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회정의연구회는 선교 3세기에 돌입한 한국교회의「사회사목」을 위한 방안을 제시코자「한국 천주교 사회사목을 위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오경환 신부(가톨릭대) 박문수 신부(서강대) 윤여덕 교수(서강대)등이 참여, 본당신자와 가톨릭사회운동 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종교생활ㆍ종교의식ㆍ사회의식ㆍ사회문제ㆍ교회 및 단체의 대응방안ㆍ인적사항 등을 묻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본 조사는「가톨릭 사회론의 기본정신에 입각해서 본 한국교회의 당면과제-노동자ㆍ농민ㆍ도시빈민사목을 중심으로」라는 주제 하에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1989년 1월부터 5월에 걸쳐 실시되었다. 본 연구는 역대 교황들의 사회회칙과 그에 준하는 문헌들에 나타난 기본정신을 고찰하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의 시대적 문제인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현실 및 그들을 위한 교회의 활동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알아봄으로써 한국교회의 사회사목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본 조사는 조사대상자인 일반신자와 가톨릭 사회운동단체(가톨릭노동청년회, 가톨릭농민회, 가톨릭노동사목협의회, 천주교 도시빈민회)회원에게 구조화된 설문지를 배포하여 응답하게 한 후 회수하는 방법을 사용하였고 자료의 수집은 1989년 1월부터 5월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설문지의 배포 및 수집은 과학적 절차에 의거하여 이루어졌으며 각 교구 신학생이 담당하였다. 조사완료 된 표본가운데 최종적인 분석대상으로 삼은 설문지는 일반신자 1천8백28매, 가톨릭사회운동단체 회원(이하 단체회원) 4백17매, 총 2천2백48매이다.
설문지의 내용은 종교생활(6문항), 종교의식(11문항), 사회의식(11문항), 사회문제(8문항), 교회 및 단체의 반응방안(21문항), 인적사항(14문항)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단체회원의 경우에는 단체활동(17문항) 부분이 더해진다.
조사방법
일반신자 표본의 선정은 다단추출법(多段抽出法 multi-stage sampling)과 계통적 표집(系統的 標集 cluster sampling) 설계에 의한 집락표집(集落標集 cluster sampling 모집단을 집락이라고 부르는 많은 수의 집단으로 분류하여, 그 집락들 가운데 표집의 대상이 될 집락을 먼저 뽑아낸 다음, 뽑힌 집락에서만 표본을 추출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40개 본당(전국의 5.4%) 2천명의 신자를 조사대상 표본으로 계획하고「한국 천주교 주소록 1988-1989」에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본당을 집락으로 하여 매 18번째를 계통적으로 추출한 다음, 각 본당마다 난수표를 이용하여 무작위로 반 또는 구역을 추출하고 표집된 반에 소속된 20세 이상 70세 미만의 모든 신자들을 표본으로 삼았다. 표집된 각 본당집락에서 추출되어야 할 표본수는 먼저 전국 총신자수에 대한 교구별 신자수 비율을 구하여 교구별 계획표본수를 정하고 이를 추출된 본당의 신자수 비율(추출된 본당들의 교구별 총신자수를 추출된 본당의 신자수로 나눈 것)에 따라 나눈 것이다.
사회운동단체회원 표본의 선정은 가톨릭노동청년회의 경우 조사 대상자를 약 2백 명(전국적인 수준)으로 계획하고 팀(team)을 조사의 기본단위로 삼아 팀에 속한 회원 전원을 조사대상 표본으로 하였다. 가톨릭농민회는<우편번호부>(1988년2월1일 시행)를 이용하여 전국 1백38개군 가운데 제주도의 2개 군을 제외한 1백36개군 중에서 매 6번째 군을 계통적으로 추출하여 22개 군(전국의 16%)을 뽑았다. 이 22개 군 가운데 농민회 분회가 조직되어 있는 지역의 농민회원을 전수조사(全數調査)하기로 계획하였다. 가톨릭노동사목협의회는 노동상담소나 노동사목집의 실무자 및 협력자를, 천주교 도시빈민회는 회원들을 전수조사하기로 계획하였다.
본 조사에서는 일반신자와 단체회원 간에 과연 의미 있는 차이가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분석방법으로는 성, 나이, 교육단체 소속을 독립변수로 하는 다중회귀분석을 사용하였다.
본 조사에서 나타난 일반신자 및 단체회원의 성별, 나이별 구성, 교육정도 등 사회적 배경은 <표1>과 같다.
종교생활
일반신자나 단체회원 모두 신자로서의 자부심을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일반신자 70.8%, 단체회원 74.0%). 주일미사는 일반신자가 단체회원보다 더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성경은 단체회원이 일반신자보다 더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난다<표2>.
그런데 단체회원들의 다수가 젊은 연령층이고 현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본당에서 단체활동을 하고 있는 비슷한 연령층의 일반신자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종교의식
전반적으로 볼 때 일반신자들은 『하느님의 백성』이란 개념을 넓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단체회원의 경우는 더욱 넓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표3>.
또한『예수는 생전에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현실참여를 하였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해『그렇다』혹은『그런 것 같다』에 응답한 신자들이 전체의 80.0%에 이르고 일반신자의 66.7%가 가톨릭사회운동단체의 회원들이 가톨릭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보며 단체회원 대다수(79.6%)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목적을 복음화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일반신자와 단체회원 모두가 복음화와 사회정의 실현을 관련지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교회운영과 관련한 물음에서 평신도의 역할이 보다 커져야한다는 데에는 일반신자(91.1%)와 단체회원(91.9)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나 현재의 교회운영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일반신자의 53.4%가『평신도와 성직자 모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비해 단체회원은 55.5%가『성직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보고 있어 의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보다 세밀한 분석을 요하는 것이지만 단체회원이 교회로부터 더 많이 소외되어있고 따라서 성직자 중심의 교회운영에 대해 더 많은 갈등을 느낀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의식
사회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 중에서 특히 빈부차이의 원인 및 그 해결책에 대한 물음에서 일반신자와 단체회원 간에 의견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빈부차이의 원인에 대해서 일반신자는 37.1%가, 단체회원은 81.5%가『개인의 능력에 보다는 국가의 정책에 더 큰 원인이 있거나 전적으로 국가의 정책에 원인이 있다』라고 응답하고 빈부차이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두 집단 모두가『정부정책이 바뀌어야한다』 (일반신자 59.6%, 단체회원 47.2%)는 것에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 다음으로 단체회원은『민중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45.8%)는 의견이 많은 반면 일반신자는『없는 사람이 더욱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20.0%)는 의견이 많다. 보다 세밀히 분석해보면 농촌신자일수록 민중정권에 대한 응답율이 높은 특색을 보인다.
대응방안
대부분의 신자들이 교회가 사회정의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지지하고 있으나 보다 강한 대응방법인「성직자의 시위」에 대해서는 일반신자의 54.6%가 반대하는데 비해 단체회원은 72.5%가 찬성의 의견을 보여 대조를 이룬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권문제에 대해 성직자들이 그것을 분명히 비판하고(일반신자 80.2%, 단체회원 94.7%) 인권증진, 정의실현을 위해 단식을 하거나 기도회를 하며(일반신자 69.7%, 단체회원 83.3%) 가톨릭 사회운동단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일반신자 70.6%)고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가톨릭 사회운동단체의 재정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며(일반신자 51.9%) 각 성당의 시설을 가톨릭 사회운동단체들의 회의 및 행사장소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일반신자 50.6%)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민족통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일반신자의 75.6%가 『교회가 민족통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당면문제
본 조사를 통해 대부분의 신자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변화된 사회교리를 잘 수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교회와 복음화개념에 대한 폭넓은 인식, 교회운영에 있어서 평신도의 역할에 대한 강조, 교회의 사회정의 활동에 대한 깊은 관심 등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많은 수의 신자가 공의회 이후 영세를 받아서 상대적으로 그 이전의 영향을 덜 받았거나 일반신자들의 교육정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일반신자와 가톨릭사회운동단체 회원을 비교해보면 종교적 열심도에 있어서는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단체회원들이 교회나 복음화 개념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사회의식이나 교회의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보다 강한 견해를 보인다. 따라서 사회의식이나 교회의 대응방안에 대한 일반신자와 단체회원과의 차이는 종교적 열심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교회나 복음화의 개념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교회 운영과 관련해서 평신도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의식은 높은데 비해 현실적인 교회운영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일반신자의 이상과 현실인식 사이의 차이나 단체회원의 비판적 의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평신도의 역할에 대한 성직자들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자들의 사회정의실현에 대한 관심은 곧 민주적인 교회운영에 대한 관심과도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의식과 대응방안에 있어서 단체회원과 일반신자, 농촌신자와 도시신자 간에 나타나는 의견의 차이는 곧 교회에서 소외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교회에서도 소외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차이가 빚어내는 갈등은 사회의 복음화를 지향하는 교회가 현재의 사회문제와 같은 불화의 요인을 안고 있다는 표시이며 교회가 해결해야할 당면과제인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조사결과 나타난 한국교회의 당면문제를 지적하였다. 이는 한국천주교 사회사목 방안 수립을 위한 의식조사의 중간 분석결과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보다 다각적인 검토와 분석을 함으로써 나타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명으로 보다 구체적인 사목방안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표1> 응답자의 사회적 배경
<표2> 미사참례 및 성경읽기
<표3> 하느님의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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