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2차전쟁이 한창 막바지에 달했을 때 일이다. 나는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저녁마다 올리는 성체강복에 참여했다. 그리고 열심히 기도드렸다. 우리나라가(일본) 전쟁에 이기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애원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이 불의하게 침략해 오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자 거룩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뿐이다. 어린마음에 미국사람이 미웠을밖에. 그리고 성체강복때에는 항상「PARCE DOMINEㅡ 주여 우리를 용서하소서」라는 라띤어 성가를 불렀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겨운 일들이다. 계성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린이들은 저녁이면 항상 그 성체강복에 참예하고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기도드렸던 것이다. 신부님들께서나 수녀님들 그리고 선생님들도 같이 기도하면서 빨리 전쟁이 끝나도록 기도 드리자는 것이다. 그렇게 지내오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도 신자들이 저희나라가 전쟁에 이길 것을 기도드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하느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인가? 미국 사람들의 기도냐 아니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인가. 이런 문제를 생각하다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대답은『옳은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 주신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옳은 사람은 누군가? 또 두 나라가 다 하느님께 기도하리 만큼 옳다면 왜 전쟁은 하는가? 어린 소견으로 의문은 의문에 꼬리를 물게 했다.
결국은 해결하지 못하고 전쟁은 끝났다. 우리가 세상에 사는 동안 고통이 없을 수 없으나 그 고통은 거의 전부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만인을 평등하게 창조하셨고 같은 조건 아래 두셨다. 같은 환경에서 선악은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가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다. 악을 행하고 마음 괴로와하는 것은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다. 배고픈 사람이 노동으로 어렵게 빵을 버는 것은 잘한 것이고 쉽게 벌기 위해 도둑질을 하면 마음의 고통이 따르고 그 죄에 대한 벌이 따른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각자 자유에 맡겨진 것이다. 인간에게 자유가 없다면 선악도 없다.
동물은 자유가 없기 때문에 부엌에 둔 생선을 먹었다고 해서 개를 재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에는 다르다. 그것은 인간에게 지성과 질서을 주었기 때문에 본능만으로 행동하는 동물과는 다를 수밖에. 만일 각 나라가 전쟁에 소비하는 모든 물자를 평화를 위해 사용한다면 세상에 기아문제나 가난과 질병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 아닌가? 이런 데서 오는 고통만큼이라도 해결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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