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나그네는 신의 자비를 자주 기다린다. 비록 그는 꺼져가는 마음으로 차다찬 바다 물결을 아득히 먼 곳으로 노 저어 가야만 하지만, 망명객의 길을 더듬어 가야 하는 신세,「위어드」를 피할 길 없도다.-「나그네」-
이 끝줄의 「위어드」를 주시하자. 이 시는 무명 시인이 지난날 총애를 받아오던 군주와 사별하고 전쟁에 모든 친척을 잃은 채 홀로 고국을 떠나 새로 등구해 줄 군주를 찾아 일엽편주에 몸을 담고 바다를 노 저어가는 신세를 읊은 것이다. 이 독백 형식의 시에서「앵글로색슨」의 정형적 정서를 독자는 느낄 수 있다. 항방도 없고 가슴에 벅찬 감회를 토로할 상대도 없다.「위어드」에 거역하지 말아야지. 마음의 위로조차 찾을 길 없고나. 지난날 군주가 베풀었던 호화찬란한 연회 석상에서 자기에게 내린 가지가지의 영광 찾을 길 없고 그 님도 가시고 눈 앞에는 냉랭한 만경창파만이 넘실거리고 있다. 다시 생각을 돌려 보자 . 지상의 영화치고 영원한 것이 어디 있나?
어디를 가나 도시의 페허와 귀인의 무덤을 보리라. 보물도 사라져 가고 친구도 사람도 친척도 자취 없이 가버리도다. 세상의 온갖 것 공허하도다.
서정시「나그네」의 첫 머리를 소개해 보았다.「나그네」에는「위어도」란 낱말이 네 군데 나타난다. 먼저 세 번 나타나는「위어도」는 무의지적인 숙명으로서의「위어드」이며「앵글로색슨」족이 대륙 표랑시대에 지녔었던「게르만」족의 이교적 여운을 풍기고 있다.
「위어드」의 제계률은 엄하도다. 그것은 세상만물에 큰 변화를 가져오도다.
이 1백7번째의 마지막「위어드」는 천지 주재자로서의 의지를 가진 기독교의 소위「신」을 가르키는 것이다.
사실「위어드」는 그런 뜻으로 사용된 근거가 있는 것이며 필자의 독단은 아니다.「고대 영문학사」의 저자 S. A. 브룩크의 연구에 의하면 최초에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은「앵글로색슨」족이 생각하기에는 허다한 경우, 혹심하게 대했으므로 그들의 생활은 격렬한 싸움이었고,
그 생활의 반려는 슬픔과 피로였다. 그들에게는「꼬올」족의 경쾌 함도 이태리인의 충족감도「앵글로색슨」족이 생활한「근심의 바다」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워어드」의 존재는 그들에게 꿋꿋한 인내심을 함양해 주었고 그 인내심을 바탕으로 살기 어려운 인생의 교훈을 뼈저리게 배운 것이다.「앵글로색슨」족의 기독교로 개종했을 때 그들의 가슴 속 깊이 뿌리 박힌 이 신념은 비록 그 형체는 변했지만 여전히 계속되었다.「위어드」의 이름 자체도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러나「위어드」가 아주 자연스럽게「신」의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다.『「위어드」는「신」을 변화시키지 않는다』고대 영시 중「교훈시」의 한 구절에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위어드」는「신」으로 변했고「위어드」는 신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다.『「위어드」는 여하한 인간의 사색보다 강하고 주님 역시 강하도다』이것은 고대 영시「뱃사공」에 나오는 구절인데 이런 시절은 고대 영시에 허다하게 나온다. 즉「앵글로색슨」족들이 기독교에 개종함에 따라 그들의 인생시의 기조이었던 이교적「위어드」가 기독교의「신」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생기게 된 것은 극히 자연스런 일이었다. W. P. 케어의 말처럼『「앵글로색슨」족의 기독교로의 개종 때문에 재래 유행하던 영웅 서사시는 없어지지 않았고 새로운 주제가 곧 전입되어 재래의 주제와 겨누게 되었다』그리고『기독교와 기독교 문학은 구식의 영웅들을 언제나 추방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기독교 성직자들조차 이교절를 즐겨 읽었고 기독교적인 새로운 시를 쓰더라도 이전의 이교시의 내용과 형식을 본받게 되었었다. 그 예증으로「나그네」의 이교사조와 기독교 사조가 되어 나타나있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불룩크의 말처럼『가장 잘 균형이 잡힌 이 시는 현존하는 모든 고대 영시 중에서 그 형체가 가장 훌륭한 시다』
아아 군주의 영광 어디 있나뇨!
얼마나 속히 세월은 흐르느뇨
밤의 장막에 같이 어두어져
세월은 없었던 것과 같고나
지난날 종성을 과시하던 용사들이었는데
이제 용모습의 빛나는 조각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성문에
눈부시게 빛나도다.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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