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사회의 공해
최근 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일으키는 학문으로는 생태학 내지 미래학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인간사회의 공해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기계문명의 무절제한 발전 속에 지금까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해로운 점이 수반되고 있음을 우리는 최근에야 절감하게 됐다. 간단한 예로 공장의 매연으로 인한 식물의 죽음, 동물의 호흡 장애와 같은 공기 오염으로 인한 공해 그리고 폐수로 인한 물의 오염을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소음으로 인한 신경과민, 비료를 준 쌀을 먹고 피부가 상하는 화학공해, 플라스틱 공해 등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이중 삼중의 공해로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
공해는 비단 이러한 물리 화학 등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사회적 공해 도덕적 공해, 윤리적 공해, 이런 비물질적인 것에서 발생하는 공해도 물질적 공해 이상으로 무서운 공해다.
이러한 비물질적 공해를 통틀어 문화적 공해라 할 수 있다.
생활의 위험, 생존의 위험은 문화적 공해나 물질적 공해나 같이 작용한다.
인간은 일정한 양의 영양을 섭취하고 일정한 수면을 필요로 하는 기계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생물체로서의 인간의 생리적 기본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물질인데 이것에 대한 위험이 곧 물질적 공해다.
■ 문화적 공해
이와 못지 않게 인간에게는 2차적 욕구 또는 심리적 욕구라는 것이 있다.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정서적 반응을 기대하며 오늘의 안정이 내일까지 보장되지 않으면 불안하게 생각하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즉 전자는 정서적 반응에의 욕구이고 후자는 지속적 안정에의 욕구이다. 이러한 심리적 욕구에 대한 공해가 곧 문화적 공해인 것이다. 예컨대 사회가 병든 것 같고 불안한 것 같고 사회의 어딘가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에는 벌써 공해가 내재한 것이다.
물질적 공해의 원인은 비교적 규명하기가 쉽고 따라서 처방도 비교적 명백하다. 그러나 문화적 공해는 어디가 선이고 어디가 후며 어떤 것이 주인이고 어떤 것이 부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 흐려진 사도
하나의 실례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육계를 보더라도 교사는 개인적 이익 추구에 흘러 스승의 도리를 망각하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선생을 업수이 여겨 학교라는 이미지는 그 본래와는 많이 유리된 느낌을 준다. 돈을 벌기 위하여 정상 수업을 줄이고 과외 수당을 받고 돈의 양껏만 지도하는 곳에 스승이고 제자고 있을 수가 없다. 선생은 얼마짜리로 평가되고 또 학생을 얼마짜리로 계산하는 마당에 인격이 존재하기란 극히 힘든 일이다. 학계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교수는 적당히 시간만 채우고 교묘한 말재주로 학생들을 현혹하여 인기 전술이나 피우고 꽤 학식 있는 체하여 고자세로 임하면서 뜻인즉 다른 곳에 있어 학문을 출세의 수단 호구지책의 방편으로 삼고 있는가 하면 학생은 학생대로 적당히 눈가림으로 시간이나 채우고 학점이나 취득하여 졸업상을 받고 나가면 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쑤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진실이니 진리 탐구니 하는 본래의 학계가 가져야 할 도는 여지없이 말살되어 가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무엇이 원인인지 자세히 모르겠다. 대인관계란 것은 비단 1 대 1의 것이 아니고 다른 영역 예컨대 사회, 학교, 가정 등이 모두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 양심과 자유 의지
문화적 공해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는 양심은 가치관에 따라 영향을 받고 가치관은 사회적 산물이라고 결론짓는다면 별 도리가 없다. 이는 너무 절망적이어서 생의 의의가 희박해진다.
인간 생명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천부의 것인 것 같이 양심을 그래도 주어진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절대진리에 가까운 영역이라 보고 이것에 입각하여 사회악을 비판하고 공해를 제거할 힘을 자유 의지에 둔다면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 양심과 자유 의지는 다른 종교에서 무어라 표현하든 철학자가 무어라 명명하든 인류의 공동 재산임엔 틀림없다. 구원의 광명이란 이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공해 특히 문화적 공해의 제거에는 인간의 양심과 종교적 양심 등의 과감한 총동원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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