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명을 계속한다면、그리스도의 사명이 만인과 만물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교회의 사명도 보편적인 것이다. 이 보편적 사명 때문에 교회를「가톨릭교회」라 한다.
1. 「가톨릭교회」
어떤 사람들은「가톨릭」이라는 말을 프로테스탄트와 구별하기 위하여 불인 형용사로 착각하지만、가톨릭이란 천오백년 전에 성 이냐시오 순교자가 1세기에 처음으로 사용한 이래 우리교회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보편적이다、공번되다는 뜻이다.
그런데 2세기부터 전체교회의 가르침에서 이탈하는 이단자를 열교인(裂敎人)이라 부르면서 보편적 교회에 충실한 신자를 가톨릭 신자라 부르게 되었고、3세기부터 가톨릭교회라는 이름은 전체교회를 가리킴과 동시에 정통(正統)교회를 가리키는 호칭이 되었고 아우구스띠노는 보편성과 정통성을 가진「가톨릭」교회가 진리의 보증자임을 자랑하였다. 4세기에 성 빠치아노는 자기의 이름(名)은 크리스찬이고 성(姓)은 가톨릭이다 하였다.
2. 양(量)의 보편성
주께서는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으라』(마태오 28、19:마르16、15)하셨고、『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1、8)하셨다.
그래서 교회는 구약을 안은 유대인들로 시작되었으나 즉시 이방인들을 받아들였고(사도2、9~11:8、26~38) 바울로는 스스로 이방인들의 사도로 자처하면서도(사도13、46~48:로마11、11~14) 비유대인들의 선교에 주력하였다.
교회는 처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종이나 계급이나 지역을 넘어서 모든 종류의 인간들에게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왕공에서 노예에 이르기까지 한 교회의 형제로 삼았고、모든 이질적인 문화권에 침투함으로써 기성문화권의 반발과 박해를 받으며、오늘에도 만난을 무릅쓰고 세계의 모든 지역과 모든 인간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있다.
양적인 보편성은 모든 인간뿐 아니라 인간에게 상관되는 모든 사물에 미치고 있다. 인간은 그 존재상황과 유리되어 존재할 수 없음으로 인간 활동의 모든 분야에 복음의 빛을 주려고 한다. 그래서 교회는 사회의 모든 현실에 참여하였고 그 참여하는 의도와 이유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한다.
3. 질(質)의 보편성
예루살렘의 치릴로는 말하기를 『우리교회를 가톨릭이라 하는 이유는 이 교회가 온 천하에 전파되어 있고、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교리를 결함 없이 가르치고 있으며、모든 인류를 참 하느님의 경배에로 인도하며、모든 종류의 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교리강좌 18)하여 양과 질에 있어서 보편적임을 주장하였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모든 처지의 인간들이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일 수 있기에 교회가 보편적이며、다른 한편 그 교리가 현세와 영원에 걸쳐서 하느님을 공경하게 하고、인간의 영성과 물성에 관하여、영혼과 육신의 행복에 관하여、한마디로 인생 전체에 관하여 가르치고 실천하기 때문에 교회는 보편적이라 하였다 (보에시오의 성삼론 주석 참조).
그런데 근세의 호교론자들은 교회의 양적인 보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개신교파들의 팽창 앞에 당황하였고、20세기에는 질적인 보편성이 강조되고 있다.
샬르는 말하기를『교회는 영혼을 구하는 방법 이상의 것이다. 교회는 창조주의 모든 업적이 구세주께 돌아가는 유일한 만남의 광장인 이 세상의 신적(神的)인 형태이며、구세주께서 당신의 모든 유산을 차지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연락장소이다』(선교학 85페이지)하였다. 이 말은 교회를 통하여 만물이 그리스도께 귀속된다는 뜻이다.
4. 보편성과 다양성
일찍이 바울로 사도는 은총의 선물이 여러 가지이지만 그것을 주시는 분은 같은 성령이시고、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그것들은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는데 이바지한다고 말하였다(1고린 12、4~6).
교회의 보편성은 획일성의 확산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성의 통합을 뜻하다. 『사람들이 여러 나라의 보화와 영예를 그 도성으로 가지고 들어올 것이다』(묵시21、25)한 성경말씀대로 교회는 만백성이 이룩한 문화유산과 개개인의 다양한 활동을 수용한다.
교회의 사명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어떤 시대나 어떤 지역의 문물에도 예속되지 않고 초월하지만、동시에 모든 시대와 모든 지역의 문화에도 내재(內在)할 힘을 가지고 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회의 초월성과 내지성은 본질적으로 통일성과 다양성의 긴장을 동반한다.
그래서 교회는 다양성을 빙자한 분파주의도 배척하고、통일성을 빙자한 획일주의도 배격한다. 모든 동촉과 문화가 교회 안에 「자기의 자리」를 가질 수 있지만 어떠한 종족이나 문화도 교회를 「자기만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달리 말해서 교회는 누구에게도 남의 것이 아니지만 동시에 나만의 교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초대교회는 한결같이 신앙의 유일성을 유지하면서 전례와 규율과 사목방식과 신학적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인정하다가 중세와 근세에는 획일적 보편성을 강조하였지만 현대에는 다시 다양성을 포용하는 보편성을 강조한다.
필요한 일에는 일치를、의문스러운 일에는 자유를、모든 일에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참된 보편성을 구현하는 것이다(일치운동 교령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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