뵐은 단순한 것을 좋아하고 가난에 값어치를 주고 정신적인 것을 높이 평가하고 문명적인 것을 자주 조소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지극히 가톨릭적이고 민주적이라 아니할수 없다.
뵐은 최근 헷센방송국과의 대담에서『민주주의 문학은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신화를 창조해야 하고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詩를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들은「IQ가 높다」「IQ가 낮다」하고 어떤 일정한 틀에 박아서 말하려고 하지만 뵐이 말하는 민주주의 문학은 우선 이런「IQ가 높다」또는「IQ가 낮다」라는 표현에서 탈피를 한다. 민주주의의 문학은 모두가 이해할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보편적인 표현형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사라져가는 전통을 계속 간직할수 있고 사랑을 알게되고 정신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의 신화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요소인 것이다. 일상생활도 신앙생활이기 때문에. 전술한 보편타당한 인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뵐은 그리스도의 12사도와 같은 단순하고 비문명적이고 보편적이고, 생활의 신화를 창조하는 신앙적 인간을 전경(前景)에 내세우기를 좋아했다.
작품「예기치 않은 손님」은 뵐이 말하는 대표적인 민주주의의 문학이고 가톨릭 문화인 것이다.
이 작품은 단편으로서 그 짜임새가 마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벽과 같다.
하나만 빼도 전체가 붕괴될 정도로 단어 하나하나가 핵조직과 같다.
뵐의 가정은 반영해주는 작품으로서「나」라는 주인공은 뵐을 대신해서 IQ가 높은 엘리트 인간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악용된「IQ」는 살인범죄보다 더 무섭기 때문에.
특이한 것은「나」라는 주인공과 그와 함께 거주하는 동물들은 서로 대각선을 이루고 있다. 이 동물들은 각계 각층에 속하는 인물들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코끼리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지극히 평범하고「IQ」가 낮고 단순하다. 그날 그날의 생활에 익숙한 인물들이다. 다시 말해서엘리뜨적이거나 거인적인 인물이 못된다. 이와 반대로 지하실에 있는 코끼리만은 비범하고 문명적이고 교활하고「IQ」가 높고 거인적이다. 왜냐하면 이 코끼리는 서커스단에서 모든 재주를 철저히 배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너무나 힘이 강해서 일층 마루 위에서 살고있는 평범하고 연약한 동물들은 물론 가족들도 불안해한다.
마루가 동요될 때에는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물들과 가족의 질서정연한 신화적 생활이 파괴될 우려가 있다. 베르겐 그린의「대폭군과 그의 심판」에 나오는 대폭군을 연상시킨다. 이 코끼리라는 거인적이고 지능적인 대폭군으로 인해서 질서정연한뵐 (「나」라는 주인공) 의 민주적인 가정생활이 무질서하게 파괴될수도 있는 한계상황에까지 다다른다. 개 집 토끼 거북하마 병아리 새끼사자들은 공포의 도가니 속에서 주인의 눈치만 흘끔흘끔 볼 뿐이다. 이것은 바로 로마황제의 박해가 천지를 뒤덮었을 때「카타콤바」에서 불안해하던 가톨릭 교도들을 암시해주며 또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2차대전 종말까지 게슈타포(비밀경찰)라는 지극히 지능적이고 거인적인 존재 밑에서 공포에 시달렸던 평범하고 가톨릭적인 민주시민을 반영해주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나」라는 주인공은 대폭군으로 등장했던 코끼리를 자기 집에서 추방하고는 다시 서커스단 단장에게 넘겨준다. 다시 그의 가정에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가정의 신화가 탄생되는 것이다. 뵐은 현대 독일문학에서 가장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밑도 끝도없이 독자를 이야기의 대해(大海)속에 밀어넣는다.
일체의 상식은 독자의 이해를 전제로 생각한다. 뵐의 소설은 잘 팔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가는 드물다. 뵐이 다루는 주인공은 영웅도 엘리트도 아니다 「IQ」가 높지도 않다. 단순한 가난한 좌절한 공포에 시달리는 사랑을 아는 약한 그러나「영혼」이 있는 인간들이다. 문학은 모두가 이해할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한다는게 뵐의 주장이다.
이러한 보편적이고 민주적인 표현형식 때문에 뵐의 작품은 동서를 막론하고 세계 각국어로 번역되어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널리 애독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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