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병으로 죽기에는 30세의 저의 젊음이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완치가 되어 단 하루라도 늙으신 어머님을 편하게 모셔 보고 또 내 인생을 남을 위해서도 한 번 살아 보고 싶습니다.-71년부터 두 다리가 마비된 채 1년 간을 방에만 갇혀 어려운 투병생활을 계속 하고 있는 전남 담양읍 객사리 3반 101번지 이정기(레오날드) 씨의 피어린 호소이다.
1967년 건강한 몸으로 공군에서 제대한 이 씨는 68년부터 몸에 이상을 느꼈으나 병든 몸을 이끌고 계속 생활 전선에 나섰다.
그러나 병이 악화,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자 69년 1월 광주 천주의 성요한의원에서 비장이 나쁘다는 진단을 받고 그 해 2월 광주 기독교병원에서 비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수술 부위는 경과가 좋았으나 71년부터 갑자가 두 다리를 쓸 수 없게 됐다. 병원의 재진찰 결과 척추에 혈관이 막혔다는 진단이 나와 의사의 지시에 따라 투약을 계속 했으나 날이 갈수록 두 다리는 점점 더 쓸 수가 없게 되어 지금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남의 집 셋방에서 노모 김판임(엘리사벳ㆍ68) 여사의 품팔이로 겨우 연명해 가고 있는 이 씨는 이제 다시 병원을 찾을 재력도 기력도 잃은 채 마비되어 가는 두 다리를 만지며 눈물만 흘리고 있다. 딱한 실정이다. 절망에 몸부림 치다가도 고상 앞에서 아들의 회복을 위해 기도 드리는 노모의 뒷모습을 보고 다시 새로운 용기를 얻어 투병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 씨는『어떻게 하든지 저는 살고 싶습니다. 굳건한 두 다리로 저 넓은 대지를 마음껏 뛰며 힘껏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이 못난 아들을 위해 노후를 고스란히 희생하고 있는 노모를 저의 힘으로 다시 한 번 모셔보고 싶습니다.』고 흐느낀다.
이른 아침 노모가 일터로 나갈 때 차려 놓은 밥을 기어다니면서 찾아 먹으며『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 씨는 신앙의 힘이 아닌들 하루도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면서『다시 한 번 교우들과 나란히 미사 참예를 해보는 것이 저의 최대의 소원』이라며 촛점 잃은 눈으로 먼 하늘만 우러러본다.
59년 2월 2일 가톨릭에 입교한 이 씨는 그동안 본당 활동에도 몸을 아끼지 않았던 모범 청년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담양본당 백용수 주임신부는 이 씨의 병이 그대로 방치해 두면 점점 악화되어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의사들이 경고해 오지만 인근 지역에서는 이 씨의 병을 치료할 수 없고 재력이 미치지 못해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에 가볼 수도 없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이에 대해 대구 파띠마병원 외과 과장 서정욱 박사는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서정욱 박사의 말=환자를 직접 진찰해 보지 않고는 확실한 것을 말하기 어렵다. 투병 경과로 보아 처음 간이 나빠져서 비장이 비대해지자 비장 적출 수술을 받았는 것 같다. 비장을 적출하면 흔히 혈액응고현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척추 내의 하체를 지배하는 신경 계통의 혈관이 응고되면 하체마비 현상이 나타난다.
또 비장수술과는 관계 없이 영양실조 등 원인으로 젊은 층에 척추 카리에스로 인한 하체마비 현상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원인으로 왔든 시간적으로 보아 조금 늦은 감이 있으나 하루 빨리 확실한 진단을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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