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주역 주민 의료보험이 7월1일부터 전면적으로 실시,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본보는 교회빈민의료협의회 양요한회장의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아울러 국민건강권획득을 위한 교회의 참여 자세를 진단해 본다.
■건강할 권리와 국가의 책임
옛 부터 내려오는 말 중에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만으로도 우리 조상들도 얼마나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고 묵묵히 참고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사이에 와서는 가난은 필자소관이 아니고 또 그 한사람 개인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점차 인정하게 되었다.
가난과 질병은 어떤 사람들이 부당하게 더 많은 부를 가져가거나, 위태한 환경에서 과도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탓일 수 있다는 것이고, 설사 가난과 질병이 개인의 잘못 때문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국가들이 사회보장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의료보장이다
이제 건강은 제4의 필수품으로서 모든 국민이 건강할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고 6공화국 헌법34조에는 『국가는 사회보장ㆍ시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가지며…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보험은 돈을 낼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평소에 돈을 적립하여 유사시에 대비하는 아주 초보적인 형태의 의료보장 제도이다.
국가가 공평하게 세금을 거두어 거의 무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살펴주는 발달된 형태를 「국민의료서어비스제도」라고 하는데, 영국과 스웨덴 같은 서구 선진국에서도 그 정책을 쓰고 있지만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하거나 못한 동양권국가들, 예를 들면 싱가폴ㆍ말레지아ㆍ스리랑카 등에서도 서어비스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1883년 독일의 재상이었던 비스마르크에 의해 시행된 질병보험이 사회보험의 효시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노동계층의 대두에 대항하여 사회당진압법과 함께 등장하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즉각 나라마다 의료보장정책이 다른 것은 그 국가의 성격, 노동계층의 역량, 그 나라 보건의료제도의 전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의료보험과 교회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보장이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다가 1963년에 군사정부의 민간이양시기에 의료보험법이 법제화되고 유신체제하에서 1977년 7월1일부터 5백인이상 실시 고용업체의 직장인을 중심으로 의료보험이 실시되었다. 그 후 10여 년간 의료보장이 절실히 필요한 농어민과 도시빈민들은 의료보험에서 제외되어 낮은 의료보험수가로 형편이 어려워진 병원의 재정부담까지 떠말아 비싼 의료비를 지불하여왔다. 1988년 1월 선거 시기에 농민에게 큰 혜택을 주는 듯 던져진 농어촌지역 의료보험은 그동안 잘못된 농정으로 피폐한 농어촌사회에 그들끼리 조합을 만들어 대부분의 재정을 부담하도록 하였다.
게다가 조합장은 농민의 형편과 의료보험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말아야함에도 군출신 등 친여인사로 대부분 채워져 그동안 쌓였던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이른 것이다.
과부가 겉옷까지 벗겨가는 이 불평등한 제도에 대해 교회는 하느님의 정의를 말한 적이 없었다. 그들이 받은바 정당한 권리에서 소외되어온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난날 교회가 한 일은 큰 병원을 세우고 그중에 조금을 떼어 자선을 베푼 것뿐이다.
그러한 베품은 나눔이 아니다. 진정 나눌 뜻이 있다면 가난하고 병든 이들의 고통에 참가하고 그들이 올바른 의료보장의 혜택을 누리도록 함께 노력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 그간의 어려운 시기에 가톨릭 보건공제회를 만들어 대처하였던 것은 상부상조의 뜻도 있었겠지만 교회 안과 밖의 가난한 사람들의 눈엔 우리교회의 고질적인 이기심으로 비추어 지지는 않았을런지.
우리나라 보건의료제계가 개인기업 형태의 치료기관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등한시되어온 예방과 질병관리 재활동에서 우리교회 의료기관은 큰 역할을 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교회의료기관들은 상업주의에 물든 교회 밖의 의료기관과 크게 다룰 바 없는 양태로 살쪄왔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온국민이 건강원을 찾고자하는 의료보험 시정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즈음하여 교회가 질병을 보는 시각과 그 대처방법에 큰 변화와 반성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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