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조금 넘은 여인이 병원에 업혀서 들어왔다. 남편은 부인이 이렇게 되고나서야『내가 죽일 놈』이라며 손으로 가슴을 쳤다. 어제 밤에 자신의 혼외관계 때문에 부인과 심한 말다툼을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인이 수족이 마비되고 전혀 감정표현이 없는 사람처럼 돼있어 병원을 찾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기부인이 아무래도 실신(失神)을 한 것 같다고 자기진단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의사가 진찰한 바로는 실신발작(失神發作)과는 다른 전환반응(轉換反應)이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수족에 그러한 마비가 일어났는데도 그녀의 얼굴표정은 오히려 평화로운 점이 실신발작과는 구별되는 점이었다.
시신은 어떤 이유로 뇌의 혈액순환이 일시적으로 나빠질 때 생긴다. 흔히 화장실에 오래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머리가 핑 돌면서 아찔해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럴 때 환자는 일시적으로 의식을 잠깐이나마 완전히 잃고 쓰러진다. 전환반응에서는 어느 경우에도 의식을 완전히 잃지는 않으며 실신발작에서처럼 아무장소에서나 쓰러져 몸의 일부를 손상하는 일은 결코 없다.
실신발작은 그전에 기분이 언짢다든가 어찔어찔하다든가 얼굴빛이 창백해지며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는 등 전조(前兆)증상을 갖는 수가 많다. 다소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발작이 나타나는 경우는 눕는다든지 하여 위급한 것을 피할 수도 있다. 눕기만 하면 완전한 의식상실에까지 이르지 않고 발작이 그치게 된다. 의식을 잃은 경우 그 깊이와 기간도 다양해서 주위의 상황을 불완전하게나마 의식할 때가있고 완전히 의식을 상실할 때가 있다.
의식 상실은 수초에서 30분 이상 끌 수도 있다. 이때 몸은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 것이 보통인데 간혹 팔다리와 얼굴에 경련을 몇 번 보일 때도 있다. 실신발작에서는 간질발작 후에 흔히 보이는 두통이나 졸림ㆍ의식혼탁ㆍ일시적 사지마비등도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간질의 대발작에서만 볼 수 있는 온몸에 퍼지는 강직ㆍ간대성.(强直ㆍ間代性)경련은 전연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강직ㆍ간대성 경련이란 처음 팔다리를 쭉 뻗으면서 얼마동안 꼿꼿한 채로 있다가 그 후 팔다리를 몹시 흔들고 떠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실신발작은 예후가 좋다. 주위에서 실신에 막 들어서는 환자나 의식을 이미 잃은 환자를 접했을 때는 뇌혈류를 최대로 허용하는 자세로 바꿔주야 한다. 즉 머리를 낮게 하는 자세로 눕히고 꼭 끼인 옷이나 목을 조르는 셔츠ㆍ넥타이 등은 풀러준다. 또 혀가 기도(氣道)를 막지않는 자세를 취해주며 얼굴이나 몸에 냉수, 또는 찬 수건을 대서 혈관과 신경에 자극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체온이 낮을 때는 담요로 싸준다. 이식을 회복할 때까지는 아무것도 입에 넣어주지 말아야한다. 몸에 힘이 없을 때 무리를 해서 일으켜 세워서는 안 된다. 집안에서 응급처치 후에는 전문의를 찾아가 실신을 일으킨 원인을 가려내 근본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중년기나 노년기에 실신발작이 위험한 것은 실신을 일으키는 근본질환 보다 졸도로 인해 골절상이나 뇌외상을 입는 데 있다.
흔히 속이 뒤집히는 일이나 감정이 격앙되는 일이 있어 까무라치는 경우 사람들은「실신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러한 경우는 전술했듯이 「전환반응」일 가능이 높으며 병력(病歷)을 자세히 들어 봄으로써 대부분 뚜렷이 감별이 되지만 애매한 경우는 여러 가지 신경학적 검사 외에도 심리검사, 뇌파검사ㆍ뇌 단층 촬영검사 등을 실시하게 된다. 전환반응은 뇌의 혈액순환의 장애가 아닌 심인성(心因性)장애이다. 그래서 가족치료를 포함한 정신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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