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죽어 계심이어
천지간 만물은 살아 생동하고
주 홀로 죽어 계심이어
사흘이 지내어도
죽음의 그 메아리 허공에 가득 차고
주의 보혈,
부어 넘치는 빗물이듯
죽음의 잔마다 진홍으로 고여 있네
아직 옷을 입지 않은
춥고 서툴고
부끄러운 첫 봄
생명을 예비하는
지순들, 초록들, 목숨들이
잠시 불빛을 끄고
눈부시어 눈부시어 있네
이 세상 있은 후
완미한 첫 죽음,
주께서 죽어 계심이어
동서남북의 바람들도
어질게 눈시울 쓸어감고
구세주의 죽음을 묵상함이어
부활은 오직
죽음의 불더미에서
구워낸 칼이다
주께서 죽어 계심이어
큰 하늘에 천뢰로 울리는
죽음의 명제,
사람의 영혼이 세찬 충전을 맞이함이어
진실로 형제들아
우리가 생사의 뜻의 그 끝을 짚을 때까지
주님은 깨어나지 않으시리라
그분의 죽으심이
깊이 해심의 한복판에 머무르심이어
철학이 졸고
사랑도 갇혀 있는
시대,
주의 고난은 섬기지 않고
그 부활만을 탐내는
무리들,
주의 성심이
쓸쓸하고 더욱 공막하심이어
부활의 종소리 울리어도
더 오래, 오래,
주께서 죽어 계심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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