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의 대상으로서의 지구가 아니라 사회과학적 개념으로서의「세계」가 비단 우리 관념 속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일상생활과 직결하는 객관적인 실재로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20세기 후반기부터이다. 이「세계」가 인류의 생활 속에 실재케 된 것은 주로「코류니케이션」의 수단이 고도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교통 수단의 급속한 발달은 세계의 거리를 말살시켰으며 매스콤 미디어의 경의적인 발전은 정보의 동시「세계 전달」을 가능케 했다.
이처럼 공간의 거리는 말살되었지만 인류가 설정한 정치적인 거리는 말살되기는 커녕 계속해서 엄연히 존재한다는 데 인류의 비극이 있다. 지구에서 수10만km나 떨어진 달세계까지 안전하게 갔다올 수 있는 미국이 어째서 휴전선을 넘어 북한에 자유로이 출입할 수 없는 것인가? 정치적 거리의 보전이나 확대는 인류의 제집단, 국가 간에 민족 간에 인종 간에 계급 간에 증악감 적대의식이 작용하여 상호 간의 이해와 화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만약에 매스콤 미디어가 대립하는 집단 간에 증악감을 없애고 친근감을 조장한다고 하면 세계 평화는 공고해지고 인류의 장래는 밝아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세계 평화는 불안해지고 인류의 장래는 암담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20세기 최대의 발명은 원자력과 매스콤 미디어의 혁명적 변화이지만 양자 공히 선용하면 인류의 무한한 번영과 발전을 촉구해줄 것이로되 악용하면 인류를 전감시키는 수단으로 화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 기술의 혁명시대에 돌입한 오늘의 문명사회는 일반적으로 ㉠보편적인 인간 소외 ㉡공동생활의 필요를 충족키 위한 조직에의 다원적 예속이 자아내는 인간의식의 분열과 왕체적인 인격의 상실 ㉢사고의 태만 내지 거부로 매스콤이 조장하는 가치나 의심을 일방적으로 수용 ㉣이른바 군종 속의 고독 등을 근본적인 특징으로한다. 풍요한 물질생활이 정신생활의 황폐를 가져오고 인간 존재의 의의에 대한 반성을 게으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질의 풍요나 생활의 안일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적 불구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물질문명의 발달을 회의의 눈초리를 가지고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위에 지적한 현대 문명 세계의 부정적인 면은 정보 전달의 매개체로서의 매스콤의 역할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크게 해주고 있다. 매스미디어는 진실을 전달하는 데 충실하고 국민으로 하여금「알 권리」를 충족해 주어야 하며 시대적인 사명의식을 가지고 방향감각을 잃고 정신의 황토에서 방황하고 있는 무수한 인간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제공해 주어야 하며 인류를 불안과 공포와 빈곤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앞장 서야 한다.
로마 가톨릭이「가톨릭 홍보주간」을 설정해 가지고 현대 세계에 있어서 매스콤이 점하는 역할이 큼에 비추어 그 선용을 권장하는 소이는 바로 여기 있는 줄 안다. 가톨릭 신도로서 매스콤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맡은바 사회적 사명 사도적 역할이 유달리 큼을 자각하고 매스미디어 선용에 앞장서야 한다.
오늘 우리 사회의 매스콤은 대단히 위축되어 있다. 그것은 시대 환경이 엄중해짐에 따라서 매스콤의 독립이나 자유가 위태롭게 되어 있다는 데 기인한다. 정부 권력과 매스미디어는 서로들「체크ㆍ앤드ㆍ바란스」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익을 신장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 전제가 되는 것은 정부와 매스미디어가 서로들 상대방의 독립과 사회적인 기능 수행을 존중해 나가는 데 있다. 매스콤에 대한 정부 권력의 부당한 간섭이나 조작은 매스콤 미디어로 하여금 그 맡은 바 사회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정부 권력에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보면 손해를 주는 것이다. 자유 언론은 아무 때나 폭력 충동에 대한 최대의 안전변이고 상호 이해와 진보, 그리고 진리에 접근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우리 사회 매스콤의 추락상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는 없다.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키 위해서 故 케네디 대통령 부인의 재혼사건을 대서특필로 보도하는 따위의 독기주의「무국적주의」제작자들도 자기의 자녀들에게 보이기를 원치 않는 저속한「에로페퍼」의 성행, 흥미 위주 오락 본위의 방송 프로 등은 매스콤 종사자들의 양직을 크게 의심케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현대 매스콤의 왕자」라고 하는 TV가 3천만 국민의 백치화를 촉구하지 않는다고 하면 다행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매스콤의 타락에 대해서는 독자나 시청자들이 선택의 자유를 잘 활용하여 저속한 것 못된 것 불건전한 것 악한 것을 단호히 거부해 나감으로써 매스콤의 부패 타락을 측면적으로 견제해 나가야 한다. 인간이 주체성을 견지하는 한 그는 아무리 타락된 시대 환경 사회 환경 속에 살더라도 자기 나름으로서의 사고와 행동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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