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과 하느님 사이에 유일하고 보편적인 중개자가 예수 그리스도라면 그의 신비체인 교회도 보편적이고 유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무수한 자칭 교회들이 있고, 또 교회밖에 있는 사람들은 전연 구원될 수 없는지 많은 문제가 제기된다.
1, 유일한 교회
주께서는『나를 거치지 않고 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수 없다』(요한14, 6)고 하셨고 사도 베드로는『이 분을 힘입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이 이름(예수)밖에는 없습니다』(사도4, 12)하였다.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하나만을 세우셨고(마태16.18)『너희의 말을 듣는 사람은 내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배척하는 사람은 나를 배척하는 사람이며, 나를 배척하는 사람은 곧 나를 보내신 분을 배척하는 사람이다』(루가10, 16)하시었다.
주님은 이렇게 교회 하나를 설립하셨고, 그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야 구원이 가능하다고 명백히 말씀하셨기에, 바울로는 자신 있게『하늘에서 온 천사라 할지라도 우리가 이미 전한 기쁜 소식과는 다른 것을 여러분에게 전한다면 그는 저주를 받아 마땅합니다』(갈라1, 7~8)하였다.
성서의 말씀과 역사적 체험에 근거하여 교회헌장은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을 이루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따라서 이 백성은 단일하고 유일한 백성으로 머무르며, 모든 세대를 통하여 온 세상에 확장되어, 시초에 한 인간 본성을 만드시고 흩어진 당신 자녀들을 마침내 한데 모으시고자 하신 하느님의 이도를 성취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백성은 인류 안에 하나밖에 있을 수 없다』(교회헌장13).
2, 동일한 교회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교회공동체가 무수한데 그것들이 하나의 교회를 이루는 이유는 그들이 같은 신앙, 같은 예배, 같은 사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① 같은 신앙
신앙은 인간을 구원에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은총과 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인간의 승복으로써 구성되는 초자연적 능력이다. 그래서 신앙은 하느님과 인간과의 친교의 출발점이고, 인간의 영원한 구원의 시작행위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구원의 진리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형제 또는 교우(敎友)라 한다. 이렇게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교우들은 같은 공동체의 지체들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데에는 각자의 자유나 선의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객관적 표준이 있어야한다. 이것을 신앙의 규범이라 한다. 구원의 진리는 개인의 양심에게만 계시된 것이 아니고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신약의 교회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계시되었으므로 각자는 이 공적계시를 받아들여 믿음으로써 구원된다.
그러므로 우리 신앙의 첫째 규범은 성서이고 모든 신자들은 성서의 내용을 믿음으로써 같은 신앙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성서는 하느님의 깊고 그윽한 진리를 담고 있어서 각자가 잘못 이해하거나 하느님의 본뜻과는 어긋나게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성서의 올바른 저자요 보관자요 해설자인 교회의 정통적 그리고 전통적 가르침에 따라서 이해하고 믿어야 같은 신앙을 견지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는 우리 신앙의 둘째 규범이라 한다(이 문제는 다음에 더 자세히 논할 것이다).
②같은 예배
무릇 모든 예배행위는 가장 대표적인 신앙고백이다. 마음으로 믿는 바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1차적 수단이 예배이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가장 중요한 예배인 미사성제는 우리 구원의 원천인 빠스카 신비 즉 예수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성사적 방법으로 기념하고 재현하는 것이므로, 우리 신앙의 핵심적 요소를 고백하는 행위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 예배를 위하여 집합한 모습이 가장 하느님의 백성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것처럼, 신약의 교회도 미사성제를 거행하는 그 순간이 가장 하느님의 백성다운 모습을 실증하고 가장 하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미사와 더불어 다른 성사를 집전할 때에 하느님은 인간본성에 적합한 가시적 표상들과 인간행동을 통하여 당신의 영적 생명을 주시고, 인간으로 하여금 정신과 육체로써 하느님을 만나게 해주신다. 따라서 신자들이 동일한 성사를 받음으로써 하느님과 일치하고 교우상호간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③사랑의 봉사
신자들은 같은 신앙과 같은 성사에 의하여 받은 사랑의 은총으로 서로 봉사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막연한 박애주의가 아니고 신자 각자가 하느님과 결합된 사랑의 유대로써 서로 사이를 묶어주는 애덕(Caritas)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교회의 공식 봉사기관인 교계제도의 모든 권능과 역할이 신자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유지하는 수단이 되지만, 그러한 권능이 진정한 애덕으로 행사되지 않으면 도리어 불화와 분열을 조성하는 역기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강력한 교계제도하에서도 애덕의 유대가 약화되면 열교나 이교가 파생되는 것을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신비체의 모든 지체들은 서로의 기도와 공로와 희생으로써 영적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신비체를 성장시키고, 외적 활동의 협력과 보완으로써 공동체를 발전시킨다. 이러한 일치를 사도신경은『모든 성인의 통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교회를 믿는다는 것은 모든 성인의 통공(친교)을 믿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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