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탈락자
예비자 교리교육 중 중도 탈락하는 사람의 비율을 줄이는 방법이 없을까?
애써 인도해도 신앙 입문단계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많다면 교육체계에 큰 허점이 있다고 일단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회 전체의 탈락율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으나 대개 20~30%선은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좀 지난 통계이지만 83년 한 해 동안 서울대교구의 경우 4만1천6백53명의 등록 예비자 가운데 25.6%인 1만6백67명이 중도 탈락했다. 4명중1명꼴이 입문단계에서 포기한 셈이다.
사목국이 분석한 이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탈락자들은 교육시작 1~5주 사이에 포기한다는 것이다.
중도포기 원인은 「원인불명」31.3%, 「흥미 잃음」「실망」이 22.4% 등을 차지하고 있다.
입교동기 중「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가 가장 많은 34%를 차지하고 있는 점과 약 절반가량이 타인의 권유 없이 자발적으로 입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구도자들이 현대사회에서 쉽게 발생하는 소외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천주교에 귀의하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는데 비해 현재의 학원 강의식 교육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태반의 예비자들은 「하느님을 알기위해」「신의 절대적 가르침을 받기 위해」 또는 「인생의 최종 목적을 깨우치기 위해」 신앙에 입문하기 보다는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 등 인간적인 동기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종교에 귀의함으로써 해소해 보려는 다소「이기적인」생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을 받아주는 교리반은 따뜻한 인정이 넘쳐흐를 수 있는 분위기보다는 50~60명이 한꺼번에 교리를 받는, 다소 삭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이들의 호감을 사기는 쉽지 않다.
87년 가을 서울 본당 예비자 교리반에 등록한지 3주 만에 그만두었다는 윤영수씨(33)는『하느님을 알려는 생각이 전혀 없이 성당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소외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또 흔히들 이야기하는 그리스도교의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 몸소 체험해보기 위해 친구의 권유로 예비자 교리반에 들어가 보았다』면서『생각보다는 사랑을 느낄 수 없어서 나중에 다시 가보기로 하고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가톨릭교리신학원 선교사회 박용수 신앙교육부장(바오로ㆍ50)은 탈락원인을△교리가 딱딱하고 재미가 없고△기대감의 불충족△억지권유△예비자의 거주지 이전 등으로 꼽았다.
박용수씨는 『교회는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천상의 공동체이전에 죄 많고 나약한 인간의 공동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신앙을 알려고 찾아온 예비자들에게 본당신자들은 최대한 관심을 가지고 친절히 대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도 딱딱한 수업식 분위기보다는 가능하면 인원수를 줄여 대화식 또는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탈락율을 줄이는 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부산 중앙본당(주임ㆍ이병만 신부)의 경우 일부 교리반을 소규모 대화식으로 운영, 큰 성과를 얻고 있다. 20명 단위의 소그룹으로 운영하는 경우 예비자들은 지도수녀와 예비자들간 긴밀한 인간관계를 형성, 공동체 의식을 처음부터 깊이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탈락율이 거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또 탈락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도자와 예비자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교육기간과 그 후까지 계속 맺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인도자는 매주 미사 때 예비자와 함께 참례하고 교리내용에 관해서도 자주 대화하는 것이 예비자의 신앙생활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부산교구 교육국장 이찬우 신부는 『예비자들은 교육기간 중이라도 신앙의 요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계자들은 신앙의 참모습을 인식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를 위해 그들과 삶을 함께 나누는 자세가 필요, 레지오의 가정방문이나 빈번한 신앙적인 대화의 자세가 긴요하다』고 말했다.
교리교육의 관계자들은 일부성직ㆍ수도자 가운데 탈락자에 대해 영세해도 어차피 냉담할 사람들이라며 방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한사람의 영혼이라도 더 구하는 것이 교회 본래의 사명인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같은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구도 비슷하지만 서울대교구의 경우 교황방한시인 84년 신자증가율 13%에 비해 작년에는 절반수준으로 신자증가율이 둔화된 만큼 이제부터는 교회도 예비자교리 단계부터 보다 적극적이고 친절한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냉랭하고 엄숙한 분위기야말로 가톨릭교회의 「자랑」이라고 자부하던 구의는 빨리 탈피할 때가 되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사랑이 넘쳐흐르고 인정이 풍부한 「인간적인 공동체」부터 먼저 건설해나가는 것이 하느님나라 건설의「제1보」라는 인식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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