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 전반기 소아시아에서 그려진 이 성화「아브라함에게 대한 야훼의 약속」은 누구의 그림인지 확실치 않으나 현재 오지리「비엔나」에 있는 구제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의 색채를 잠깐 소개하면 연한 고동색의 배경에 아부라함의 머리와 수염과 의복은 모두 같은 흰색으로 연두색과 푸른색이 간간히 섞여서 윤곽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발은 맨발로 얼굴색과 같은 황색이다. 진한 푸른색의 하늘에 흰 무늬 같은 별들 속에 내뻗친 팔은 푸른색과 흰색 고동색이 색동무늬로 되어 있다. 뒷쪽의 대문 색깔은 진한 연두색과 밝은 황금색이다. 아브라함이 든든하게 디디고 있는 땅은 대문보다는 약간 여린 빛깔이다.
이 묵상은 본래 두 부분으로 되었으나 지면상 첫째 부분만을 취급한 것임을 밝혀 둔다. <역자 註>
아브라함은 어느 낯선 곳에서 살고 있다.『너는 너의 본토 친척과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 것이다』(창세기 12장 1~2절)는 말씀이 그를 부른 후 이미 방랑생활을 하게 된 지 수십 년이 지났다. 그는 이제 연로하고 생의 황혼기에 접근했으나 하느님의 약속은 아직껏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느날 밤 아브라함은 괴로운 마음으로 그의 고독한 삶을 자문하고 있었다. 다시금 그 말씀이 들려온다.『아브라함아 두려워 말라.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상급은 대단히 크다!』아브라함이 대답하기를『아! 주 하느님 무엇을 내게 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아들이 없고 나의 상속자는 이 다메섹 엘리제르가 아닙니까?』아브라함은 계속해서『당신은 내게 후손을 아니 주셨으니 내 집에서 길러진 자가 나의 상속자가 될 것입니다』고 여쭈었다. 주 그에게 말씀하시기를『그가 너의 상속자가 아니고 네 몸에서 날 자가 너의 상속자가 되리라』하시고 주는 아브라함을 밖으로 이끌고 나가서『하늘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저 별들을 세어볼 수 있다면 세어 보아라』말씀하시고 또 이어서『네 자손이 이와 같이 무수히 많아질 것이다』고 하시자『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아브라함은 믿었다』(창세기 15장 1~6절)
『그는 아브라함을 밖으로 이끌고 나갔다』고 가장 오래된 성경이 말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그림이 바로 이 순간을 말하고 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이 그를 이끌고 나온 길에 서 있다. 눈부시게 빛나는 별들로 장식된 밤하늘 한없이 적막한 이 밤에 위로부터 그에게 들려오는 목소리의 지시에 이 늙은 목동은 귀를 기울여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걸음을 멈추고 서 있다. 고통과 회의의 어둠 속에서 헤매던 아브라함은 이제 모든 것이 그에게 경의와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하늘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별들을 세어 보아라』오! 그는 세지 않고 신뢰하려고 했다.
한계를 넘어선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이 약속을 어떻게 알아들을 것인가? 이 시간에 신앙의 아버지인 그에게 아주 먼 앞날에 아들과 아들의 아들들 가운데 그의 후손에게서 온 예수 그리스도가 약속된 바를 채우게 되리라고 짐작할 수 있는 은혜를 받았을까? 혹시 그게 바로 그리스도가 넌지시 암시하던 시간었던가?『당신들의 조상 아브라함은 내 날을 보리라는 희망에 차 있었고 과연 그날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요한복음 8장 50절)
별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무도 그 수효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 모든 나라와 민족과 백성과 언어에서 나온 후손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묵시록 7장 9절)
영원으로부터 또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빛 가운데서부터 이 인간 세상을 향해 뻗친 하느님의 손은 그에게 이룩될 머나먼 길을 가르치고 있다. 아브라함은 신앙의 용기 속에서 한없는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끝없는 길은 그에게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이다. 아브라함이 그곳에 도달하면 그에게 제시된 길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누가 나를 보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요한복음 14장 9절)
『아브라함은 믿었다』이 그림은 아브라함의 신앙을 가르친다. 그는 하느님 손에 자신을 맏기고 하느님이 가리키는 길로 간다! 가는 도중에 그는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 밤의 열정은 불타는 하느님의 현존이며 그분의 사랑과 약속과 동시에 완성인 것이다.『믿음으로 사는 사람만이 아브라함의 참 자손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갈라타서 3장 7절)고 바오로는 말한다. 그러므로 나는 아브라함과 함께 하느님이 가리키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바라본다.『가라!』하고 내게 말하는 그 목소리는 오직 계명과 약속만이 아니고 또한 강복이며 힘인 것이다.
그것은 곧 그분이 동반하는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이미 목적지인 것이다. 왜냐하면『나는 길이다』『나는 문이다』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아브라함과 같이 회의 속에서 빠져나와 이 길을 걸으며 그와 같이 신뢰하고 경의심과 더불어 받아들이기 위해 손을 뻗치기 시작한다면 어둠이 약속으로 인해 환하게 비침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목적지를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의 고향을 떠나 방랑생활과 엑소두스를 감행한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모험이라고 생각된다. 불안전하고 경사진 좁은 길로『가라』고 목소리는 나에게 말한다.『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라, 네게 말하는 자가 바로 나이니 그렇게 하라!』이렇게 내가 첫발을 내딛기 시작할 때 아브라함과 같이 목적지에서부터 불빛이 밝아옴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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