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한국 가톨릭중등학교 교장회에서 그렇게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었던 가톨릭중·고등학교용 종교 교과서 4권(중 1 하느님의 사랑) 중 2(생명의 말씀) 고 1「우리와 종교」고 2「우리와 사회」)을 내놓았다.
이것은 우리 교회로서 진정 축하해 마지않을 일이다.
사실 교회에서는 성당이나 학교나 병원·고아원·양로원 등을 건립하는 데는 열의로 그만큼 크고 또 그것들이 낙성되었을 때는 큰 잔치를 벌여 귀빈들을 초청하여 야단들이다. 그런데 그러한 건물들의 내용을 알차게 하는 지적인 면의 발전에 대해서는 그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렇게 축하를 받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 이 책(종교 교과서)이 어느 성당 하나 학교나 병원 하나를 지은 것이나 별로 다를 것 없는 크나큰 일인데도 아무런 잔치도 없이 조용히 (슬픈 일로는 이런 책이 세상에 나왔는지 조차도 까마득히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여하튼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의 학교들은 (초등학교나 중등학교, 모두) 어떠한 텍스트도 없이 종교 담당 교사의 재량에 의해 적당히 가르쳐 왔으며 또한 그것마저도 신통치 못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그러한 불편과 적당주의를 불식할 수 있는 중등 종교 교과서가 다행스럽고 기쁜 일인지 모른다. 우선 이것을 착안하신 교장 선생님들의 높은 뜻에 경의를 표하며 이 책들을 노고를 치하해 마지않는다. 그리고 차제에, 교회 당국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어찌하여 이런 교과서가 중등학교 교장회의에서 출판되어야 했느냐는 그것이다. 적어도 교회 당국에는「교리위원회」혹은「교리교육연구회」등이 있고 각기 주교들이 그 총재로 있으면서 이렇게 도시 급하고 중대한 일을 지금까지 방관(?)해 왔다는 데 대해 가슴 아픔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이들 책의 내용이 지니는 몇 가지 점을 개략적으로 지적해 보고 싶다.
우선 교리 내용의 토착화에 많은 신경을 쓰신 것은 좋았으나 그 배열이 전후 전도된 느낌이다. 다시 말하자면 교리의 중심이 나오고 연역적으로 풀이해 가다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러이러한 일이 있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교과에 따라 연역적으로 설명해야 할 필요에 의해 그렇게 했으리라 믿어지지만 될 수 있는 한 우리 주위에 있는한 사상에서부터 시작해서 귀납적으로 교리를 유도해 나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또 한 가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지적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랬으리라고 믿어지지만 같은 내용의 중복이 많은 것 같았다. 예를 들어 타종교에 대한 문제점 등(이것은 피할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하나 이것은 사소한 일이지만 학생들이 교과서의 내용에서 모순은 지적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예를 들어ㅡ중 2「생명의 말씀」중 구약성서를 풀이한 데서 십계명을 상 3계 하 7계로 분류해 놓고 그 설명에는 상 4계 하 6계로 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별 문제는 아니지만 전자는 성 아우구스디노의 분류법에 의해 가톨릭교회 전통의 것이고 후자는 피론이라는 유대인이 분류한 것으로서 오스톡스와 프로테스탄트에서 사용하는 것인데, 본문의 분류는 전자로 되어 있고, 풀이에서는 후자로 되어 있어 지적하고 싶었다.- 동 60면 참조) 아무튼 대체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역력히 나타나 있으며 특히 제한된 여건 하에서 이 4권의 책을 엮어 내느라 무진 수고를 했을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며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을 말하고자 한다. (이 책이 하나의 시안으로 나왔다는 전제가 붙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좀 더 널리 앙케트를 돌렸으면 하는 아쉬움과 보다 많은 나라들의 교과서를 참작했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문장에 대한 추고를 좀 더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점 등이다. 끝으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이것은 이 책의 내용과는 별개의 것이지만)
첫째로 이 책이 우리 교회가 경영하는 학교에서 우리 신자 가정의 자녀들과 입교하고자 원하는 학생들에게만 판매되는지 혹은 전반적으로 학교의 교과 과정으로 다루어지는지가 문제이다.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다 해도 교회가 경영하는 학교이니 만큼 입교는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종교시간의 교재로 사용될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본다.
둘째로 이 책 자체만으로서는 결코 학생들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 (다른 모든 교과서가 그러하듯이) 그렇다면 이 책을 다룰 만한 종교 교사가 각 학교에 확보되어 있는지가 문제이다. 만일 그렇지 못했을 경우 이렇게 힘들여 만든 교과서도 그 지닌 바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의 편찬 내용이나 수준으로 보아 아주 전문적인 교리 지식이 필요하겠기에 그 필요성은 더욱 절박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로 과연 얼마만 한 열성을 가지고 이 교과서가 각 학교에서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교과서를 다룰 수 있는 유능한 교리 교사의 부족으로 이 교과서가 하나의 사장된 교과서가 되어 학생들의 책꽂이에서 먼지만 쌓이게 될까 하는 것이고 다음은 경제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 학교에서는 그리 큰 부담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지방 학교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도 역시 학부형들에게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학교에서 이것들을 잘 처리하리라 믿고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각 학교에서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1백% 이용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가톨릭교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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