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 구원의 신비
현대사회의 한계상황하에서 현대가 요청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세계의 구원이다. 인간 해방과 사회 혁신의 사회적 과제로 집약되는 이 구원의 어느 의미에서는 예수의 시대의 구원과 유사한 데가 있다. 구원의 원천은 신이므로 구원에 관한 계획은 신의 자유로운 구원의 의지에 뿌리 박고 있는 것이다. 병든 사회와 인류를 구원하려는 신의 구원 의지는 하느님의 백성의 구세사적 현실에서 역사는 성삼위인 신이 인간에게 자기 제공하여 인간을 죄로부터 회개시키고 자기와 화목케 함으로써 자기와 일치시키는 수단의 역사이다. 따라서 신은「신의 자기 양도」로서 스스로의 영원한 생명을 전체 인간에게 주면서 인류사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역사에 개입하는 신의 구원 의지는 신의 말씀인 그리스도에 있어 절대적근원성에 의해 집약된다. 그러기 때문에 구원의 계획과 구원의 역사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인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나라의 신비를 인간에게 계시함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구원하려는 신의 구원 의지와 구원 계획의 신비를 계시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나라의 신비는 신의 구원의 신비의 범주에 속해 있는 까닭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회 조직 안에 현존하면서 구원의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를 개시하여『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으시오』(마르꼬 1ㆍ5)하고 선포하였다. 이 선언은 그리스도의 선교의 중심 내용인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신의 지배이면서 그리고 신의 지배는 그리스도의 왕권의 뚜렷한 실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부로부터 받은 보편적 구원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선교와 역사에 본질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의 왕권은 인간을 사회 조직 속에서 영혼생활로 인도토록 끊임없이 일하는 에너지로서 인류의 력사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사에서 서서히 전개되고 발전하여 종말사회에 있어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의 나라가 위로부터 주어지는 동시에 지금 살고 있는 사회 현실을 통해 이 세계의 발전과 완성을 통해서 실현됨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는 역사 안에 있는 까닭에 초력사적인 종교적 주관성 안에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세계사 안에서도 인간에 대한 구원의 제시로서 신의 보편적 구원 의지에 의해 구체적으로 달성되는 것이다.
구원의 보편성
신의 보편적 구원 의지는 그리스도에 있어서만 현실의 역사적인 방법으로 인간사회에 현존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육화된 말씀으로서 신의 보편적 구원 의지와 신의 사랑의 표미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이 신의 보편적 구원 의지이며 그 의지는 세계를 통치하면서 세계 속에 깊숙이 들어와 구체적으로 때와 곳안에 나타난다. 그리고 동시에 역사 가운데서 인간에게 현실적으로 감득케 하는 신의 은혜의 현실 자체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구원행위는 보편적 구원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영혼만이 취급된다든지 또 우선 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든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인개인의 영혼의 구원에만 의존하려 할 때에는 많은 대중의 인간 해방으로서의 구원을 해결할 수 없게끔 된다. 예수의 시대의 혁명적인 영혼의 구원도 대중을 위해서 행해진 구원이 아니겠는가. 그리스도의 보편적 구원이 입장에서 문제되는 구원은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될 전 인류의 구원이다.
그 전 인류의 구원은 사회 구조 속에서 현실적으로 역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구원은 전체로서의 인간을 사회 관계까지 포함한 대중의 사회적 구원을 통해서 성취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또한 그 많은 대중이 구원되고 더욱이 따라서 개인의 영혼도 구원되는 것이다.
구원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인간을 개인적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공동체, 구체적으로 사회 공동체 안에 더욱 인류를 중심으로 한 만물 우주까지 포함한 전체성에서 보게 하는 것이다. 이야말로 에페소 1장 10절의 말씀과 합치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구하려는 신의 보편적 구원 의지와 육화된 말씀의 보편적 현존으로 세계의 모든 것이 투입돼 있는 그리스도의 구원 의지에 따르는 전체 인간의 구원의 결과로써 전 인류뿐 아니라 전 우주까지 구원되는 것이다. 성 바오로가 말하는 우주의 구원에 대한 이야기도 인간의 구원에 연관된 우주로서의 세계에 관여할 뿐 아니라 생활 세계로서의 사회 구조에까지 관여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원은 사회 구조 안에서 역사적 과정을 통해 비판적으로 구원하는 원리인 까닭에 인간 해방과 사회 혁신을 달성케 하고 인간의 구원의 사회적 차원으로서「사회의 구원」을 성취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원의 보환적 성사인 교회는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의 보환성에 바탕하여 인간의 진보와 사회의 성화에 힘을 쓰고 나아가 주민족의 구원에 기여토록 역사적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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