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뛰고 저리 쫓기는 사이 현대인의 하루는 저문다. 자신을 반성할 시간적 여유마저도, 거친 심신의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타성적으로 이끌려 가는 고된 생활은 극히 신경질적이고 난폭해지기 쉽다. 본보는 신자 여러분과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이용을 권하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아늑한 휴식처를 4회에 걸쳐 소개하기로 한다.
대구 원대동 버스 주차장에서 고속도로 운행 버스(요금 1백20원)를 타고 약 30분 달리면 왜관 남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4~5분 가량 걸어가면「피정의 집」에 이르게 된다. 멀리 낙동강물이 철교를 굽이쳐 흐르고 그 위를 느리듯 지나가는 완행열차의 기적소리는 메마른 현대인의 정서를 어루만져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1964년 성베네딕또 수도회가 개설한 왜관「피정의 집」은 한국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보다 깊게 하고 이 땅에 하느님의 말씀을 널리 펴기 위한 피정ㆍ세미나ㆍ강습회 등 각종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장소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졌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현대식 건물로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개의 대강당을 비롯, 3개의 소강당 및 40개의 독방의 구내 성당ㆍ식당ㆍ도서실ㆍ오락실 등이 마련돼 있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최대한으로 충족시켜 주고 있다.
64년 개관을 본 이래 각종 단체ㆍ그룹 및 개인적인 피정ㆍ강습회ㆍ세미나 등의 연평균 이용 횟수는 1백50~80회에 2천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피정을 위한 모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시기적으로 보면 여름ㆍ겨울방학 동안의 이용도가 제일 높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젊은 층보다는 중년 이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젊은 층보다는 중년층이 이용도가 높은 현상은 한국 교회 신자들의 신앙상태와 연관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피정」자체에 대해 느끼는 압박감과 경비문제 등에 기인하고 있는 듯하다. 대개의 경우「피정」이라고 하면 딱딱한 분위기 행동의 부자유 등의 선입감에 얽메이게 되는 수가 많은데 이는 아직 한 번도 피정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의「피정」에 대한 두려움이다. 혼탁한 공기와 도시의 소음을 잠시나마 떠나 격무로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 겸 자신을 반성할 시간적 여유를 가져 본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이면 족하다. 뿐만 아니라 피정은 생활이 넉넉하고 한가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 생각이다.
「피정의 집」측에 의하면 일반인의 경우 1식 3백 원 1박 3백 원 사용료 1백 원으로 1박 3식에 1천3백 원 2박 6식에 2천3백 원 3박 9식에 3천2백 원이고 대학생은 1천1백 원 2천 원 2천8백 원이며 중고생의 경우는 9백 원 1천6백 원 2천2백 원 등으로 책정해 놓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일 뿐 실지로는『형편에 따라 받고 있는』실정이다.
이에 대해「피정의 집」주임 남호노라또 신부는『피정의 집이 부자를 위한 집으로 오해되면 절대 不可』하다고 말하고 이용자들로부터 받는 요금은 오직 자체 운영비(식량ㆍ인건비ㆍ연로비ㆍ시설비)에 충당할 뿐이라고 한다.
본래『영업이나 돈벌이를 위해 세워진 집이 아니다』는「피정의 집」은 본원의 지원과 주임신부 개인적인 외국 은인들의 원조로 운영되고 있어 특히 가난한 사람ㆍ학생ㆍ군인들에게는 되도록이면 경비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고 있단다.
지금까지 5년 간「피정의 집」을 맡아오고 있는 남 신부는『피정을 마치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감출 줄 모르는 신자들을 볼 때 참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신부 손 부족으로 개별적 피정자를 지도해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개인적인 피정이 그렇게 흔하지 않아 별다른 문제는 없었으나 앞으로의 필요에 따라 대처해 나가리라 한다.
금년도에는 이미 정원에 분수대를 설치하고 한여름에 대비 우선 강당과 식당에 에어컨 장치를 서두르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다방도 열 계획이라 한다.
주말을 산과 강을 찾아 등산이나 낚시로 소일 하는 것도 의의가 있겠으나 보다 알차고 보람된 삶을 위해 특히 젊은이들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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