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는 구두닦이 꼬마를 데리고 은행 옆 골목을 빠져 큰길을 빠져 큰길에 나섰다.
『너 몇 살이니?』
영호는 옆에 서서 가는 구두닦이 꼬마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홉 살이야』
하고 대답하는 꼬마의 눈매가 어질게 느껴졌다.
『너, 이름은 뭐니?』
『상진이…』
꼬마는 성도 대지 않고 또 말끝을 맺지 않았다.
『학교는 다녔니?』
『2학년까지는 다녔어』
『그래…』
상진은 영호가 묻는 말에 싫어하지 않고 대답했다.
상진이는 영호네 동네에서 바다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개천가에서 산다고 했다.
그쪽에는 아직 집들이 많지 않고 개천가에 판잣집 같은 조그마한 집들이 몇 채 나란히 있는 것을 영호도 알고 있었다. 상진이는 어머니가 없는 아이다.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부두에서 하던 노동조차 못하고 반 년 전부터 누워 있는 형편이다.
상진이네 살림은 형일이 아버지가 다니는 제강소의 분석과에서 일하는 열일곱 살짜리 누나가 맡고 있다.
사동에 지나지 않는 상진의 누나의 월급으로서는 세 식구가 입에 풀칠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래서 상진이는 2학년에서 어쩔 수 었이 학교를 그만두고 구두닦이 통을 메고 거리에 나선 것이다.
상진이는 구두닦이를 하고는 있지만 일정한 장소가 없어서 큰길이나 골목을 돌아다니며 닦는다.
『구두 닦아요』
하고 목이 쉬도록 외치면
『야, 구두닦이!』
하고 어느 집에선가 부르면 그 집 마당에 들어가서 땅바닥에 털썩 앉아서 구두를 닦는다.
그러기 때문에 일정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을 상대하거나 또는 직장 사람들을 고정적으로 상대하는 구두닦에 비하면 수입도 적었으며 또 일정하지도 않다.
아까 은행 옆골목에서 상진이를 울린 아이들은 은행 뒷문 쪽에 자리를 잡고 은행원들의 구두는 물론,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직장 사람들의 구두를 고정적으로 닦고 있는 것이다.
단골 손님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입도 많으며 매달 거의 일정한 돈을 벌 수 있다.
영호는 구두닦이 아이들의 내막을 대강은 알고 있었다. 영호는 상진의 말에 의해 상진이네 딱한 사정에 짐작이 갔다.
자기의 처지도 상진이보다 별로 나을 것은 없었으나 영호는 상진이가 가엾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너, 아까 애들처럼 구두닦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지?』
『응』
『그럼 얻어 줄까』
『어디 있어』
상진이는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영호를 빤히 쳐다보는 상진의 얼굴이 눈물에 얼룩져 있다. 영호는 측은하게 느껴졌다.
『응 어찌하면 될 수도 있을 거야』
영호는 자기가 다니는 신문지국장 아저씨에게 부탁하면 얼굴이 넓은 아저씨이기 때문에 그만한 것은 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꼭 해줘!』
상진이는 영호에게 부탁했다.
『그래 우리 지국장 아저씨에게 부탁할게』
영호는 자신있게 말했다.
『신문지국이 어디니!』
상진이가 물었다. 서로가 처음 보는 사이다. 그런데 어쩐지 정이 오가는 것을 두 아이는 느끼었다. 더욱이 상진이는 영호가 미더웠다.
『서호일보의 성동지국이다. 한천교 옆에 사무실이 있어 나 오늘 지국장 아저씨에게 부탁할 테니까 너 이삼 일 후에라도 저녁 6시경에 꼭 와라 우리 신문지국이 어디 있는지 알 만하지?』
『응 다리 옆에 깃발을 단 집이지』
『그래 이층집 말야』
상진은 서호일보 성동지국을 알고 있다.
『그럼 낼모레쯤에 신문지국 앞에 갈게』
두 아이는 교차로에서 헤어졌다.
영호와 헤어진 상진이는 기분이 좋다. 좀전에 큰아이들에게 구박을 받은 일은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자리만 얻으면 다른 아이들처럼 돈도 많이 벌고 또 구박도 받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영호가 신무지국에 갔을 때에는 본사에서 신문이 와 있었다. 지국장 아저씨는 외출하고 없었으나 다른 배달 아이들은 모두 와 있었다.
영호만이 국민학교 학생이지 다른 아이들은 모두가 중학생 아니면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영호는 얼른 자기가 배달할 신문을 추려서 가지런히 했다.
『영호야 오늘 중학교 배정이 발표돼니?』
중학교 3학년 다니는 덕길이가 말했다.
『덕길이형 나 말야 성일중학이야』
영호는 기쁜 소리로 말했다.
『어 우리 학교에… 축하한다』하고 덕길이는 놀란 소리로 말했다.
영호는 이러할 때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라 씨익 웃기만 했다.
『적어도 난 성일중학교 상급생이란 걸 알아야 해 하급생은 특히 영호 같은 신입생은 나 같은 상급생에게 절대 복종을 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지』하고 덕길이는 큰 소리로 웃었다.
『뭐 덕길이형은 고등학교에 올라갈 텐데…』
영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더욱 쩔쩔매야 하는거야』
고등학교에 다니는 키다리 학생이 옆에서 한마디했다. 모두가 큰 소리로 웃었다.
신문을 추린 아이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간다. 영호도 겨드랑에까지 꽉 차는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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