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일의 문학사가는『만일 독일민족이 이 지상에서 멸망해 버리는 일이 생겼다고 가정하면 그때 그 이름을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니벨룽겐의 노래와 괴에테의 파우스트일 것이다』라고 말한적이 있다. 이 두 거작에 등장하는 크림힐트와 그레첸이라는 이들 두 여성은 뵐은 물론 우리 현대인의 희구하는 구달의 여인상이 아닐까? 그러나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전술한 두 여성의 이미지는 퇴색되어 버렸고 그 대신 제3의 여인상이 탄생되었다 그 여성이 바로 뵐의「여인과 군상」의 주인공 레니 구루이텐이다.
가장 최근작으로 1970년 7월에 출판되어 1개월뒤 에 재판된「여인과 군상」은 뵐의 작품으로는 가장 방대한 것이다. 뵐은 여기서 50대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여인이 겪어온 사건과 사랑을 통해 20세기의 착잡한 도덕을 파헤쳤다. 한 시대의 도덕정신을 이렇듯 장엄하게 뉘앙스 있고 세밀하게 분위기를 맞춰 서술한 작가는 일찍이 없었을거다. 주인공 레니 그루이텐은 1922년「쾰른」출생의 50대 여인이다. 여인을 둘러싼 군상은 백만장자에서 오물을 치우는 하층민까지를 포함하고 시대는 30년대와 40년대에서 현대에 이른다. 인물, 소재, 묘사면에서 이렇듯 다양한 작품은 그의 것으로는 첫작품이다.
레니는 주위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양친 오빠 두 여자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했던 수녀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죽었지만 전쟁동안 관계를 가졌던 세 남자 이런 군상들로 하여금 레니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레니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에 대해서 보고케 한다.
수다한 장을 읽어나가노라면 자그마한 문학작품들의 작품집이 아니라 대표적 인물과 알만한 우화들로 엮어진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의심할수 없게된다. 중요한 곳에는 항상 레니가 있기 때문이다.
앞부분에 나오지만 레니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찌즘」이 무엇인지도 유대인과 유대인 여인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이러한 인물을 시대비평 소설의 중앙에 놓은것이 적당한지 의문이 갈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뵐은 지극히 평범하고 나약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끝났다. 폐허와 잿더미 속에서 레니는 양키달러 로스케루볼로 전락하고 만다. 도시는 복구되어 건물과 교량은 재건되었다. 그리고는「라인」강의 기적이 일어나고 경제는 부흥된다. 발전도상국가에 대해 차관을 던져준다. 한국은 물론 동구라파 심지어는 터이키로부터 인력을 수입한다. 또 다시 레니의 주위에는 군상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레니는 터어키 노동자의 육체상품으로 이리 팔리고 저리 팔린다. 전전처럼 무지에 의해서도 아니고 전후처럼 빵에 의해서도 아니다. 1960년 이후부터는 향락과 나태에 의해서 타락되는 것이다. 레니의 앞길에는 몰락과 멸망만이 보일 뿐이다.
한 문화권의 몰락은 여성의 몰락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아테네의 멸망이 그랬고 로마의 멸망도 그랬다. 그렇다면 레니의 몰락은 게르만 민족의 일종을 상징하는 것일까? 확실히 독일여성 더 나아가서 서구의 여성들은 타락에 타락을 거듭하고 있다. 여성 본연의 본분을 망각한 남녀평등, 헌스타킹처럼 팽개치는 정조관념, 비타민 복용하듯 섭취하는 피임약, 동물에 유사한 노출증, 담배처럼 애용하는 헤피스모크 이런 모든 것들은 가톨릭 전통에 의해 이루어진 가정과 사회질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가정의 주안으로서 사회의 모체로서의 여성의 위치는 좌표를 상실하고 말았다.
여시서 뵐은 50대에 접어든 늙은 창녀 레니에게 항생제를 투약한다. 지금까지 뵐은 전쟁작가 또 가톨릭 작가라고 했다. 그러나 1970년도 작품「여인과 군상」을 시점으로 완전히 가톨릭 작가로서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상술한 멸망 위기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 뵐은 도덕부재의 세계에다 가톨릭 신앙을 이식시키려고노력했다. 지극히 침착하고 착실하게 풍자적인 수법으로 신앙의 순수성과 도덕의 가치성을 인상적으로 강조했다. 전전 레니의 방황은 정신의 빈곤에서 온 것이고 전후의 타락은 영혼의 부재에서 온것이다. 이와 같은 타락과 몰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앙과 일(노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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