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대」는 수원지로서 부산 시민이 잘 아는 유원지였다. 시내 좌석버스 49번「기찰」행(요금 30원)을 타고 동래, 근천을 지나 55분 간 가면 고속도로 입구 주유소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버스 종점에 다다른다. 여기서 약 15분 (1.5km) 걸어 산 중턱을 넘어서면 소나무 숲 속에 자리잡은 흰 건축물이 수원지의 수면과 연결되어 한눈에 보인다.
1969년 10월 성베네딕또회가 한국 진출 60주년을 기념하여 지하 1층 지상 3층 콘크리트조로 지은 것이 오륜대「피정의 집」(동래구 오륜동 135의 1번지)이다. 수원지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따라 3만 평이나 되는 넓은 숲 속을 산책하노라면 조용한 자연의 향기가 복잡다단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만다.
총건평 6백70평의 이 건물은 A동(피정의 집)과 B동(수도원)이 Z형으로 연결되어 성당 회의실 강의실 휴게실 오락실 다방 매점 식당 객실 등이 마련돼 있어 피정 외에 세미나ㆍ강습회 기타 각종 그룹 행사 희망자는 신청서에 내용만 명시해 보내면 즉시 날짜와 모든 준비를 통고해 준다.
각 층마다 휴게실 회합실 목욕실이 있고 위생 난방시설이 구비된 독방이 A동만 43개 필요에 따라 B동까지 개방하면 모두 59개 방이 있어 1백20명은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다.
이 밖에 지하 다방과 매점에는 필수품을 갖추고 이용자들에게 실비로 제공해 주고 있어 불편한 것은 거의 없다. 작년 1년 동안 35회에 1천2백74명이 이 집을 이용했고 그의 각종 회의 장소로 많이 사용되었다.
피정이 가장 많고 세미나 강습회 학생 행사 순위로 부녀자 수도자 성직자 각 단체 세미나 학생 그 밖에 기독교나 일반 사회 단체에서 월평균 1회씩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시기는 방학 때나 주말이 가장 많고 타지방에서는 부산이 항구 도시라는 특성으로 여름철에 관광 겸해 많이 찾아온다.
이 통계에서 현저한 것은 글자 그대로「피정의 집」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일반 행사 이용도는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이 공의회 정신에 따라 보다 다양성 있게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되기 위해서는 이름부터 고쳐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박 3식에 1천3백 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시일이 길면 다소 차이가 나게 받기도 한다. 식비만 1식에 3백 원, 회관 사용료가 1인 1백 원, 수익성이 없는 학생 단체는 1천 원 (1박 3식)이며 이것도 중고등 대학생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받아도 현상 유지가 안 되고 있는 형편이며 준관리비만 1년에 1백50만 원의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수도원 측의 말이다. 특히 부산에는 1만여 평의 농장과 양계장이 있어 쌀ㆍ채소 같은 것은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비교적 깨끗하고 싱싱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자랑이기도 하다. 이 모든 관리를 위해 신부 1명(분원장) 수사 5명 수녀 3명 식당 종사자 5병이며 바쁠 때는 손이 부족해 어쩔 수 없지만 적자를 줄이기 위해 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난 2일 이석진 신부 후임으로 새로 부임한 이덕근 (말딩) 분원장 신부는『아직 실정을 잘 모르지만 각 본당 신부나 교회 지도자들의 협조를 얻어 노력하겠다』고 말하면서『교회 활동성을 강조하고 있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 교회가 단순한 조직체에서 보다 운동체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바탕이 마련되어야 하며 활동과 기도는 새의 날개와 같이 한편으로는 활동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적인 뒷받침이 없인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피정이나 세미나 기타 어떤 행사도 정신적인 자양분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교회의 사상이나 진리를 가르치는 활력소를 얻을 수 있는「센터」역할을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 집이 보다 가치 있게 쓰여지기 위해 글을 쓰시는 분이나 연구하고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분위기와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적절히 제공할 계획이며 교통 수단이나 시설을 개선하여 일반 사회에도 널리 알려 원래의 목적대로 널리 이용되게 하기 위해 경영 관리 면에 좀 더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요즘 주말 휴가나 심신을 달래기 위해 관광지로 몰려드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노는 것과 휴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곳을 이용하는 것이 삶에 보다 값진 보탬이 되리라 생각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