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전에 버스 정류소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 했다. 스무 살 남짓한 한 청년이 나이가 자기 두 배도 더 될 어른과 싸우는 것을 보았다. 이 청년은 나이 많은 어른에게 마구 대들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한다. 이 꼴을 당한 어른은 너무나도 어이없다는 듯이 좌우를 돌아보며 구원을 청하는 것이다.『아니 너는 부모도 없단 말이냐. 어른에게 무슨 말투가 그리 심하냐』하고 나무라자 그청년이『나잇살이나 먹고 나니 전부가 눈 아래로 보이느냐』면서 사라진다. 알고 보니 나이 든 그분이 버스에서 내리자 짐이 무거워『미안하지만 이 짐을 택시까지 좀 같이 들어다 달라』고 부탁했더니 그 청년이『내가 왜 네 종이냐 뻔뻔스럽게 누구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하며 대들더라는 것이다.
이런 일은 한 청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요사이 같이 상하의 질서가 혼란한 때도 없다. 가정에서는 아버지 같은 나이의 형을 두들겨 패고 거리에서는 할아버지 같은 나이의 어른에게 욕설을 퍼붓고 하는 것이 도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천주10계의 네 번째 것은 비단 부모만을 섬기라는 것이 아니다. 상하의 질서 유지와 서로의 사랑을 또한 명하시고 아랫사람과 윗사람이 서로 해야 할 본분을 동시에 명하신 것이다. 인간 사회에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질서다. 어떤 사랑의 행위나 선행이라 할지라도 질서를 무시하고 참된 것이 될 수 없다.
부모 이외의 어른들에게도 아버지나 형의 대우를 해야 하고 노동자와 고용주 간에 있어서도 서로의 위치를 알고 충실히 일해야 하고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나의 부모가 귀하고 중한 줄 알면 남의 부모도 중하고 귀한 줄 알아야 한다. 남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법은 없다.
남도 그렇거늘 하물며 형제나 친구에 있어서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조건 중 중요한 것이 자기 나름의 위치에서 충실해야 하는 것이라면 하느님 나라 건설에 있어서는 어떻겠는가? 역시 질서 유지와 자기 위치를 아는 사랑의 봉사다. 가장 잘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가장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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