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7월호 사목지(제22호)는 CCK로부터 편집을 인수받은 후 처음으로 사목연구원이 편집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과거의 사목지와 별반 다른 것이 없는 것 같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는 사회 정의와 교회라는 문제를 내걸고 특집 형식을 취했다는 점과 둘째로「세계 정의에 관하여」라는 문헌을 제의하고는 필진이 국내인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차이로 인해서 과거의 사목지와 내용적으로 달라진 것은 여기에 전부 기록할 수 없으나 퍽이나 국내 교회의 사목에 직접 관련되는 점이 자연적으로 많아진 것은 재언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목지 제22호 중에서 필자로서 감명 깊게 읽은 것은 고영복 교수의「한국의 사회와 인간」박영기 교수의「경제 개발과 사회 정의」양한모 씨의「가난한 사람의 교회」, 최충환 신부의「말씀의 전례」이다. 고 교수는 소위 구분되는 보수혁신양경향을 정치경제면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함으로써 교회내에서 일어나는 제현상을 인식하게 하는가 하면 박 교수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관찰해서 느낀『지난 10년 간에 이루어진 산업화의 변화는 생산량의 절대액을 증가시킨 반면 산업사회의 각종 격차를 보다 심각한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상세하게 도표를 나열하면서 증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양한모 씨는 가난의 복음적 의의를 충분히 설파하여 오늘의 교회가 가난해야 함을 잘 나타내었다. 특히 그의 글 중에 복음의 사회화라는 용어는 새로운 표현이다. 세속의 복음화라는 용어는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복음의 사회화란 새로운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발표가 있어야 할 줄로 생각된다. 또 가난의 복음적 의의를 여섯 가지로 나열했는데 가난은 그리스도 자신의 존재 생활 정신 자체라고 지적함은 가난을 이해하는 데 가장 적합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최충환 신부의「말씀의 전례」는 일선 사목자들이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제안이 많이 담겨 있는 글로서 일독할 필요가 있는 글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제2차 세계 주교 시노드 문헌「세계정의에 관하여」는 좀 어렵기는 하지만 사회 정화는 교회 자체의 내실부터를 부르짖는 이때에 우리가 실천에 옮겨야 할 내용들이 많다. 특히 119페이지의「교회의 입증」에는 교회가 실제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에게는 확실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사목지 편집 방법에 대해서 몇 가지 부언하고자 한다.
첫째는 국내 집필진을 동원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사목에 필요한 것이며 외국 문헌도 번역해서 게재함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사목지가 연구지로서 활약해야겠지만 현실을 비판하고 비젼을 제시하는 데에도 지면이 할애되었으면 한다. 물론「가난한 사람의 교회」나「말씀의 전례」같은 기사는 교회의 기존 사목자들에 대한 관찰과 판단에서 설정된 기사들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과감하게 편집 방향을 설정했으면 하는 욕심이다.
셋째는 앞으로는 당위성을 위주로 하는 강론식이나 훈계식의 기사는 지양하고 과학적인 관찰을 위주로 하는 론문을 많이 실어 주었으면 한다.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보다 무엇이 어떻다고 말하는 내용이 필요한 것이다. 강론이나 훈계는 주로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이 쓰는 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연구의 결핍에서 오는 결과라고 보겠다.
넷째로 계간지로서는 면수가 너무 적다. 좀 더 부피 있는 잡지가 되어야 되겠지만 이것은 편집자에 의욕에만 매인 것이 아니라 독자의 성원에 많이 좌우된다. 아무리 사목연구원에서 좋은 잡지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독자들이 읽어 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사제들의 자질 향상이 시급히 요청되는 때이기는 하나 사제 개개인이 연구할 의욕을 가져 주지 않는다면 바랄 것은 절망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제들이 사목지를 읽어 주기 바라면서 사목연구원에서는 250원이라는 잡지대를 좀 인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는지 연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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