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베로니까의 땀수건」의 2부「천사의 관」은 좀 복잡한 구조와 높은 상징성을 지닌 사랑의 이야기이다. 여주인공 베로니까는 본성적으로 그리스도교적인 영혼으로 1차대전 중 친구 엔찌오가 죽을 위험에서 자기를 부르는 꿈을 꾼 이래 자기의 영혼을 작은 등불처럼 손에 쥐고 친구의 끝없는 형이상학적 고독을 비추기로 한다. (註 4) 이 꿈 이래 베로니까는 엔찌오가 자기에게 내린 천주의 부름인 것을, 곧 자기의 종교적 체험인 것을 깨닫는다. 그들 사이엔 그리스도인과 반그리스도교인의 대결이 일어난다.『신자는 미신자와 완전한 사랑의 공동체에 들어가야한다』 (註5) 는 안젤로 신부의 충고대로 여주인은 심적 갈등의 무서운 고통을 감수하며 엔찌오 곁에 머무른다. 개종이 어려워진 현대에는 대상하는 사람만이 반신앙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로니까의 유일한 힘은 믿음과 천주께로부터 유래하고 그에게로 돌아가는「사랑」이다.
르포르는 이 작품에서 그의 전 문제성을 은총ㆍ교회ㆍ초자연의 내적 핵심인 사랑의 최종적 높이에까지 끌고 간다. 이 소설은 우리 시대가 동경하여 마지않는 기적을 가능케 하는 믿음의 구현이며 또 미신자에 대한 그리스도 교인의 실존적 대화(제2차「바티칸」공의회) 이다.「베로니까의 땀수건」에서뿐 아니라 그의 전 작품에서 여성은 특수한 의미를 지닌다. 여성은 종교적인 것과 독특한 관계에 있다. 고대 철학에서 부정적으로 간주되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은총의 질서에 있어서 적극적 결단적 요소이다. 마리아는 그의 겸손된 FIAT(그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를 통하여 구속사업에 참여하였다. 영원한 여성인 마리아에게서 시간 내의 여성과 시간을 추월한 여성은 각각 그 원형을 찾는다. 남성이 역사 내에서 개인적인 것, 1회적인 것, 무상한 것을 위하여 산다면 여성은 자신의 재질을 다음 세대에 전하며 보편적인 것을 위하여 산다.
『남성은 시간이 그 위에 머무르는 바위이다. 여성은 시간을 운반하는 흐름이다』 (註6) 어머니로서의 여성은 지상적인 무한성의 상징이다. 어머니는 받아들이고 운반하고 분만하는 생명 자체의 풍요ㆍ정밀ㆍ항구성이다. 그것은 대지의 품과도 비교할 수가 있다. 어머니는 자신을 초월하여 아이 속에서 자기 실현을 성취한다.
르포르의 여성론은 특히 그의 베일에 대한 이야기는 거스만 여사 등에 의하여 재검토되고 또 반박되고 있기도 하나 여성의 형이상학적 위치를 설정하여 확고히 하여 준다. 그의 논문「영원한 여성」은 자기 망각적인 여성운동자를 위하여서도 또『아낙네는 애초에 안방만을 지킬 일』이라는 좀 촌스러운 반여성론자 제위를 위하여서도 읽고 생각해 볼 좋은 소재이다.
그 외에도 르포르가 다룬 주제는 방대하다. 불안(「단두대에 선 마지막 여인」) 영혼 내의 천주 현존(「동정녀 바르비의 탈혼」) 침묵(「같은 이름의 단편」) 어린이가 느낀 사랑의 분열로서의 종파 분열 (「대성전」) 희생 등이 엄격하나 소박하게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시를 들으며 이 글을 끝맺는다.
<나 조용해질 때까지 네 품에 내 머리를 묻고 싶다! 나 희망을 품을 때까지 네 두 팔 안에 쉬고 싶다! 그러나 너는 노변의 여인숙이 아니며 네 문들은 밖으로 열리지도 않는다. 너를 단념하는 이는 결코 너를 체득할 수 없다! 의혹을 품은 자들에게 너는 침묵하라 하고, 질문하는 자에겐 무릎을 꿇어라 명한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서 도망칠 수 없음을 잘 안다. 정말 너처럼 追적할 수 있는 이는 천주뿐이기 때문이다. (註7)
(註)
④「베로니까의 땀수건」EHRENWIRTH-FISCHERVERLAG1956 P345 참조
⑤같은 책 P463
⑥「영원한 여성」KOESEL-VERLAGMUENCHEN 1957 P35
⑦「교회에 부치는 찬가」EHRENWIRTHVERLAG MUENCHEN 1967 입문 P7VER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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