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이곳 제2난민지역ㆍ아주 소외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지난 1년을 넘게 보내면서 독자분들께 무엇인가 다 소개하지 못하고 일부분만을 소개했음에 죄송한 감을 느낍니다. 이제 조그만 나의 반성으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첫째, 이곳의 상황은 국제적인 이해관계와 크메르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나타난 비극적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인간의 존재적 가치와 삶의 양식 등을 한계 지었으며 또 인간의 모습과 삶의 터전을 파괴시켰다.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저의 인간성을 말살시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나는 가슴깊이 저려오는 아픔과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될지를 몰라 괴로워했다.
이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과거 학살의 시대에서 이들이 받은 상처들이 이들의 현재 생존방식을 규정해주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 모든 가치를 집중시키는 사고방식으로 수많은 악을 저지르고 있고 넓게 보아서 인류공동체를 침식시키고 있다.
이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가슴속에 뿌리내린 한과 상처는 외국인의 도움 또는 어느 누구의 힘으로도 치유할 수 없으며 시간과 그들 자신의 상황 및 사회변화를 통한 자각적 의식만이 상처를 아물게 해줄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둘째, 외국인으로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솔직히 말하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 우선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문화와 관습을 모르는 외국인이 자신의 사고체계로 이들을 도우려 할 때는 순간은 모르나 시간이 흐르면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외국인이 한국교회를 위해 많은 봉사를 했고, 또한 국가적으로도 6.25 이후 많은 원조를 받았지만 지금 부정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보다.
아울러 봉사하고 있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도 이들과 함께, 같이 살수 없다는 의식 때문에 늘 완전한 정착 및 동화를 위해 갈등을 겪는 면이 나타난다.
셋째, 나 자신의 체험을 나누고자 한다. 한 개인으로서 이곳에서 일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수도자로서 또 인간으로서 느껴야 하는 한계적인 일을 하면서 수많은 벽과 적나라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 안으로 점점 깊이 들어갔으니 말이다.
경험을 압축해 볼 때 세상의 악과 부딪히고 개인의 삶의 양식이 이것을 수용하지 못할 때 느껴야 하는 고통은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의 이면성을 볼 수 있음을 알았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많은 부족함을 느끼며 독자분들께 죄송함을 금치 못합니다. 이곳 난민들을 위해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
(끝)
■연락처=Gabriel Byong Young JeㆍSㆍJㆍPㆍOㆍBox2 TAPRAYAPR ACHNBURT25180 THAILAND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