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ㆍ교 분리의 원칙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회란 사회와는 다른 차원의 존재라서 교회가 사회문제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세속일에 손을 더럽히는 줄 생각하여 되도록이면 교회는 사회문제에 관하여 초연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교회는 교회문제만 걱정할 것이지 사회문제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종교와 정치의 분리원칙이 대다수의 현대 국가들에 의하여 채택되었고 대한민국 헌법에도 이 조문이 명시되어 있으며 국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문화되어 종교가 사회문제에 관여한다는 것은 큰 잘못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 속의 교회
그러나 문제를 좀더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면 교회가 현실 도피장이나 또는 현세상과 동떨어진 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도 으레 사회문제에 의견을 제출하여 바른 길을 가르쳐 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즉 교회는 이 사회 안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 사회를 떠나서의 교회란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에 교회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종교는 당연히 영혼의 문제를 주로 다루게 되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영혼이란 육신과 유리되어 있지 않고 살아 있는 육신 안에 있는 것인즉 육신의 문제에 관하여서도 당연히 관심을 표시해야 한다. 또한 교회는 사회의 어머니이며 동시에 교사인 것이다. 세상일이 다 잘되어 간다면 구태여 잔소리 할 필요가 없겠으나 불행히도 다 잘만 되는 것이 아닌즉 잘못하는 부분에 관하여서는 어머니로서 또한 양심의 교사로서 빛을 밝혀 주어야 하고 잘못한 것을 깨우쳐 주는 소금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예수님께서도『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셨고『만일 소금이 싱거워지면 밖에 버려서 발 밑에 밟히리라』고 말씀하셨다. (마테오 5 13∼16)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태도를 버리고 앞으로는 좀더 복음정신에 입각해서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즉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 혼자만 잘 살면 된다 하지 말고 모두가 다 잘 살 수 있도록 관심을 돌려야 한다.
■종교는 문화의 근본
문화사적으로 볼 때에도 종교는문화의 근본 요소로서 종교 없는 문화, 종교 없는 사회란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가 사회문제에 어떤 형태든지 관여하는 것을 조금도 이상히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우리 교회는 문화의 핵심을 이루어 왔으며 현재 세계를 주도하는 구미 문화란 곧 기독교 문화라는 것을 누구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즉 교회는 다 쓰러져 넘어진 로마 문화 즉 이교도 문화를 기독교화하여서 구라파 문화를 형성하였고 중세기에는 기독교 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웠으며 이 문화가 발달하여 오늘의 기술문화를 형성한 역사적 사실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실을 속직히 인정한다면 교회가 때에 따라서는 사회문제에 관여한다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다 할 것이다.
■사회참여의 방법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들은 문제 해결을 흔히 힘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힘은 힘을 부르게 마련이니 힘 아닌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는 문제와 그 문제를 에워싼 여건에 따라서 방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일시적 효과를 위해서 또는 그 문제에 대하여 큰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힘에 의한 방법이 좋을 수도 있는 반면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면 힘에 의한 방법보다는 좀더 온건하고 좀더 연속성 있는 설득과 교회의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한때는 성급한 사람들이 문제를 눈 앞에서 보고 흥분에 못 이겨 힘으로 해결하려 하였으나 이런 방법의 결과는 어떤 것이지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즉 이솝의 우화에 나오는 바람과 해님의 시합처럼 거센 바람은 길 가는 나그네의 망또를 못 벗겼으나 따뜻한 해님은 그가 꽉 움켜쥐었던 망또를 아무런 힘도 쓰지 않고 벗길 수 있었듯이 설득과 교화는 약한 듯 보이면서도 사회 개발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의 본 사명도 힘에 의한 직선적 행동보다는 어머니와 교사로서 설득과 교화로서 능히 세계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성서에도 진리가 너희를 속량하리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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