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일이 형철이 경수 민호는 책가방과 포스타를 들고 백학동 버스를 기다린다.
포스타를 그린 아이들 중에서 영호만 없다. 영호는 신문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빠졌다.
백학동으로 가는 버스는 곧 왔다. 버스가 정류장에 닿자 내릴 사람도 채 내리기 전에 아이들은 버스에 뛰어올라갔다. 앉을 자리가 많다.
아이들은 마치 수학여행이라도 가는 기분이다. 버스는 곧 출발했다. 버스가 가는 쪽으로 걸어가는 학교 아이들도 많다. 그 중에는 형일이네 반 아이들도 보인다.
형일이의 눈에는 짱구가 책가방을 어깨에 올려 놓고 터덜거리며 가는 것이 우스웠다. 형일은 창문을 열고
『짱구야!』
하고 소리쳤다. 다른 아이들도 서로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며,
『짱구야!』
소리쳤다. 짱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진구는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친구들이 자기의 별명을 불렀기 때문에 불쾌하기보다 기뻤다.
『어디 가!』
진구를 선두로 하여 몇몇이 소리치며 버스를 뒤따라왔다. 버스 안의 아이들은
『빨리 와라!』
저마다 소리쳤다. 그러나 아이들은 버스를 따라갈 수는 없다. 10미터 가량 뛰다가 모두 땅 위에 주저앉고 달려가는 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가 백학동 종점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경이었다. 버스가 서자 아이들은 서로 앞을 다투며 뛰어내렸다.
형철은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종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들리고 싶다. 할아버지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형 큰댁에 안 들려』하고 형철은 형일의 눈치를 살핀다.
『안 돼 시간이 없단 말야. 여기에 한두 장 붙이고 마을에 가서 또 붙여야 한단 말야』
형일이가 마을이라고 한 곳은 백학동에서 10리를 산 쪽으로 들어가 있는 마을을 말한다.『형 그럼 올 때 들리는 거지』
형철은 큰댁에 꼭 들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 너무 늦지 않으면 들린다』
『그럼 좋아』
『형일아 그런데 어디다 붙이는 거야』
경수가 말했다.
『그래 말야』
형일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형일아 저기 상점에 붙이자 저기면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눈에 잘 뜨인단 말야』
민호가 맞은 편에 있는 식료품 가게를 가려키며 말했다.
『그럼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단 말야』
경수가 웃으며 말했다.
『주인에게 얘기하면 돼, 안 될 게 뭐야』
하고 형일이가 앞장을 선다. 아이들이 뒤를 따른다. 형일이가 주인 아저씨에게 말했다. 형일의 말을 듣고 주인 아저씨는
『그래 좋은데 붙여라 떼지 못하게 내가 감독해 주지』
첫 마디에 기분 좋게 대해 주었다. 아이들은 기쁘다. 자기들이 하는 일을 이해해 주는 것이 고마웠다.
형일이가 포스타를 내 놓고 경수가 풀칠한다. 하얀 벽에 포스타를 붙였다.
주인 아저씨가 옆에 서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포스타와 표어를 소리를 내고 읽는다.
하약 벽에 붙은 포스타는 잘 눈에 띄었다. 모두가 대견스럽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밝은 소리로 인사를 하고 또 걸어간다. 얼마 안 간 곳에 동회 사무소가 있고 그 앞에 게시판이 서 있었다.
『형 여기가 좋아』
형철이가 게시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좋다. 그런데 누가 허락을 받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아이들은 게시판 앞에서 서로가 얼굴을 바라본다. 말은 하지 않아도 누가 동회에 허락을 얻느냐 하는 것을 저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좋아 그걸 못해』
형일이가 뽑내며 동회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이 떠오른다. 한참 뒤에 형일이가 뛰어 나왔다.
『붙여도 좋대』
동회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동회 아저씨도 참 좋은 일이라고 했어』
형일이가 기쁜 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해 어른들이 이해를 가져 주는 것이 기쁘다.
이번에는 형일이가 풀을 칠한다. 포스타는 게시판의 공간에 반듯하게 나붙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그린 포스타가 게시판에 붙은 것이 더욱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자기들이 그린 그림을 그림틀에 넣으면 그림이 한층 더 돋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몇 번이나 게시판 쪽을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 가는 곳에 조그마한 공민학교가 있었다. 거기에도 게시판이 있었다. 아이들은 게시판 앞에 모여 섰다. 이번에는 경수가 하락을 받는다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경수가 들고 간 포스타를 보고 젊은 선생님은 칭찬까지 해 주었다. 아이들은 더욱 신나게 되었다.
두루미가 있는 마을까지 가는 도중에도 띄엄띄엄 길가에 집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러한 집 흙벽에도 몇 장의 포스타를 붙였다. 목적한 마을에 이르렀을 때는 오후 4시경이었다.
마을 어구에 게시판이 있었다. 포스타에 풀칠을 하고 붙이려고 할 때.
『그게 뭐니?』
하는 어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아이들은 뒤돌아보았다. 40대의 어른이다.
『두루미를 보호하자는 포스타예요』형철이가 으시대며 말했다.
『그래!』 아저씨는 붙은 포스타를 바라본다.『응 … 너희들은 우리 동네 아이들이 아니구나 … 』
『네, 시내에서 왔어요』『응 참 좋은 일을 하는구나 우리는 못하고 있는 걸 … 』아저씨는 무엇인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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