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신기한 것은 하나둘이 아니리라. 겨울철도 지나갔다. 금년에는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에 산야의 초목뿐 아니라 정원의 개나리 살구 할 것 없이 벌써부터 뾰죽뾰죽 새싹을 내밀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백화가 만발하고 만상이 초록의 계절로 바꿔질 테지. 사람도 이상한 존재다. 인생에 되는 일들은 그 때마다 새로운 듯이 인생을 한탄하고 또는 즐거워하지만 자연의 변화는 아예 그러려니 하고 따져볼 생각조차 않는다. 그러나 으레 봄이 오면 새싹이 트겠거니 하는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볼 수는 없을까? 지난 주일 정원을 산책하다가 그 갖가지 화초들이 저마다 두꺼운 껍질을 헤치고 새 눈을 내미는 것을 보고 이런 것을 느꼈다. 왜 장미는 장미꽃만 피울까 하고. 또 개나리는 노란 꽃만 피울까 하고. 오래 같은 꽃을 피우기가 지루해서라도 다른 것을 피워 보기라도 함직한데.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이 수많은 꽃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이 봄이 오면 제 것을 자랑한다. 만일 이 자연의 꽃 한 포기에도 빈틈없는 질서가 주어졌고 또 그 자연의 한낱 풀포기마저 주어진 질서를 지킨다면 도대체 이것은 무슨 힘일까? 저번 호에 나는 교통 질서와 교통 사고에서 위대한 힘을 가진 창조주의 존재를 말했다. 거기에는 천체의 질서를 말했지만 풀 한 포기 꽃잎 하나에서도 창조주의 위대한 섭리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읽으면 이런말이 있다. 하느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생기고 초목이 있으라 하시니 풀포기가 생겨났다고 했다. 또「지서」에는 인간의 아둔한 지성을 탓 하면서『어쩌면 사람들이 그토록 무지하고 세상 만물을 보고도 창조주를 모르고...』하고 한탄했다. 또 바오로 사도도 이런 말을 했다.『사람들은 하늘을 보고 날씨를 점칠 줄은 알지만 만상을 보고 창조주를 생각할 줄을 모른다』고 한탄했다. 여기서 우리는 지성을 가지고 자랑하는 인간을 생각해 보자. 인간은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것만을 인정하려하고 감각과 경험 저쪽에 있는 지성을 올바로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인간 지성은 감각을 통해 능히 추상적인 인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물건을 인식하되 그 물건이 머리 속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개념이 박힐 뿐이다. 그러하면 자연을 보고 창조주를 인식하는 추리쯤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인간이 창조를 인식 못하는 것은 능력 부족이 아니라 노력 부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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