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일이네가 포스타를 붙이는 것을 보고 칭찬해 준 아저씨는 백학동 산마을 동장이었다.
딴 동네 아이들이 두루미를 보호하자고 포스타를 붙이고 다니는 데 가장 앞장을 서야 할 우리는 대체 뭘 했는가. 동장 아저씨는 가책을 느꼈다.
철이네 할아버지만 계셔도 …
동장 아저씨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갔다.
철이네 할아버지는 지난해에 세상을 떠났다. 철이네 할아버지는 두루미가 찾아오는 계절이 되면 뒷산에서 살다시피 했다.
총으로 쏘기는 고사하고 돌멩이도 던지지 못하게 철저하게 감독을 했다.
백학동 뒷산은 두루미들에게는 둘도 없는 안식처였다.
그러던 것이 철이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제멋대로 마구 총질을 했고 마을 사람들은 그러한 것을 목격하면서도 발벗고 나서서 밀리지를 못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무슨 방법을 강구해야겠구나 …
동장 아저씨는 집에 들어섰다.
포스타를 다 붙이고 난 아이들은 기분이 좋다. 아직 해는 서산 위에 높이 떠 있다. 아이들은 햇빛을 등에 받고 시내 쪽으로 걸어간다.
『형 할아버지 계실까』
하고 형철이가 말했다.
『왜 큰댁에 들릴려고?』형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응』
하며 형철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글쎄 … 생각 좀 해보고 … 』
『가는 길에 잠깐 들리는데 생각해 볼 건 뭐가 있어』
형철은 어른스럽게 말했다.
『뭐든지 신중히 생각하고 해야 되는 거야 알았어』
형일은 저희 반 선생님이 늘 말하는 것을 목소리까지 흉내를 내면서 말했다.
아이들은 깔깔대고 한바탕 웃어댔다. 형일이도 오늘 한 일을 할아버지에게 자랑하고 싶다. 그러나 형철은 형일이보다 몇 곱절 더 자랑하고 싶은것이다.
새들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니까 참 잘했다고 칭찬해 줄 것이 틀림없다. 형철은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백학동 산마을에 갈 때 공민학교 게시판에 붙인 포스타 앞에 섰다.
『모든 생명은 똑같이 귀중하다』
경수가 큰 소리로 읽었다.
『다 같이 두루미를 보호하자!』형철이도 큰 소리로 읽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포스타를 읽거나 볼 것을 생각하니 대견스럽게만 생각되었다.
『나 내일 또 와 봐야 겠어 포스타를 누가 뜯지 않았나 조사를 해야겠어』
민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도 오겠어』
형철의 말이다. 끼이지 않으려 하는 데가 없다. 뭐든지 하려고 하는 형철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포스타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모든 생명은 똑같이 귀중하다』
뒤에서 어른의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얼른 뒤를 돌아다보았다. 어떤 아저씨가 포스타를 보며 표어를 읽었다.
『다같이 두루미를 보호하자!』
아저씨는 또 하나의 표어를 소리를 내고 읽었다.
『그거 좋은 포스타로구나. 요즘 두루미를 함부로 총질하는 모양인데 … 』
하고 얼굴에 웃음을 담았다. 그것을 보자 형철은 또 자랑하고 싶어했다.
『아저씨, 이거 우리들이 그린 거예요』
하며 아저씨의 얼굴을 반히 쳐다보았다.
『그래, 너희들이 그렸느냐』
아저씨는 기쁜 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형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참 잘 했다』
하고 산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한 일에 대해 어른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 주는 것이 기쁘다. 저마다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봐, 아까 산마을에서도 아저씨가 칭찬했고 또 저 아저씨도 칭찬하잖아.
』집에서 하는 일마다 꾸지람을 듣는 민호는 어른들에게서 칭찬을 받고 보니 몹시 기분이 좋았다.
『자, 여기서부터 달려가서 가게 방에 붙여 놓은 포스타를 가 보자』
형일이가 말했다.
『좋아』
아이들은 저마다 소리쳤다. 아이들은 시내 쪽으로 뛰었다. 책가방 안의 필통에서 나는 소리가 절렁절렁 요란스럽다.
책가방이 무겁다. 형일은 책가방을 포스타를 붙여 놓은 가게에라도 맡겨놓을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뛰면서 후회를 했다.
한참 뛰고 나니 모두가 숨이 찼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가게가 바라보이는 곳에 이르자 포스타 앞에 아이들이 많이 서 있는 것이 바라보였다.
『저기 봐 아이들이 포스타 앞에 많이 서 있던 형일이가 숨찬 소리로 말했다.
『야 신난다』
경수가 그야말로 신나게 소리쳤다. 아이들은 포스타 앞에서 섰다. 모두가 헐떡거린다. 서서 포스타를 바라보던 아이들이 뒤돌아 보았다.
『오빠 우리도 이런 포스타를 그려서 우리 마을에 붙이자』
여자 아이가 중학생 오빠를 보고 말했다.『그래 우리도 집에 가서 그리자』오빠가 좋아하며 말했다.
아이들은 기뻤다. 그 여자 아이와 오빠와 악수라도 하고 싶었다. 형일은 포스타를 그려 붙인 일은 우선은 성공했다고 생각되었다.
『형 큰댁에 안 가?』
형철이가 또 졸라댔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는 형일은 동생의 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좋아 가보자!』
하고 큰댁이 있는 쪽 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몇 번이나 포스타를 뒤돌아 보면서 걸었다. 골목에 들어서자 형철이가
『나 먼저 간다』
하고 앞으로 뛰어갔다. 개들이 울타리 안에서 마구 짖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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