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가톨릭교회 내에서는 교회의 사회 참여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종래부터 가톨릭교회가 주장해온「인류 공동선」과「사회 정의」가 제2차「바티깐」공의회에서 거듭 강조되고 그 실천이 독려된 데에 힘입은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현세에서의 교회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적 지역사회의 실정은 오늘날「사회 정의의 실현」을 특별히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우리가 추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제도는 획일주의의 경향으로 침체되어 있고 경제적으로는 불균형과 불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부정부패가 시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회는 미사 때만 정의와 사랑을 운운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하여 교회는 스스로 해답을 마련하였다고 하겠다. 교회가 외부 사회와 간격 없이 소통을 이루어야 한다는 방침을 교황청은 71년 5월에「일치와 발전」이란 제목의 훈령으로써 명시해 주고 있다.
즉『교회의 대화는 신자들과만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온 세상과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는 세상의 모든 사람과 같은 운명에 참여하고 있다』제2차「바티깐」공의회의 가르침대로『시대의 표미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방법이요 구원의 역사를 설명하는 박이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모든 동시대 사람들이 최근의 사건과 사상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야 한다.『홍보 수단이 이런 반응을 반영해 주는 그만큼 교회가 요구하는 지식을 증대시켜 준다』또한『홍보 수단은 교회와 세상 간의 유일한 지름길이 가끔 되는 것이다.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하느님이 주신 탤런트를 땅에 묻어 버리는 셈이다』
교회는 사회 참여에는 혹 행동적인 방법도 있을 수 있겠지만 보다 원칙적으로는 홍보활동, 언론을 통하는 것이 원만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원칙적으로「생각할 자유」가 있으며 동시에「알고 알릴 권리」가 있는데 이것은 인간 본성과 자연성에 근거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소통되는 것이며 이 기능은 여론 및 언론의 성립 원리가 되는 것이다. 신앙과 지성, 예술 등도 이 여론 및 언론의 기능에 의해서 대중 속에 소통된다.
이렇게 소통되는 요소들 중에서 신앙은 우리 교회와 신자들의 가장 소중한 기본 진리로서 우리 영혼 속에 굳게 뿌리 박고 있다.
우리가 언론으로서 사회 참여를 한다 하더라도 그 목적은 우리의 신앙을 위하여 즉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하여 되돌려져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 세계와 사회는 우리와 신앙을 같이하는 사람들만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다 많은 비신자들이 살고 있다. 이와 같은 여건에서 우리가 홍보 수단이나 언론을 통하여 사회 속에 침투해 들어갈 때에는 마땅히 기교가 필요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때에 우리가 보다 앞세워야 할 것은 지성이나 예술 같은 것이며 신앙은 그 바닥 깊은 곳에 보이지 않는 뿌리로 간직해 두고 해야 할 것이다.
홍보 수단으로서의 이와 같은 기교에 대해서도「일치와 발전」훈령은 이미 밝혀 놓은 바 있다.『홍보 수단은 성당의 강론대가 아니다. 교회의 표현 수준은 적어도 세속 작품들과 동등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칠 수 없다. 현대인은 전례 의식이나 설교나 교리교육 같은 종교적 작품에는 흥미를 갖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개방적인 아량은 한국 교회의 홍보 수단이나 언론이 사회에 참여함에 있어서 가지고 있는 대체적 인식 수준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교회가 바깥 사회와 되도록 널리 대화를 나누어야 할 사명, 그 사명을 실천하는 방법적 기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교회는 안일한 폐쇄주의에 집착하면서 이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갈 것이다. 소외되는 그만큼「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교회의 존재 의의는 희미해져 갈 것이며 결국 세상 사람들로부터 조만간 버림을 받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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