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성 이라는것
오늘에 사는 사람들의 두드러진 병폐는 의혹과 불신과 비리와 불성실 그 위에 도사린 근시안적 실리만 좆는 배금사상을 꼽겠다. 때 아닌 이상 기류가 거듭 몰아쳐서 사람들을 자꾸 소라 껍질 속에 가두어 놓고 만다. 사람 저마다는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외부와의 격절(隔絶) 속에서 남을 믿지 않고 자기에게도 불성실해져 눈 앞의 잇속만 노린 나머지 남 업어치기도 예사로 여긴다. 자기를 못 믿으니 남을 신용 못하고 의혹과 불신이 현대의 신앙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 타해(他害)가 결과적으로 자해를 초래함을 저리게 깨우쳐 주고 한 치 앞도 내다보기를 도리질하는 현대인의 생리를 깊이 파헤쳐 눈을 들어 멀리 위와 앞을 내다보는 꿈과 의욕을 안겨줄 중책감을 교회는 느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의 병원(病院)부터 파악하는 진단 치료법을 강구할 필요가 앞선다. 불신사상의 치료제는 보다 미더운 빛에의 희망을 안겨줌에 있다. 한국 시민들은 아직도 교회를 최후의 보루로 여겨 기대고 있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제일보로 자기 검토 쇄신부터 단행해야 하겠다. <내게 없는 것은 남에게 줄 수 없다>
미온적 신앙 공염불에 그치는 자기 위주의 생활을 벗어나서 빛을 옮겨 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 -먼저 기도생활의 철저를! 신앙의 원동력은 진심어린 기도라 하였다. 진지한 기도의 자세-그 기도를 행동화할 적에 비로소 우리는 사회 정화와 개개인 구원의 구실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소금의 소임
종교적으로 보아 소금과 빛은 동질성의 양면이라 하겠다. 세상에는 빛이 되고자 하는 이는 흔하나 소금이 되려는 이는 극히 드물다. 빛은 외면성(外面性)이요 소금은 내면성이다. 희생과 겸양의 멸사(滅私)의 봉사는 자기를 죽이고 남을 살리는 고난의 연속이니 그 밑거름 위에 발산되는 것이어야 참빛이요 오래 가며 남을 이끄는 등대도 될 것이다. 오늘의 교회와 그 구성 요원들이 사회와 시민들 앞에 어느 정도로 소금됨에 충실한지 갸웃거린다. 형제의 눈에서 티끌 찾아내기에 급급한 들보에 짓눌린 눈들! 신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자기를 올려 앉히려는 엇나간 사람이 득실거리는 거리에서 황금이 수호신이 되어 날개를 펄럭이는 요즈음 사회에 침뱉고 교회를 꼬집는 것을 능사(能事)로 삼는 자칭 빛기둥보다 어두운 사회에 짓눌린 맹목(盲目)의 삶에 기도의 단비를, 냉수 한 잔 권하는 애덕의 손길을-나아가서 제 살을 베어 남을 살리는 한 알 한 알의 소금이 얼마나 시급한 구급약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높이 도사린 교사보다 함께 울고 함께 굶는 둥지를 갈구하고 있다.
▨신앙의 발전
나하나의 영혼을 건지는 것이 유일한 신앙 목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들 모두의 성화(聖化)를 이웃과 사회와 민족 전체의 세례를-이윽고 인류를 송두리째 하느님의 것으로 돌려 드리는 운명 공동체적 연대(連帶) 사명감을 우리는 피부로 느껴야 하겠다.
나 하나의 구원 나만의 행복을 추구할 만큼 그리스도교는 옹졸한 종교가 아니다. 그리스도적 사명감에 충일되어 제민구세(濟民救世)하는 대아(大我)의 견지에서 대대적으로 이웃에 사회에 따스한 체온과 밝음을 펼치는 열띤 활동력을 너도 나도 일백% 발휘할 때는 바로 지금 이 시각인 것이다. 영적(靈的)인 것에 심한 갈증을 느낀 때는 일찌기 없었다. 오늘날처럼 악마의 먹안개가 짙게 사람들의 양식(良識)의 눈을 가려 버려 표준선을 인하(引下)시키고 가치 전도(顚倒) 판단의 혼돈을 빚어낸 적은 일찌기 없었다. 중환자일수록 명의(名醫)를 더 손짓하는 법이다. 지상 최고의 명의여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어찌 팔짱 끼고 외면만 일삼을 수 있겠는가?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도 임하시게>하기 위하여 빛의 원동력인 소금을 장만하는 것-외적 비약을 위한 내적 충전(充電)에 게으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제언
⊙허술한 뒷문=여러 해째 이 땅 가톨릭은 전교의 옥토임을 구가해 왔다.「구제품 교우」(?) 만들기에 급급하여 통계표 올리기에만 주력하면서 뻥 뚫린 뒷문으로 무수한 냉담자가 흘러나가는 점에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음을 자인해야 할 것이다. 영세는 입학이지 결코 졸업일 수 없다. 영세자의 계속된 재교육에 왜 힘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동교육=몇몇을 제외하고는 주일학교가 극히 형식적 재래식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시청각 입체 교안을 짜내어 현대에 알맞는 주일학교 운영이 시급하고 또 주일학교용 교회음악 책도 교재와 함께 갖추어야 할 것이다.
⊙행동의 전교=말만의 전교는 무기력하다. 굶는 이웃에게 쌀 한 공기 나누어 주는 애덕의 실천! 인격적 감화야말로 가장 설득력이 강한 전교 수단이 아니겠는가.
⊙매스콤 문제=이 땅 교회에서도 매스콤 각 분야 및 사회의 중대현상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견해와 태도 피력을 제때제때에 하여 민중의 오롯한 판단에 교사 구실을 해 주었으면 한다. 신문·잡지·단행본 및 연예물(연극·영화·방송·TV극) 등에 대한 윤리적 평가도 정기적으로 내리는 기구가 설정되어야 한다. 이것도 사회를 앞장서서 이끄는 인류의 어머니요 교사의 숭고한 소임의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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