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제삿날이 왔다. 아침부터 온 집안이 바삐 돌아가고 오늘 제사 지낼 것을 생각하고 움직임은 제사에 필요한 일들만을 골라 한다. 먼 곳의 친척들도 모이고 집안은 부산하기 한량없다. 한바탕 부산을 떨고는 모두 돌아가신 어머님을 추모하는 말들이 슬픔과 더불어 오간다. 특히 즐거웠던 기억들을 말할 때 서로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생전의 어머님이 즐겨하시던 말씀이나 추억을 더듬어 마치 살아계신 것과 같이 가족들은 같은 핏줄을 나누었다는 데 흐뭇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집안 어른이 어머님에 대해서 말을 할 때 조용히 듣는다. 그리고 행여나 어머님 생전에 마음 상하게 했던 일이 있었다면 송구스런 감으로 지금이라도 잘 해드리고 싶은 심정으로 사로잡힌다. 이것이 우리 사람들의 인정이다.
제3계에 명하시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미사에 참여하고 주의 날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우리 부모의 기일에 부모를 추도하고 생각한다면 우리 영생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 어머님 제삿날 우리는 대체로 가정에서 행하는 일들을 말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순간마다 영웅적인 신앙생활을 강요하시지는 않으신다. 또한 인간은 능력의 한계 때문에 계속해서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어느 누가 생각한다 하더라도 어머님 제삿날 그 정도의 생각도 안 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찌 주의 날에 예수님을 생각지 않고 그냥 지낼 수 있겠는가? 미사성체에 참여하여 예수님의 희생과 죽음 부활을 기념하고 생전에 그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행여나 그의 말씀에 어긋난 일을 했다면 용서를 청하고 무엇을 즐거워하셨는지를 생각하며 하루를 거룩하게 지내는 것은 마땅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옛날에는 주의 날에 노동마저 금했다.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그런 일에 준한 일들 이외는 아무 노동도 못하게 했다.
그러던 것이 현 사회 실정이 옛날과 양상이 달라졌으므로 노동을 해도 무관하나 구태여 그 정신을 어겨서 주일 날 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폭음 폭식과 지나친 향락 따위는 삼가하는 것이 도리다. 구약시대에는 이런 모든 것을 토요일(안식일) 즉 창조가 끝나고 쉬는 날을 주의 날로 지냈으나 신약에 와서는 속죄의 기념으로 일요일을 정했다. 부활과 성심강림은 속죄의 완성을 기한 날이므로 우리는 그날을 주의 날로 기념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