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교회는 사도단 위에 세워졌고 오늘의 교회는 사도단의 후계인 주교단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사도단이나 주교단은 모든 면에서 평등한 사람의 집합체가 아니고 특정인을 단장으로 하는 조직체이며, 교회내의 모든 신자들은 하느님의 백성의 하나이라는 기본적 신분에 있어서는 평등하지만, 각자가 수행하는 직분(職分)에 있어서는 각기 다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만 공동체가 유기체(有機體)로서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베드로는 사도단의 으뜸

성서를 보면, 베드로는 사도명단의 첫자리에 있고(마태10, 1~4:사도1, 13)사도단을 대변하고 있으며(마르10, 28:11, 21:마태14, 28:16, 15~16:요한6, 68:13, 6)중요한 사건의 측근 증인이었다(마르5, 37:마태17, 1~4:26, 37 : 루가 4, 38). 이런 예들은 사도들 중에서 베드로의 위치가 특수함을 암시한다.

주께서 그에게 연명하시기를 『너는 베드로(반석)이다. 나는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터인 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마태16, 18)하셨고, 또 『나는 네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땅에서 매어놓은 것은 무엇이든지 하늘에도 매여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다』(마태16, 19)하셨다.

또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모든 양을 돌보라는 직무를 받았고(요한21, 15~17)다른 형제들(사도들)에게 힘이 되어 주라는 분부를 받았다(루가 22, 31~32). 이러한 성경 말씀들은 베드로가 그리스도의 특별 대리인이고 사도단의 으뜸이며 교회전체의 목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예수승천 후에 베드로는 사실상 사도단의 으뜸으로 행세하고 사도들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마티아 선임(사도1, 15)최초의 설교(사도2, 14)최초의 개종자 취급(사도2, 37) 의회에서는 변론(사도4, 8:5, 29)이방인 개종자 논쟁(사도10~11장)예루살렘 사도회의(사도15, 7~22)등에서 항상 주도권을 잡고 있다. 흔히 반론으로 제기되는 안티오키아 사건도(갈라2, 11~14)베드로의 위치가 막중하기 때문에 바울로가 면박을 준 것이다.

2. 교황은 주교단의 단장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신 최고 사목권(수위권:首位權)도 교회 안에 영속될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후계자에게 인계된다. 베드로는 로마에서 선교하고 사목하다가 순교하였으므로 그의 뒤를 이어 로마교회를 사목하는 역대 주교들을 교황으로 부른다. 따라서 교황은 로마교회의 교구장 주교임과 동시에 전체교회의 교황인 것이다. 결국 교황직은 전체교회의 보편수석 주교직이라는 말이지 주교품 위에 교황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로마 교황의 수위권은 정확하게 이론적으로 규정되기 전부터 실제로 행사되고 있었음을 글레멘스 교황의 편지, 이냐시오 주교의 편지, 빅또르 교황의 지시, 이레네오의 저서 등 고대교회의 문헌들이 잘 보여준다.

교회가 종교자유를 얻은 후에 많은 이단설(異端說)이 발생해서 4ㆍ5세기에 많은 공의회가 동방에서 개최되었지만 공의회의 결의들은 교황의 인준을 받거나 교황대리가 직접 공의회에 참석하여 결의함으로써 전 교회에 선포되어 준수되었다.

『주의 제정하신 바에 의하여 성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이 한 사도단을 이룸같이, 베드로의 후계자인 로마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은 서로 한 단체를 이룬다』(교회헌장22).

이 점은 고대로 부터 상호간의 연락과 회의와 주교서품의 공동안수의 전통에서도 확인된다.

이 주교단에 들기 위해서는 주교서품을 받고 주교단의 단장과 멤버들과의 친교를 유지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각 주교는 그 사목권을 교황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고 주교서품으로써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받는 것이다. 그래서 주교는 교황의 대리가 아니고 자기 책임구역(교구)의 고유한 사목자이고, 교황과 함께 주교단으로서 교회전체의 사목에도 응분의 책임을 공유(共有)한다(교회헌장 22ㆍ23).

교황을 단장으로 하는 주교단의 공동사목권은 공의회에서 잘 드러난다. 공의회의 결의는 단장인 교황의 동의(同意)를 전제로 하여 전체교회에 대한 주교단의 보편적 최고 사목권의 행사인 것이다.(교회헌장 22:주교교령4).

옛날에는 주교의 신품권은 주교서품으로 받고 교도권과 사목권은 교황으로부터 받는 것으로 인정되었으나 교회헌장은 『주교서품(또는 聖成)으로 성화의 임무와 함께 가르치는 임무와 다스리는 임무도 수여된다』(교회헌장21)하여 주교의 교도권 신품권 사목권이 다 신품성사에서 오는 것임을 명백히 하였다.

3. 기타 교회신분

사제라는 호칭은 주교나 신부에게 공통된 호칭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신부라고 한정하겠다(신부神父)라는 호칭도 막연하고 이상한 번역이다). 하여간 신부들은 주교의 협력자로 소명되어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무에 신품성사를 통하여 참여하지만, 그 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서는 주교에게 종속되어있다.

신부의 직무도 복음을 선포하고 성사를 집전하고 신자들을 사목하는 것이므로 주교의 직무와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지만, 주교는 사도의 후계자요 신부는 주교의 협력자라는 의미에서 주교직과 신부직은 크게 다르다. 그러므로 주교가 큰 신부가 아닌 것처럼 신부도 작은 주교가 아니다.

부제직은 교계제도 안에서 최하위의 성직이지만 그 직능은 역시 신품성사(부제서품)에서 받는 것이다(교회헌장20:28). 부제는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무에 참여하지만 주교와 신부를 보조하기 위해서 임명되기 때문에 교회헌장은 『부제들이(협의의)사제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직을 위하여 안수를 받는다』(교회헌장28)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