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선교사들이 외국으로 파견, 선교지에서 성당을 건립하는 등 활발한 선교활동을 벌임으로써 한국교회는 점차「나누는 교회」로서의 위상을 정립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5회에 걸쳐 보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선교의 토착화를 위해, 골롬반회 원하림 신부의 기고를 통해 그 방안을 모색해보고가 한다.
<편집자주>
선교의 현대적 의미
한국선교사들이 선교를 위해 외국으로 파견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매우 기뻤다. 그것은 한국교회가 많이 성장했다는 증거이다. 개중에는 아직도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선교사들이 오고 있는데 한국 선교사들이 외국으로 파견된다는 것에 대해 아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가톨릭」이라는 말의 어원인「보편적」이라는 의미가 교회 안에서 잘 실천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교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여러 가지로 구분한다. 어떤 사람들은『한국가톨릭 신자수는 전체인구의 5%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아직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많으므로 한국교회가 이사회에 더 깊이 뿌리내리기까지는 외국에 선교사를 파견할 수 없다』고 말하고, 떠 어떤 사람들은『한국은 자치 국가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도 선교사 없이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 두견해가 모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성서 없는 교회가 참교회일 수 없듯이 아무리 작은 지역교회라 할지라도 선교사가 없는 교회란 있을 수 없다. 선교사는 교회 안에서 필수적인 존재이므로 모든 국가는 선교사를 보내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해야 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많은 선교사들이 강대국인 프랑스ㆍ스페인ㆍ영국ㆍ독일 그리고 미국 등지에서 왔다. 종종 그 선교사들이 그들의 선교지에서 보여줬던 확신에 찬 태도는 복음의 진실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ㆍ문화적 우월감에서 기인된 것이라 본다. 이웃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은 어떤 나라도 정복하거나 침범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선교자들의 자세 또한 복음에 기초를 둔 겸손한 사람들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 선교사들은 개인적인 이유로 외국에 나가려는 모험심이 많은 독단적인 개인주의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교회의 대표자들이며, 한국과 세계교회 사이에서 신앙의 체험을 교화 하는 특수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선교의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날 많은 선교사들은, 수백만의 이교도들이 가톨릭교회로 들어와서 세례를 받지 않으면 죽어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서 이교도들을 구제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는 하느님이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를 통해 일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전에 선교사들은 그리스도를 위해 선교지를 정복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날의 선교사들은 정복자가 아니라 중재자이어야 한다. 그들은 예수님을 통해 알게 된 하느님의 체험을 나눔으로써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노력한다. 선교가 문화ㆍ사회ㆍ경제를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할 때 전세계도 바로 사랑으로 뭉친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선교사업은 단순히 설교하기 위해, 또는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 외국 땅을 밟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 있어 선교사는 세 가지 주요문제, 즉 문화ㆍ정의 그리고 생태학과 씨름해야 한다. 첫째 서양화되지 않은 그들 고유문화 안에서 어떻게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있는가? 둘째 나라 사이에서뿐 아니라 같은 한 나라 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셋째 하느님의 창조물인 지상의 모든 생명과 자연이 파괴와 오염으로 만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예수의 제자로서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가?
현대의 선교사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일하고 가르치며, 설교해야한다. 이것들은 범세계적인 주제이지만 그 긴급성은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에서 더 명확히 볼 수 있다. 만일 많은 국가들이 끊임없이 선교사를 서로 교환한다면, 국가 간의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각 나라가 처한 긴급한 문제들을 국제적 관심사로 끌어들여 효율적인 해결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선교사들이 위에 언급한 첫 번째 주제를 다루려면 심리학ㆍ사회학ㆍ인류학을 총괄하는 사회과학자와 다른 종교와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두 번째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려면 경제학자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주제를 다루려면 과학자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 모든 대화기술을 어디에서 배울 것인가? 그것은 단지 그들의 모국 교회에서만 배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 말한 것처럼 선교는 상호이해를 위해 문화ㆍ경제ㆍ계급ㆍ종교의 모든 벽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보통「선교사」를 「외국 선교사」로 너무 좁게 해석하고 있는데, 참 선교사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문화와 종교의 국경을 넘어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와 과학, 종교와 경제학, 종교와 사회과학의 경계를 뛰어넘고, 신앙과 삶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신도들이 많은데 그들이야말로 「익명의 평신도 선교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대학교육을 받은 많은 지성인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열정적으로 생활하고, 희생정신이 강하면서도 그들이 전공한 전문분야의 직장에서 예수님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즉 전공분야와 신앙과를 하나로 통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일 한국교회에 신앙과 삶을 하나로 통합하는 「익명의 평신도 선교사」들이 많이 있다면, 그때 한국교회 대표로 외국에 파견될 성직자 선교사들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긴급한 문제인 문화ㆍ정의 그리고 생태학 문제를 다루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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