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영국의 시와 극은 그 전성시대를 이루었으나 그 주요 주제는 거의 순전히 비종교적인 것이었고 전교적이기조차 했다. 기독교의 신이 사용되어질 자리에 고대 희랍과 로마의 제신과 제여신을 등장시켰다. 세익스피어(1564~1616)의 영원한 생명을 지닌 걸작들이 나타난 것은 이런 비종교적 사조가 팽배하던 시대이었다. 그의 창작에서 전개되는 시공은 이 현세에 국한된 듯 느껴지며 내세의 양상은「말지의 구름」속에 가리워진 듯 느껴진다. 그러나 세익스피어의 창작들을 세밀하게 음미해 보면 기독교적인 암시, 그리고 성경에 대한 언급이 풍부한 점을 알 수 있으며 중세시대의 기독교적 설교의 전통을 토대로 한 상투적 표현이 풍요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은 세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엘리자베스 일세 여왕 시대의 창작으로서는 아주 예외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기독교 성경에 대한 암시는 이 문호의 작품의 장황에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 불세출의 시성의 천재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심오한 진리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세익스피어는 분명히 재래의 가톨릭 신앙에 공명하고 있었지만 그의 종교는 명확하지 않았다. 영국시에 끼친 청교도의 영향을 말해 본다면 우리는 세익스피어와 동시대 작가인 에드먼드 시펜써의 작품을 음미해 보아야 한다. 스펜써의 대표적작인 장편시「선녀왕」은 부분적으로는 반가톨릭적인 우유형식이며 그 후계자인 죤 밀튼(1608~1674)도 역시 그 저작들이 극단적인 청교도의 개인주의들 나타내고 있는데 동일한 범주에 든다.
이 어둡고 황량한 세상에 내 반생을 아직 다 보내지 않았고 감추어 두면 죽을 벌을 받을 1탤런트도(마테 25章 참고) 내게는 소용에 닿았도다. 그러나 내 영혼은 하느님 앞에 나섰을 때, 책망 받지 않도록, 그 1탤런트(화폐 단위)도 하느님께 시종 들고, 또 바른 대로 진술하려 마음은 달지만, 나에게 주어진 빛의 혜택 탕진되었다 생각할 때『빛을 볼 수 없는 내게도 하느님께서 낮에 일을 강요하시나뇨?』요한 9장 나는 바보스럽게 묻노라, 그러나 이런 푸념을 막으려고「홀내」는 지체 않고 대답한다.『하느님이 구하시는 것은 인간의 업적이 아니며 그 재능도 아니라 하느님이 씌워준 질곡을 가장 잘 참는 사람은 하느님께 가장 잘 봉사하는 사람이다.
그 힘이 왕자를 방불시키고, 수천의 군대 그 명령하에 움직이며 쉬지 않고 륙지와 바다를 달리도다.
단지 서서 기다리는 자도 역시 하느님께 봉사하는 사람이어라』
-죤ㆍ밀튼「실명에 대해서」-
위대한 시인「실락원」의 작자 죤밀튼은 성스런 대망을 품은 인간으로서 하느님이 그에게 부여한 사명을 성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일생을 매진한 가장 영국적인 인간이었다. 정의와 질서가 구현된 사회를 이룩하려는 청교도 혁명에 공명해서 20년간의 창무에 시달려야만 했지만 밀튼의 시인적 사명감에는 추호의 동요도 없었다. 세속적 창무에 기인하는 실명이란 치명적 시련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 무서운 타격에 굽힘 없이, 또 혁명의 꿈을 중도에 좌절시킨 주정복고의 엄청난 고경을 참고 그 대시인의 꿈을 관철한 밀튼의 의지는 곧 하느님의 의지였다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불후의 걸작 장편시「실락원」은 그 준비 기간으로서 작자 밀튼이 현세에서 겪어야 했던 가혹한 시련기를 전제로 해서만 그 출현이 가능했던 것이다.
밀튼이 그「실명의 노래」에서 생각했던 추상 같이 엄한「하느님」은 때에따라서 현대의 성녀 씨몬느 베이유를 신앙에로 회심시킨 온후한 존재이시기도 하다.
「사랑」이 나를 환영한다 했도다.
그러나 내 영혼은 육체인 흙과 죄에 대해 가책을 느껴 뒷거름 쳤네.
하지만 형안의「사랑」은 처음 들어갈 때 마음 내키지 않는 나를 보고 바싹 다가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물었도다.
내가 미흡한 점이 있는지를.
『이곳에 올 만한 손으로서의 자격결여요』
나는 대답했도다.『당신은 바로 그 손(客)이 될 거요』사랑의 말.
『나는 불친절한 배은망덕한이 아니요? 아 여보, 나는 그대를 바라볼 수 없소』
「사랑」은 내 손을 잡고 웃으며 대답했도다.
『내가 아니고 누가 눈을 만들었겠소?』
『진리요, 주여, 하지만 저는 그 눈을 망쳤으니 저의 수치심으로 하여금 제 갈 곳으로 가게 해주소서』
『그 허물을 짊어진 사람을 너는 모르느냐?』사랑의 말.
『친애하는 주님. 그러면 저는 섬기겠나이다』
『앉으시오』「사랑」의말『나의 고기를 먹으시오』나는 앉아 먹었노라.
조오지 허어버어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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