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늘 자유를 위한 소명을 받고 있다. 절대자의 부르심을 입은 (갈라띠아 5ㆍ13) 우리는 상대적인 소명을 외면할 수 없다. 상대적인 소명이란 구원의 보편성을 말한다. 가령 민족적 소명을 염두에 둘 때 종교인은 어떠한 의식을 징립하여 결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성스런 민족 통일의 달성으로 인간 자유의 회복과 평화의 실현에 뛰어들 수 있는가.
8월호「創造」지가 특집으로 다룬「한국 민족주의의 제문제」는 민족에의 새로운 각성과 인식을 촉구하고 있다.
이극찬 교수의「비서구적 민족주의의 진로」조기준 박사의「민족 자본의 수난과 저항」그리고 금영모 교수의「문화적 식민주의의 극복」에서는 한결같이 자주적 통일 의지를 되새기는 민족정신의 환기라는 점에 집약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 교수가『오늘의 민족주의는 인간의 참된 해방을 위하여 성실하게 봉사하는 것으로 되어져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는 것이나, 조 박사가 일제치하에서 고난을 이겨온 민족기업의 적극적인 자세는 앞으로 더욱 계승 발전해 나가야 함을 암시하는 것이 정치ㆍ경제적 측면의 고찰이라면 금 교수의「문화적 식민주의의 극복」에서는 민족의 동질화를 좀먹어온 재래 식민 통치의 사회 문화적 모순이 제시된다. 문화의 동질화를 파괴하고 민족 내부의 이질화를 부채질해온 식민 세력에 동조한 종교가 있었다면 역사적 운명 공동체인 민족을 유리해온 책임을 면치 못한다. 종교를 바탕으로 한 민족운동의 위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종교가 대중화되지 못하고, 특히 외래 종교는 사회 지배 계급에 수용되고 오히려 대중은 전통적인 원시종교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에 의한 민족 공동체가 형성되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 같다.
특히 남북이 양단되어 종교적 이질성이 강하기 때문에 민족적 통합을 위한 종교의 지위는 대단히 약한 것 같다. 금영모 교수의 이러한 견해와 전망이 편견일 수 없는 불행한 현실을 우리는 감내해야 한다. 그동안 천주교는 민족 문화에 창의적인 지도력을 크게 발휘해 왔다고 하기가 어려운 실정을 보인다. 민가의 윤리종교로서라기보다 지배층의 신비종교에 치우친 교회의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교회의 존재양식이 민족적인 자각의 차원에서 재편성되어야 한다는 소리는 드높다. 創造志 4월호에 발표돼 문제가 된 풍자시「비어」파동에서 보인 교회 측의 미온적인 대책쯤으로 민족 통일의 창구에 떳떳이 임하기를 기대하기는 자못 어리석은 낙관론이다.
기독교가 지배자의 입장에서 봉사자의 입장으로 존재 양식의 방향전모을 해야 한다는 열띤 제언은 지명관 교수의「한국 기독교의 사회 참여」(新東亞)와 조요한씨의「자유에의 의지와 학산」(기독교사상)에도 거듭 반영되고 있다. 근대화운동의 역꾼이었던 기독교는 초기 교회가 지녔던 선교적인 열정으로 사회 발전과 민족운동에 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세적인 구원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신앙에 맴돌지 말고 시민사회에 눈을 돌려 내일의 역사를 준비하는 순교자다운 정열을 뽑아 올릴 일이다. 특히 조요한 씨는 한국인의 자유를 역설하는 자리에서 우리 교회가「악마적인 권력」에 대하여 분명한 자세를 취해야 하고 기독교는 그 선교의 장을 사회정의를 위하여 애쓰는 이들과 무산층 속에서 찾아 조국 통일의 내일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하라고 촉구해마지 않는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는 자기 인식의 과학화라고 본다.
어설픈 신비주의나 교제사상은 대상적 과학적 인지을 흐리게 한다. 그러므로 민족운동으로서의「가톨릭액션」은 황성모 교수가 지적하는「사회양지의 회복」(月刊中央)과 함께 이 민중의 의지생할에 밀착하는 바탕 위에서 비롯되게 마련이다. 위기에 직면해 있는 내외 장황의 극복을 위한 구체적이 노력이 새로운 사회 세력으로 등장함으로써「민족의 위대한 예명」(「政經硏究」誌 특집)은 약속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유로운 시민사회와 평화로운 민족사회의 건설을 우리 손으로 추진해 나갈 때는 이미 와 있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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