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아버지는 공무원이 아니었기에 퇴직금 한 푼 없이 오직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퇴직해야만 했습니다. 어디서 얼마나 가족들을 걱정하시다가 두 눈이 충혈된 채 귀가하시는 아버지를 대할 적마다 명색이 장남인 불구의 저의 가슴은 찢어지듯 괴롭습니다』어려서 몹쓸 병으로 꼽추에다 하체까지 마비된 도명덕(베드로·58) 씨의 장남 현룡(안또니오·21) 군은 실직된 아버지의 취직을 각계에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 대명동 5구 49의 2 최상한 씨 댁에 세들고 있는 도명덕(베드로·58) 씨 가족 7명은 도 씨가 지난 3일 21일 노무자로 일해 오던 농업협동조합에서 고령으로 퇴직, 온 가족이 굶주림과 싸우며 실의에 젖어 있다.
도 씨가 공판장에 나갈 때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단란한 생활을 이끌어 올 수 있었으나 막상 실직하게 되자 노동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7식구는 당장에 식생활이 위협을 받게 됐다.
도 씨의 장남 현룡 군은 불구의 몸이어서 문 밖 출입은 전혀 할 수 없고 모여상 야간부에 재학 중 집안 사정으로 결석계를 내고 휴학 중인 군자 양(가명·울술라·19)도 원인 모를 병으로 거동이 어려운데다 모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남 기룡(가명·라파엘·16)과 국민학교에 재학 중인 남매 등 노동력을 가진 사람 일라고는 한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장남 현룡군은『돈을 보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노무자들이 일할 곳이 있으면 서울이든 대구든 아무 데도 좋습니다. 제발 아버지가 일하실 곳을 좀 마련해 주십시요』라고 호소하고 있다.『아버지의 나이가 비록 58세라고는 하지만 젊어서부터 노동으로 단련된 몸이어서 아직까지는 어지간한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고 밝힌 현룡군은『이런 어려운 때에 발벗고 나설 수 없는 불구의 몸이 한없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말끝을 잇지 못한다.
어려운 살림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서적을 통해 틈틈히 라디오 기술도 배웠으나 혼자의 힘으로는 문 밖을 나올 수도 없는 몸이어서 취직 같은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불구의 몸이지만 굳건한 삶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현룡 군은『저에게 휠체어 한 대만 있으면 거리에 나가 구두도 닦고 신문도 팔아 어려운 집안을 도울 수 있겠지만…』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한편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군자 양은 대구대교구 까리따스의 주선으로 파티마 무료 병실(담당=이 수녀)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그런데 도명덕 씨 가족들은 삼덕동본당(주임=강찬형 신부) 소속으로 부인 최 여사가 천주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장으로 활약하는 등 모범 신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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