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교회가 무엇이며 그 본질적 구조가 어떠한지 묘사하였다. 앞으로는 그러한 교회가 하는 일 즉 사명에 대하여 고찰할 것이다.
1. 세계의 복음화
주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너희의 말을 듣는 사람은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배척하는 사람은 나를 배척하는 사람이다』(루가10、16)하셨고、또『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치라』(마태28、19)하셨다.
성서에 명시된 주님의 명령에 따라서 교회도 그 사명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앙과 구원을 전파할 의무를 지고 있으니(중략)교회의 사명은 교회를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에게 완전하게 현존케 하는 활동으로 완수된다』(선교교령5).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을 모든 사람에게 전수하여 신비체가 성숙한 몸이 되도록 하는 것이므로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사명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말해서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하여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지 교회라는 사회단체가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지만、신비체로서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머리와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주께서 외적인 설교와 기적으로 백성을 가르치시면서 내적으로 은총을 추셔서 그들에게 믿음을 일으키신 것처럼(요한4、10~14)오늘의 교회도 성령의 은총과 외적 조직과 활동을 통하여 구원사명을 수행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명에 참여하는 목적은 인간구원을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현양하는 것이다. 인간의 구원과 하느님의 영광의 현양은 별개의 사실이 아니고 동일한 사실의 양면(兩面)이다『교회는 기도하고 일함으로써 인류전체가 하느님의 백성과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성령의 궁전으로 변모하여 만물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의 창조주이신 성부께 온갖 영예와 영광을 드린다』(교회헌장17).
옛날에는 교회사명의 수행을 선교(宣敎)라 하였지만、차츰 선교의 대상과 내용이 확대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포괄적으로 세상의 복음화(福音化)라고 한다. 선교라는 개념은 교회를 선전하는 것 즉 미신자에게 교리를 가르쳐서 세례를 주어서 신자를 만드는 작업으로 좁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교회의 사명은 단순히 신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세상만사를 창조주의 창조목적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복음화라는 개념이 교회의 사명을 잘 표현한다(선교교령9、12참조).
협의의 선교를 포함하여 하느님 나라의 구현을 위한 교회의 활동화 작업이라고 한다면、여기에는 분리할 수 없는 해방과 성취의 두 가지 작업이 병행한다. 한편으로는 인간구원을 가로막는 모든 악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다른 한편으로는 은총을 부어주어서 인간을 하느님의 자녀로 재생시키는 것이다.
근자에 소위 해방신학이 사회악으로부터의 인간해방을 부르짖으면서 은총으로 이룩되는 인간성취를 소홀히 취급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인간은 그 무엇에서 해방됨으로써 곧 구원되는 것이 아니고、해방되면서 은총으로 성취되어야 구원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예를 들면、이스라엘 백성이 에집트에서 해방되면서 하느님의 백성이 된 것이 아니고、해방되고 시나이산에서 야훼와 계약을 맺음으로써 하느님의 백성이 된 것이다.
2. 복음화의 3단계
포괄적으로 복음화라 하지만 거기에는 내용상 3단계가 포함된다. 이 3단계는 논리적으로 구분하는 단계이지 시간적 선후를 강조하는 단계이지 시간적 선후를 강조하는 단계는 아니다.
첫째. 어떤 지역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알려주는 복음선포로써 복음화는 시작된다. 『교회로부터 파견된 복음의전파자들이 온세계에 가서 복음선포의 임무와 아직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백성들과 사회안에 교회를 심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업을 선교(Missjo)라 한다』(선교교령6).
교회의 선교는 복음을 듣고 믿는 개인들의 구원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로써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교회헌장9). 이 첫째단계를 선교단계라 할 수 있다.
둘째, 어떤 지역에 심어진 교회가 말씀의 선포와 성사들의 집전과 신앙생활을 진도함으로써 신자들의 영신적 성숙을 도모하는 사목을 전개하는 것이다.
신앙인의 영성적 성숙은 하느님의 은총에 깊이 잠기어 그의 신심생활과 사회생활이 유리되지 않고 신앙의 원칙대로 생활하게 되었을 때에 증명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도생활과 성사생활에 충실하면서 언어와 행동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신자라야 성숙한 신앙인이다.
반대로 예를 들면、신심생활에 등한하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양심적으로 충실히 사는 신자나、신심생활에 충실하면서 복음선포에 무관하거나 직업생활에 불충실한 신자나、교회활동에 적극적이면서 자녀가 사제나 수도자 되는 것을 반대하는 신자들은 영성적으로 미숙한 신자이다.
셋째, 사회의 복음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인간의 구원이 교회의 사명이라면、구체적인 인간의 실존적 상황인 사회환경을 정치 경제 문화 등 인간활동의 모든 분야들이 인간구원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의 복음화도 교회의 사명에 포함된다.
그래서 교회는 직접적인 선교를 하면서 동시에 인간활동의 모든 분야가 하느님이 설정하신 규범과 목표에 상용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특히 윤리적 차원이 개재되는 인간관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인간관계의 윤리성은 인간구원에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