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 육화의 신비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생활하는 인간의 신적 체험과 신앙 현실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육화의 신비에 대한 이해인 것 같다. 그리스도의 신비인 신과 인간과의 결합 일치라는 육화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의 인간은 신인의 실체적 결합인 육화를 하나의 신화로밖에 보지 않는 경향이 많다.
어떻든지간에 위격적 결합인 육화가 현실의 역사적 사실인 일회한의 사건으로 피조물에 의존함이 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다. 이 그리스도에 있어서의 위격적 결합은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으로서 구체적인 인물에 나타나보이는 현실인 것이다. 육화의 신비의 현실은 인간 존재에 의미 내용으로 볼 때 타당성에 있는 까닭에 우리는 구체적 력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육화라는 역사상에 일어난 사건에서 출발하여 금일을 향해 오는 그리스도와 종말적 미래인 종말날로부터 금일을 향해 오는 그리스도는 하나로서 그가 현대인의 신앙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육화의 신비에 의포하여 신에 대한 은혜와 질서를 체험하면서 신앙을 새롭게 한다.
그리스도는 참된 의미의 신이며 동시에 의지와 감수성과 자율성을 가진 참된 인간이다. 그리스도 안에 신과 인간 완전히 현실적으로 일치 상통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참된 인간일 뿐 아니라 더욱이 마리아의 아들이며 이스라엘 사람으로 그 시대의 사회적 상황하에서 인간관계를 가지고 사회생활을 영위한 분이다. 따라서 신의 말씀의 육화는 수동적인 인간성을 받은 것이 아니라 현실에 있는 구체적인 사람인 한 인간의 전부를 그대로 완전히 받은 것이다. 한편 그리스도의 인간성은 신에게 받아들여짐으로써 자율성ㆍ인간으로서의 독자의 능력ㆍ자유 등이 감소됨이 없이 오히려 완성되게끔 인도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생애와 죽음과 복활의 전체는 육화의 전개이므로 그의 생애의 시초와 전 생애를 통해서 육화 자체가 심화되고 신의 자기 계시는 뚜렷해졌다. 그런고로 육화에 의해 신은 그리스도의 인간성 가운데 현존하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인간성은 신의 현존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의 육체에 뿌리 박은 신의 말씀은 하나의 현실적인 인간적 성격을 획득하여 역사적 및 사회적 생활에 등장한다. 그리고 또 그리스도의 인간적 현실 안에 신의 보편적 구원 의지가 있을 뿐 아니라 육화로 신의 말씀은 구체적 사회 제관계에 련관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육화의 구조는 신의 말씀의 행위인 그리스도에 있어 인간의 결단과 구세사에 명백하게 침투하는 것이다. 신의 말씀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역사적인 세계, 사회에서 행해지며 구체적으로 역사에 유입되어 사회 구조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육화된 그리스도는 사회 현실에 있는 개개인뿐 아니라 인류 공동체와 관계을 가지고 현실사회의 지배를 확립한다. 이 현실사회는 신이 역사에 개입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장으로서 육화의 신비에 속하는 현실이다. 실지로 신의 말씀은 육화로 세계의 존재 구조와 사회 구조에 연결됨으로써 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인간 존재는 모두 예외없이 육화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으며 또 세계 질서로 육화를 중심으로 한 세계의 질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신은 육화로써 전 세계를 영원한 신의 장으로 할 것을 표시하는 까닭이다.
신의 인류사회에 대한 구원 의지는 새로운 창조로서의 육화의 순간에 절대적 자기 강도를 성입시키는 동시에 근원적으로 자기를 객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 존재인 그리스도에 있어 최고의 존재론적 완성을 발견할 수 있는고로 그리스도와 신과의 위격적 결합은 그리스도만을 위한 특별한 은혜와 특권이 아니고 인류 전체와 신과의 일치의 육적 요소이며 중심인 것이다. 육화의 보편적 성격에 따라 피조물적 정신성과 신 사이의 지고한 일치의 성취인 위격적 결합은 전 우주와 그 전개의 목표인 것이다. 그리고 또한 육화의 존재론적 구조인 위격적 결합은 물질적 우주전체의 집약점에 인간을 위치케 한다. 그뿐 아니라 창조의 역사는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향해 집약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육화의 신비는 신의 현존을 인류 전체에 명증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육화의 신비는 세계의 발전의 요구일 뿐 아니라 인류와 사회의 중심으로서 인간 전체와 사회 구조에 의미를 부여하고 전 인류를 그리스도와 일치케 한다. 더욱 교회는 육화의 신비로 말미암아 인간사회의 근원적 원리가 되어 인류사회의 중심 구조에 구원력을 가지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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