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르뚤리아노의 명언 그대로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교인의 씨앗이 되어 준다.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는 참으로 순교의 거룩한 피가 넘친 고난의 가시밭길이요 영광된 승리의 길임을 잠시도 잊을 수 없다. 헤일 수 없는 신앙 용사들의 성스런 피를 씨앗으로 삼아 이 땅에 믿음의 자유가 전취된 빛나는 역사를 우리 교회는 지니고 있다. 이른바 순조 때의 신유박해(1801) 헌종 때의 기해박해(1839) 고종 때의 병인박해(1866) 등 3대교난을 비롯한 피비린내 나는 박해의 선풍 속에서 한국의 천주교회가 자라온 전통을 밑거름 삼아 고귀한 순교정신으로 사회 정의의 구현과 인간 회복을 위한 착한 싸움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할 때는 온 것 같다.
우리 교회 역사의 그러한 교훈을 새로운 감명 속에서 깨우치게 하는 이원순 교수의「한국 천주교회사」(재판)는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평이하고 간략한 대화로 꾸며져 있다. 박해란 의계현상과의 마찰이지만 복음정신의 선양을 촉진시켜 주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지난날 박해의 선풍이 일케 된 배경으로 사상적 사회적 정치적 측면을 나누어 살피고 있다. 기독교는 평등사상을 기조로 삼고 있고 항상 새로운 질서의 종교이면서 진취적이요 개방적인 일면을 굽히지 않는 신앙의 자세를 요청한다. 어디까지나 공동선에 기여하려는 근본정신이 유아독존의 양반사회나 수구적인 사회체제 그리고 퇴영적인 관료 지배층에게 용납되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 신앙의 질적 향상을 위하고 알찬 신앙의 불길을 일으키는 데 있어서 이 저서는 입문서로서의 구실을 넉넉히 해낼 것으로 안다.
탐구당 刊 B6판 376면 5백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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