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정신적인 살인이다. 인간이 생명을 가졌다는 것은 육신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두 가지를 말한다. 그 첫째가 생리적인 생명이요 둘째가 영신적인 혹은 정신적인 생명인 것이다. 그 둘째의 생명은 명예나 기타 그 사람이 지녀야 할 명성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하는 것은 전번에도 말한 바와 같다. 동시에 자기의 명예를 잘 보존할 권리와 의무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명예를 손상하거나 남을 모욕하는 따위의 언행은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매장시키는 행위고 일종의 살인행위이다. 그런 종류의 살인은 남을 필요없이 비방하거나 나쁜 소문을 퍼뜨리거나 그 사람만이 아는 좋지 못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또한 그런 종류의 것을 조작하거나 남으로 하여금 그런 말을 하게끔 유도하거나 나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남의 잘못을 드러내거나 혹은 과장하는 따위 등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살인이라 하면 흔히 생리적인 생명만을 말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것은 인간 생명의 일부분이지 생명 전체가 아니다.
인간에게는 흔히 정신적인 생명 즉 명예나 명성이 육체적이고 생리적인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가져야 할 명예는 그 위치와 신분에 맞게 가져야 하고 그 명예나 명성을 누릴 권리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남을 모독하고 모욕하는 행위는 일종의 살인인 것이다.
옛날 이태리 북쪽 베니스 왕국에서는 남의 돈을 꾸고 안 줄 때 감옥에 넣거나 재산을 차압하지 않고 공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단위에 세워서 창피를 주는 것이 큰 벌이다. 그것은 그만큼 명예를 존중한다는 뜻이 된다. 즉 그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 도시에는 옛날의 유물인 그 단을 보존해 놓고 있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역시 정신적인 생명이 더 큰 작용을 하고 정신적인 생명이 그 사람의 전체를 좌우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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