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역사적 존재
인간은 역사적 존재이며 교회 또한 역사적 존재이다. 과거로부로부터의 시간적 흐름 가운데 전개되어 내려온 역사적 과정 가운데 인간도 교회도 생성되고 오늘에 이어졌던 것이니 그 누구도 역사를 외면할 수 없고 역사의 규범 밖으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역사 운명체라는 말이 쓰여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역사의 절대적 제약에 좌우되거나 역사적 기반에 저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은 역사적 개체인 동시에 역사적 주체인 까닭이다. 인간이 곧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현대의 역사를 창조하는 데 주체이며 미래로의 역사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 인소인 까닭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은 현재생의 충실과 미래로의 발전적 역사 전개를 위한 창조적 발전적 공헌이 촉구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에 희구되어야 할 양식이며 인간에 부과되는 역사적 사명인 것이다. 역사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창조적 발전적 노력은 역사에 터전하여 전개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과거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며 이 성찰을 통하여 키워야 할 전통과 버려야 할 인습이 가려지고 의의 있는 역사적 전통 위에 발전적 노력이 모색되어야 한다.
■전통과 인습
전통과 인습은 다같이 과거지사라는 공통성이 있으나 그것은 현대 세계의 역사적 가치관에서 전자는 발전시켜야 할 것으로 후자는 탈피 청산되어야 할 것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교회의 사회 참여란 현대 세계의 특성에 비추어 절실해진 역사적 필요이며 요청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 교회가 사회 참여에 림하여야 할 기본 태도를 전통과 인습이라는 점에서 성찰해 보자.
한국 천주교회가 전통으로 특필되어야 할 일은 평신도 중심의 교회 창립과 평신도 중심의 박해시대의 교회 발전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오늘날의 한국
천주교회가 한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지위로 자라기까지에는 많은 성직자들의 피어린 공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類 다른 교회의 창립-일세기 간에 걸친 서교서의 학문적 연구에 의한 신앙생활으로의 승화一과 혹심 처참한 박해의 연속에 목자 잃은 양떼로 성직자 없는 교회로 류산 학살의 선풍 가운데도 흩어진 교인들을 재수습하고 신앙생활을 영도하였으며 성직자 영입운동에 분망하였던 평신도들의 활동이 곧 우리 교회의 오늘을 이르게 한 원동력의 하나였다.
금일보다 살기 좋은 내일을 위하여 무너질 수 없는 양심세계의 사회 침투를 위하여 적극 추진되어야 할 정의와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회 참여의 기본 태도로 우리 선대 교인들의 적극적이고 지성적이었던 노력과 정의와 진리를 자진개척하였던 역사적 선지의 전통을 살려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팽일하고 있는 부신과 배금 그리고 무관심에서 인간 상호간의 신뢰를 돌이키고 물질만능의 망상을 까부시고 공동체적 의식을 진작시키는 일에 있어 우리 교회의 자랑스러운 이 전통을 되살려 나가야겠다는 역사적 성찰이 있어야겠다. 이러한 기본 태도는 오늘날 가톨릭 교회의 보편적 사명으로 운운되고 있는 평신도 사도직적 기본정신과 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 립장에서 우리 교회의 내적 영력을 우리 사회로 침투 확대 작용시키는 새 전통을 확립하여야 한다.
■내적 영역 넓혀야
우리 교회의 내적 생명을 교인들만의 교회만의 것으로 만족하던 과거상에서 이를 밖으로까지 확대 작용시키는 새 교회상의 실현을 위하여 한국 교회
초대 개척자들과 평신도 지도자의 자율ㆍ자립ㆍ자조의 개척자적 파수자적 전통을 살려야 한다.
■버려야 할 인습들
한편 현대 한국 교회가 시정해야 할 인습의 하나이며 일부적 현상이라고만 할 수 없는 독적ㆍ군림적 교회활동은 사회 참여에 있어 영역의 집중을 기할 수 없는 후퇴적 요인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전도시대의 외인 성직자 밑에서 양성되었고 유교적 란속
의 전근대적 계층관에 터전하였던 이러한 교회 인습은 그리스도 공동체의 기본 개념에서도 재고되어야 하겠거니와 고도의 조직사회, 소발적인 지식의 격증, 복잡한 사회의 분화 라는 현대사의 역사성에 비추어 한 조직, 한 사회에서의 일인의 독존적ㆍ군림적 통제는 의의를 상실하고 있다.
교회활동에 있어서 영적 지도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성직자의 권위와 교도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나 다면적 성격을 지니게 된 교회활동은 물론 더욱이 교회의 사회 참여에 있어서는 교회 구성원의 총화와 총력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고도의 조직적 권능이 발휘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에 묵수를 고집하고 있는(일부일 것이다) 일인 군림, 아보의 인습은 승화되어야 할 것이다. 즉 공동체적 기본정신에서 현대 사회의 역사성에 감하여 사회 참여에 선행되어야 할 일이 바로 우리 교회사에서 성찰되는 인습의 타파인 것이다. 그리하여 공동체적 총력을 사회 참여에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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