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종교영화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극영화로서의 골격을 갖추고 있는 외국영화, 즉「성의」「십계」「벤허」와 같은 작품처럼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장황한 사설과 설교조로 화면을 대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흥미를 갖기 전에 일종의 저항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 그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였다.
비신자들에겐 가뜩이나 필연성이 희박한 상황의 설정, 대상(天主)에 임하는 초인간적인 의지 등 내적인 이유와 자못 엄숙하려는 외적인 분위기가 작품의 인상을 불투명하게 해놓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나리오 작가의 빈곤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선보인 최하원 감독의「새남터의 북소리」는 관객에게 군림하려는 종교적인 의도가 노출되지 않고 영상을 통해 승화시키려는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이 영화는 49년 강춘 감독의「연화」를 비롯하여「구원의 정화」「목소리」등에 이은 가톨릭 수난 기록. 데뷔작「나무들 비탈에 서다」「독 짓는 늙은이」「고백」등 일련의 역작을 내놓은 교우의 작품이지만 천주학을 믿는 이 등 김 씨 일파를 국법으로 거세하려는 이 씨 집안의 역모를 통해 젊은이의 사랑과 영생에의 출발을 그리고 있다.
무대는 천주교 박해가 극도에 달했던 이조 말엽 영의정의 서자 한량군(南宮遠)은 어느날 천주교 신자 수색에 나선 관리들에게 쫓기는 낭자 데레사(尹精姬)를 구해 준다. 알고 보니 그녀는 어렸을 때 자신과 정혼한 여자였다. 한량군의 아버지인 영의정 이지연은 데레사의 부친 송압(姜桂植)과 사돈지간이 모르는 새 친교를 맺어 왔던 것. 그러나 천주교 신자인 송암이 사교로 밀려 대역죄로 처형되자 데레사도 천주님의 품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이렇게 묘한 상황 속에서 꿈에 그러던 낭자를 만난 한량군은 그녀를 차지한 뒤 새남터로 끌려가는 교인들을 따라가 자신도 신자임을 고백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 작품의 테마는「천기의 몸에서 태어난 서자」임을 슬퍼하던 상류계급의 도련님이「미천한 여자」와의 사랑을 통해 영생(天主)을 찾는다는 것인데 관리들에게 잡혀가는 수레 앞에서 그가 주교에게 영세를 받는「신」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강조된 묵주는 마지막 장면에 다시 클로즈업되지만 주연 윤정희의 메이크업이 연결 안 되는 등 화조가 고르지 못한 흠이 있는 채 안드레(金聲玉)의 밀고에서 참회에 이르는 드라마상의 기복이 밀도 있게 형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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