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인 예비자 교리 교육에 있어 평신도 교리교사의 위상은 어디쯤 자리를 잡고 있을까?
그 짐작은 가히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평신도 교리교사」라고 하면 대부분의 신자들은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평신도 교리교사는 크게 주일교사와 성인 예비자 담당교사의 돌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전자는 현재 큰 역할을 해내고 있으나 후자는 그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같은 상황은 「선교사」자격증을 갖춘 평신도 교리교사가 없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서 문제의 어려움과 복잡함이 더해지고 있다.
자격 있으나 자리 없어
서울 가톨릭교리신학원(원장ㆍ류병일 신부)선교사회가 이 신학원 출신자들의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추적 분석한 한 자료에 따르면 1956년부터 1987년까지 배출된 평신도 선교사 총 8백51명 가운데 현제 본당 교리교사(성인반)로 재직 중인 사람은 겨우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서울ㆍ청주ㆍ원주 등의 교구청직원이 5명, 본당 사무장과 사무원이 14명, 공소회장 20명, 그리고 CCKㆍ통신교리행가운 등 교회 내 제단체에 22명 등 줄잡아 졸업생 총수의 10분의1만이 교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추적 조사가 불가능한 사람도 상당수 있다』는 선교사회 측의 전제를 감안하더라도 이 수치는 평신도 교리교사의 「암담한」장래를 예견키에 충분한 것이다.
80년대 들어 서울 이외에 부산ㆍ대구ㆍ광주 등지서도 교리신학원이 설립돼 매년 수십 명의 평신도 수료자를 배출하고 있으나 본당 교리교사로 채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서울 가톨릭교리신학원을 평신도들과 함께 수료한 수도자 9백41명은 대부분 본당수녀로 봉직하면서 성인 예비자 교리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평신도 선교사들이 본당 교리교사로 활동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과 평신도 선교사들은 대개 △본당신부와 자신들의 인식부족△본당수녀와의 역할상충△본당 재정문제△평신도 선교사의 자질문제 △교회 내 제도적 불비 등을 거론하고 있다.
평신도 선교사들은 『대부분의 본당신부들이 유자격 평신도 선교사들의 능력과 자격을 인정치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며, 본당신자나 예비자들도 사제나 수도자의 「제복」과 신분상의권위를 대단히 선호한다』며 『특히 본당 평신도 지도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본당수녀와의 역할상충문제도 이들이 본당에 뿌리 내리는데 큰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본당 재정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본당수녀가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유급선교사에게 맡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수도자에 「자리양보」
가톨릭교리신학원 출신 이모씨(50)는 『전교수녀가 없는 시골본당에서 평신도 선교사들이 피나는 노력과 각고 끝에 신자수를 한껏 증가시켜 주어도 일단 본당 수녀가 부임하면 곧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며 자신도 서울대교구 ㅈ본당에서 최근까지 교리교사를 한다. 수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득이 수도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경우도 선교사들이 교회 내 다른 일을 맡을 수 있도록 교회가 사전이나 사후에 적절한 배려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아 실망과 함께 허탈감을 가지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같은 푸대접을 받은 사람 중에는 선교사로서의 한계마저 느껴 아예 수도회에 입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본당 제정문제 때문에 채용이 어렵다는데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보수 교사도 희망
선교사회 산하단체인 신앙교육부의 이질도씨(안드레아ㆍ31)는 『보수가 없더라도 「복음을 전한다」는 이상 하나로 교리교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한다』면서 『설사 선교사를 채용함으로써 지출이 좀 늘어난다하더라도 연간 예산이 수억대에 달하는 대도시 본당의 경우 큰 문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본당의 날」「체육대회」등 매년 수차례 실시하는 외형적인 행사에 지출되는 막대한 비용을 조금씩만이라도 절감한다면 그것으로 신자재교육이나 예비자교리교육에 투자, 신앙의 내실화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며 본당 재정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편 이와는 반대로 평신도 선교사들의 능력과 자질문제를 거론하며 교리교사 채용에 난색을 표명하는 성직자와 본당간부도 적지 않다.
서울대교구의 한 성직자는『선교사 중에는 물론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적지 않으나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날 신자들이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하는 고학력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졸수준은 될 수 있도록 교육기간을 연장하거나 일반 교양강좌를 이수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문제 중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것은 교리 신학원 출신 평신도들을 받아 들일만한 교회내 수급 균형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은데 있다.
주교들에게 하소연도
자난 85년 신학원 졸업생대표들이 모여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각 교구장들을 찾아다니며 「교사로 채용해줄 것」을 건의한바있다. 이때 대부분의 주교들을『필요성은 인정하나 재정문제 때문에 현재로선 무리』라는 언질을 주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하느님이 원하는 장소는 많으나 교회가 원하는 자리는 많지 않다』고 말한 혜화동본당 주임 이상훈 신부(20여 년간 교리신학원장 역임)의 표현이 평신도 선교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집약한 것으로 보인다.
신앙교육부 박용수 부장(바오로ㆍ50)은 『지난 30년 동안 학교 측과 교구는 졸업생들에게 아무런 대책을 세워주지 않았다』며 『2년간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자비로 공부한 평신도들의 인력을 사장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회는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학원장 류병일 신부는 신학원은 선교사 배출기능도 하지만 유능한 평신도들을 양성, 교회 내 다양한 직분에 봉사토록 하는 기능도 가진다』고 전제, 『재정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우선 사제나 수도자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개발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류 신부는 낙도와 공소, 도시빈민사목 등으로 진출, 서서히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다행히 신앙교육부는 자체노력으로 작년부터 서울대교구내 30~40개 본당에서 견진ㆍ예비자 교리ㆍ피정 등을 지도하기 시작, 평신도 선교사들의 위상 정립에 새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26명이 회원으로 있는 이 신앙교육부는 몇 개 팀으로 나뉘어 본당의 요청이 있을시 출강형식으로 응하고 있는데 전문성 확보와 체계적인 교육으로 이를 실시한 본당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신자들의 신앙내실화를 최우선 과제로 떠안고 있는 한국교회로서는 교리교사 인력의 저변확대와 서제부족 현상 타개책의 하나로 그리고 왕직 사제직 예언직 등의 평신도 사도직 고유의 사명에 보다 충실을 기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의 교리교사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서울 가톨릭대 사목학과 출신 평신도들도 곧 쏟아져 나올 것이므로 교회는 유능한 평신도들의 인력을 사장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교리교사는 탁월한 평신도 사도직의 하나』라고 강조하고 『선교지에는 너무나도 필요한 이 사람들의 숫자가 날로 불어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사도직 권고「현대의 교리교육」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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