서 해요』
경수의 아버지는 끝끝내 반대를 했다.
그러나 경수의 어머니는 직장에 다시 나갔다. 가정교사를 얻느라고 며칠이 걸렸다. 한 동네에 사는 고등학교 일 학년생 형석이를 가정교사로 얻었다.
형석은 저녁 여섯 시부터 아홉 시까지 세 시간 동안 경수네 집에 와서 경수의 공부를 지도했다.
경수의 어머니는 경수가 4학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이제 다 큰 것으로 생각했으나 경수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밥하는 아주머니는 가정교사보다 먼저 얻었었다. 낮 동안 경수네 집에는 밥하는 아주머니가 홀로 있었다.
경수는 얼마 동안은 그전에 하던 버릇대로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
하고, 대문에 들어섰다.
집에 있지 않는 어머니를 부르며 대문 안에 들어서는 일은 참으로 화가 나는 일이었다.
어머니가 없는 집은 어두컴컴하게 생각되었다. 또 쓸쓸하기만 했다. 어쩐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공부도 하기 싫어졌고 바깥에만 나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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