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철은 바람 같이 언덕을 뛰어 내려간다. 맨 먼저 찾아간 집은 형일이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민호네 집이다.
『민호야!』
가게 앞에서 소리쳤다.
『누구니?』
방 안에서 소리치며 민호가 가게를 통하여 바깥에 나왔다.
『왜?』
하며 민호는 형철의 앞에 섰다.
『너 밥 먹고 우리집에 크레이언 갖고 와라』
『왜?』
민호가 의아스럽게 말했다.
『포스타 그리잔 말야』
『무슨 포스타 말야』
『있잖아 저…두루미를 함부로 잡지 말자는 포스타 말야』
『두루미?』
민호는 역시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반문했다. 형철은 포스타를 그리게 된 동기부터 또 오늘 형과 함께 포스타를 한 장씩 그린 것과 또 내일 백학동에 가서 포스타를 붙인다는 것을 설명했다.
『좋아 나 저녁 먹고 갈게』
민호는 신나게 말했다.
『꼭 와야 해』
형철은 다시 다짐하고 언덕 아래로 뛰어간다. 철길 옆에 있는 경수네 집으로 가는 것이다.
경수도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다. 다음에는 언덕을 도로 올라와 칠성이네 집으로 갔다. 칠성이도 온다고 약속했다.
형철은 영호네에는 맨 나중에 갔다. 영호는 신문을 배달하고 좀 늦게 집에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호도 집에 있었다. 영호도 약속했다. 형철은 언덕을 오르내려도 조금치도 피곤한 것을 느끼지 못한다. 어쨌든 활동적이다. 집에서도 숙제할 때를 제외하고서는 조금치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형 모두 오겠다고 했어』
형철은 바깥에서 소리치며 대문 안에 들어섰다. 형철이가 밖에 나간 다음 형일은 새로 포스타를 그리고 있었다.
『그래 모두 온다고 했어?』
형일이가 그림을 그리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응 모두 온다고 했어. 형, 또 그리는 거야』
『응』
『씨이 나만 손해 봤구나. 나도 그려야지』
하고 도화지를 앞에 했다.
아이들은 7시가 넘어서야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화판까지 가지고 왔다. 형일이네 방은 아이들로 가득 찼다.
『형일아, 네가 그린 대로 그리면 되는 거지』
경수가 묻는다.
『아냐, 다르게 그려도 돼 생각 안 나면 내 걸 보고 그려』
『좋아』
경수는 형일이가 그린 것을 보고 그리기 시작했다.
『형일아 만화 식으로 그려도 돼』
칠성이가 코를 흘쩍거리며 말했다.
『만화 식이 어떤 거야?』
형일이가 깔깔대며 묻는다.
『만화처럼 웃음이 나게 그린단 말야』
칠성이가 대답했다.
『만화처럼 그릴 것 없이 그대로 그려도 잘 못 그려져 웃음이 나올 거야』
영호가 한마디 했다. 아이들은 또 깔깔대고 웃었다. 대문 소리가 났다.
『형 아빠가 오시는 모양이다』
하고 형철이가 일어서서 미닫이를 열고 마루에 나섰다.
『아빠!』
『응 무엇들 하니』
마루 앞에 선 형일의 아버지는 마루 아래에 흩어져 있는 운동화들을 보고 말했다.
『아빠』
유미가 소리치며 안방에서 나왔다. 어머니도 부엌에서 나왔다. 아버지가 방 안을 기웃거렸다.
『어허 많이들 왔구나!』
『안녕하세요』
하며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빠 포스타 그리는 거야』
형일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포스타는 또 무슨 포스타냐?』
『아빠 두루미를 보호하자는 포스타예요 내일 백학동에 가서 붙일 거요』
『야 그것 좋은 생각이다. 어른들도 못하는 걸 너희들이… 그래 잘 그려 봐라 무언가 상을 줘야겠구나…』
『아빠 이거 내가 그린 거야』
형철이가 제가 그린 것을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응 모든 생명은 똑같이 귀중하다! 다같이 두루미를 보호하자! 됐어 표어가 좋구나』
아버지는 소리를 내어 표어를 읽고 칭찬했다. 형철은 아버지를 따라 안방으로 갔다. 더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빠 첨엔 형과 내가 그렸는데 시간이 걸려서 아이들을 불러왔어』
『응 잘 했다』
『그래 내일 백학동에 가서 붙이는 거야』
『응』
형철이가 신나게 설명을 하고 있을 때
『형철아 빨리 와서 그려!』
형일이가 소리쳤다.
『그래』
대답은 하고서도 형철은 일어서려고 하지 않는다.
『어서 가서 그려야지 그러다간 내일 붙일 수 있겠니』
『아빠 다 그리면 보여 드릴게』
『그래』
형철은 으시대며 저희 방으로 왔다.
아이들이 포스타 열 장을 다 그렸을 때는 10시가 넘어서였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떠들고 또 웃고 군것질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처음 시작한 것은 형일이와 형철이었으나 다른 아이들도 힘을 합해 열 장을 완성했기 때문에 붙이는 것도 모두 함께 백학동에 가서 붙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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