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5세의 김모양이 상담실을 찾았다. 지방출신의 김양은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바로 회사에 취직을 하여 경리로 일 해왔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김양은 원만한 성격과 유능하게 일을 처리하여 직장에서 인정받는 여직원이었다.
그동안 두세 명의 남자가 사귀여 보려고 접근을 했지만 동료로서 잘 지냈을 뿐 특별히 남녀관계로 애정이 싹트지는 않았었다.
작년 3월 그 회사에 새로 남자 직원이 입사했다. 한두 달 지나면서 업무상으로만 유지해왔던 두 사람이 차츰 따로 만나게 되었다. 남자는 매우 따뜻하고 자상하게 대해주었고 김양도 점점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서로 마음을 열고 사랑을 확인할 무렵 남자는 자기가 결혼한 사람이고 네 살짜리 아들도 하나있다고 털어놓았다.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했다. 부인과는 너무나 성격이 맞지 않아 가정이 싫고 아내가 싫어 방황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내로서 이해심이 전혀 없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을 한 번도 못 느껴 보았기 때문에 김양을 사랑하게 되었고 이혼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던 일이니 매듭을 짓고 결혼을 하자고 했다.
여름ㆍ가을로 접어들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불안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부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자기 친정과 시집 그리고 김양의 집에까지 알려 김양집에서는 금족령을 내리고 직장도 못나가게 되었다. 그래도 한두 달은 남자가 계속 몰래 연락을 해 와서 가끔 만나곤 했다.
자기 자신이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깨닫고 뉘우치면서도 사랑하지도 않는 부부가 서로에게 얽매어 사는 것이 오히려 죄악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가져보았다.
오히려 부인의 감정을 자극해서 간통죄로 고소를 하게하면 죗값을 치루고 그와 함께 결혼해서 떳떳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봄이 지나면서 남자는 소식을 끊었다. 자기 가정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김양 자신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답게 살려던 자기 자신이 이렇게 무너진 것에 대해 절망감과 함께 자신이 밉고 싫었다. 세상에 다시 나설 자신도 용기도 잃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기독교신앙의 뿌리가 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설프게나마 예수님의 희생과 희개의 소중함을 서로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수난을 받고 죽으심을 당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믿는다고 했다.
모든 인간은 죄를 짓지만 그 죄를 아파하고 뉘우침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으로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있었다.
김양은 다시 교회를 찾겠다고 했다. 그 남자를 사랑했던 지난날들을 죽을 때까지 결코 잊을 수는 없겠지만 그가 그 부인에게 되돌아 갈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도 앞으로의 삶을 평범하고 무리없이 살아나갈 수 있도록 애를 써보겠다고 했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면 취직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누구인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