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점에서 긴요한 것은 우리 교회가 통일이라는 민족의 과제를 자체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그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 아닌가 한다. 나에게 주어진 주제는 민족통일의 성서적 의미다. 우리는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의 비극과 통일에의 미래의 희망을 성서의 메시지에 비추어서 해석하면서 통일이라는 민족사전, 세계사적 과제를 구세사의 맥락에서 제시해야할 것이다 .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스라엘 백성의 통일에의 의지를 구약성서에서 밝혀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이 통일된 한 민족을 이루게 된 경위를 파악하기만 쉽지 않다.
실제로 그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성서도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는 증거를 제공해준다.
이스라엘의 열두 부족 족장시대의 이미 최초의 연합체를 형성하여 동맹을 맺었던 것 같다. 이 초창기의 부족 동맹 체제는 일종의 계약 체제였음이 틀림없다. 이스라엘은 몹시 이질적인 혈통의 여러 족속들로 구성되었고 또한 어떤 중앙정부나 국가 기구에 의해 통일된 적이 없었는데도 약 2백 년 동안이나 믿을 수 없는 강인성을 가지고 불리한 역경에서도 용케 살아남아서는 한 민족으로서의 그 동질성과 주체성을 유지하였다.
우리에게는 그 시기에 그들 부족을 동매체로 연합시켜 통일하는 고삐가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일이 중요하다.
여호수아기 24장에 여호수아가 모든 부족을 세겜에 모아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고 기술되어 있듯이 그 부족들은 하나의 계약을 맺고 동맹하여 연합체를 형성하였다. 그 계약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유일한 하느님을 함께 예배하는 일이었다.
계약의 궤는 이들 여러 부족에게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 보이는 징표로 간주되었다. 그것은 공통의 성소이고 여러 부족은 그곳에 모여서 정기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그리하여 출애급의 집단은 세겜에서 조약 체결을 갱신하여 성조들의 모든 후예들 사이에 단결을 다짐하면서 강력하고 대담한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이것은 정치적인 사건이 아니라 종교적인 사건이었다. 족장 출애급 시나이계약의 여러 전승은 부족동맹의 집회에서 되풀이해서 얘기되고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인도 아래 공동의 역사를 체험해 왔다는 의식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 체결 때 고지된 하느님의 율법은 공동의 생활기반이 되었다.
판관기 5장에 수록되어 있는 드보라의 노래를 보면 이스라엘의 부족 동맹이 기원전 12세기에는 충분히 그 기능을 발휘하고 있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역사의 주님일 뿐만 아니라 자연의 주님이라는 의식이 점차로 확실한 자리를 차지해 갔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 시대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있어서 기본적 의미를 갖는 새로운 보다 더 깊은 하느님 체험을 갖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부독 동맹체는 우선 첫째로 종교적 공동체였으나 어느 특별한 때에는 정치적으로 특히 군사적 공동체로 되기까지 하였다. 그것은 이 동맹체의 한 부족이 외부로부터 공격받았을 때에 생겼던 일이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부족에게는 모두 군사적으로 원조하는 것이 의무로 되어있었다.
그들은 평상시 군사지휘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구약의 전승에 의하면 이러한 위급시에는 별안간 지도자들이 출현했다고 언급되고 있다. 위와 같은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기드온이었으며 이 기드온은 구원자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스라엘의 부족 동맹은 구원사에 의하여 중대한 비상시로부터 늘 해방되었으나 최후의 이스라엘 서방의 강대한 이웃나라인 팔레스타인(불레셋)에 의한 압박이 커져 위기와 부족동맹체제의 파탄에 직면하게 되자 그 결과로 이스라엘인들 사이에 평상시의 군사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베냐민지파 출신인 사울이 선출되어 왕으로 옹립되었던 것이다.
이 사울의 왕으로서의 옹립은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첫 움직임이다. 왜냐 하면 왕정이란 이스라엘의 전통과는 전적으로 이질적인 제도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통과의 결별을 의미하였다.
사울의 왕정은 단기간밖에 계속되지 않았으나 왕국제도는 그 사이에 이스라엘의 대다수에 의하여 승인받게 되었다. 그들은 통일민족이며 공동의 우두머리를 가져야 한다는 의식을 확고하게 굳혔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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